무해의 방 - 2019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진유라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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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경신출문예 당선작

"이 소설은 우리에게 도래할 가까운 미래의 꿈을 미리 연습하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라는 심사평이 책 띠지를 새겨져 있다. 누군가에게는 일어난 일. 무해가 나일수도 모래가 나일수도 있는일이 아니겠는가. 탈북을 했다는 것을 숨기고 가정을 꾸렸던 무해. 그녀가 초로기 치매를 앓는다는 것을 모래는 미처 알지 못했다. 어느날 엄마 무해가 길을 잃어버린 것을 계기로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알았다.


내게는 할머니 한분밖에 계시지 않았었다. 부모님이 거의 막내셨기 때문에 그리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어떤 분이셨는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친할머니도 돌아가셨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기억이 없다. 다만, 기억이 나는 것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를 보며 나보다 한살 많은 조카 이름을 불렀던게 싫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을 큰집에서 보내셨던 할머니가 그래도 나를 예뻐해 주시던 할머니가 나를 못알아봤다는게 싫어서 그 어린 마음에 할머니를 외면했었던 것 같다. 그때는 미처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셔서 그랬다는 것을 알지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치매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그렇다고 겪어 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어쩜 무해의 이야기가 모래의 이야기가 내게는 낯설고 혹시나 나에게 다가올 미래일까봐 두렵기도 하다.


초로기 치매라는 진단을 받은 무해는 기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남에게 알리지 않았던 일이었기에 그녀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되면 아무도 모르는 그녀의 삶이. 본인은 잊더라도 남이 기억해준다면 그 사람의 흔적이 세상에 남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에 내가 미래에 기억을 잃는다 해도 가장 사랑만은 기억하길 바란다. 모래가 엄마 무해를 꼭 끌어안은 것도 그런 바람이지 않았을까 싶다.

 

조국을 떠나 압록강을 건너고 숨어 살아야만 했던 지난날. 남한으로 와서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고 또 받았던 그 시절들.. 어쩌면 지난날들을 잊는다는 것을 누구에게나 안타까울수도 있겠지만 무해의 이야기가 더욱더 안타깝게만 느껴지는 것이 그녀의 신분탓인지도 모르겠다. 모래의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한결 편안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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