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양이가 된 고양이 ㅣ 책 읽는 교실 3
박서진 지음, 이현진 그림 / 보랏빛소어린이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참 의아했다. 고양이가 된 고양이라니... 그럼 고양이가 아니었단 말인가.. 제 정신을 차렸나.. 하면서 별별 생각을 다 했었는데, 오늘 읽어보니 그런게 아니었다. 참 왜 표지를 보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애초에 고양이파는 아니었다. 아니...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렸을 적 친구집에서 놀때 아기 고양이하고 놀았는데 엄청 할큄을 당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고양이 보다는 잘 따르는 개를 좋아라 했는데, 어느날 고양이에 관한 책을 읽고부터 그렇게 잘 보이지 않는 동네 길고양이들이 너무나도 잘 눈에 띄기 시작했었다. 작가처럼 말이다. 길에 지나가는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기어이 눈을 마주치고 '안녕~'이라고 한번이라도 해야 속이 편했다. 밥엄마를 자청하면서 이름을 붙였는데, 간만에 보는 녀석들은 나도 헷갈려서 이렇게 불렀다 저렇게 불렀다 한다. 아마 녀석들은 이름보다도 내 목소리를 기억하는 것이겠지만서도 말이다. 슬금슬금 눈치 보는 녀석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너무 잘대해주면 또 싫어하는 이들에게 해코지를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곤 한다.
고양이가 되지 못했던 고양이 '보리'도 어느밤 사료한봉지와 함께 길가에 내팽겨쳐졌다. 사람손에 길들여졌던 고양이 보리는 사료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터라 길생활이 참으로 험난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생쥐 '초승달'과 친구가 되어 길생활에 익숙해 간다. 만약에 초승달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보리는 과연 길생활에 잘 적응할수 있었을까? 본능적으로 쥐를 잡겠지만, 먹이사냥에 서툴어서 결국엔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건드리게 되지 않을까.. 언젠가 어느 책에서 알타리무 김치를 하나 입에 물고 그것이라고 새끼에게 먹이던 엄마 고양이의 사진을 본적이 있다. 짠 것을 먹으면 안될텐데, 게다가 털은 온통 빨갛게 물들어서.. 아마도 배를 채워야겠으니 그랬겠지만서도 말이다.
아이들 동화이니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무엇을 느끼게 될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종을 초월하고 친구가 된 생쥐와 고양이를 칭찬해야하는 것인지, 함부로 집에서 키우는 동물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해야하는 것인지, 진정한 길고양이로서 거듭남을 자랑스러워 해야하는지 나는 너무 나이가 들어서 잘 모르겠다. 다만 고양이는 인간손에 길들어져 있다고 해도 고양이일테고, 길에서 살아가면서 캣맘들이 챙겨주는 밥을 먹어도 고양이는 고양이이며 자력으로 먹이사냥을 해도 고양이는 고양이일 것이다. 다 똑같은 눈으로 고양이를 바라봐줬으면 좋겠단 바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