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해줄게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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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쯤 일을 마치고 임신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어느 가장이 뺑소니 차량에 치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던 사건이 있었다.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었다. 사고전 아내에게 "좋아하는 케이크 대신 크림빵을 사서 미안하다, 태어날 아이에게 훌륭한 부모가 되자"라고 했다고 해서 더 마음 아픈 사건이었다.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재원 작가님의 <행복하게 해줄게>이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해서 결말이 불행할까 마음 졸이면서 보았지만 다행스럽게(벌써 스포??) 그러지는 않은것 같아서 눈물 쏟을일은 없었던것 같다.


가끔 일이 풀리지 않을때는 계속해서 난감한 일들만 생길때가 있다. 한동안 나도 많이 안좋은 일들의 연속이었는데, 바닥이라고 생각하면 더 안좋은 일들이 생기고, 어디 바닥까지 내려가보자, 이보다 더 바닥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왜 그렇게 불행은 나란히 손을 잡고 오는걸까? 차라리 한꺼번에 폭풍처럼 몰아쳐서 재기불능상태가 되어버리도록 하던지, 조금의 희망이 생길라치면 들이닥치고 하니 정말로 세상이란 얄궂다.


김세영, 한상진 이들부부... 그들의 이름은 맨끝에 나왔다. 줄곧 유연엄마, 유연아빠라고 불뤼더니 마지막에 가서야 그들의 이름이 나왔다. 아마도 개인보다 가족으로서 다짐때문이 아니었을까. 서로에게 "행복하게 해줄게'라며 늘상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는 개인이 아니라 가족이므로 이 나락에서 함께 해쳐나가자는... 아마도 나의 얕은 생각일런지도 모르겠다.

급여가 나오지 않은지 6개월. 아내는 둘째를 임신했고, 유연아빠는 무언가라도 해야했다. '산입에 거미줄 치겠냐'라고 하긴 하지만 요즘 세상으로 보면 정말로 산입에 거미줄 칠수도 있겠다 생각이 된다. 더군다나, 나중에 받은 급여를 보면 얼마나 이들이 절망적이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나름 공장에서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사람의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것에 대해서 이토록 무방비 상태를 만들게 하다니... 사장을 탓해야할까, 사회를 탓해야할런지.... 그래서 시작하게된 대리운전.... 그러면서 벌써 두번째 교통사고를 당했다. 모두 뺑소니였다. 병원비도, 출산비용도, 생활비도... 그놈의 돈이 뭐길래 사람들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지 말이다.


참으로 마음 아팠던 것은 당연히 받아야할 임금을 늦게 줘도 "고맙습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현실, 당연히 지급되어야할 야간수당을 다 채워줄수 없다고 해도 '고맙습니다'라고 해야하는 상황이다. 고마울 상황이 아닌데 왜 고맙다고 해야하는지... 가끔은 나도 자주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는데, 남들이 정말로 내가 괜찮은줄 알고 그렇게 무례하게 구나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유연아빠도 항상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인생사 한번은 고맙지 않아도, 괜찮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내 가족에게 "행복하게 해줄게"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그리고 가족이란 울타리를 보면서 "행복하게 해줄게"라는 약속을 지킬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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