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온 시 너에게 보낸다 - 나민애가 만난 토요일의 시
나민애 지음, 김수진 그림 / 밥북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내게 아주 필요한 시 해설집이다. 아직까지 시라는 것이 내게는 참 어렵다. 시에는 완전 초보라고나 할까. 그런데 때마침 나민애 님의 <내게로 온시 너에게 보낸다>라는 책을 만났다. 시를 읽고 그 시에 대한 해설을 읽고나면 좀 더 시에 친근하게 다가 갈수 있어 매우 좋다. 나처럼 감수성이 부족한 이들을 시의 세계로 이끌기에 완전 충분한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 시 (나태주) -


문득 이 시를 읽고 해설을 읽다가 끝부분 나는 이 시인을 아주 잘 알고 있는데, 내가 알기로 이 시인의 소원은 단 하가지밖에 없다라는 말에 빵하고 터졌다. 다시 시를 보니 바로 나태주시인의 시였기 때문이다. 아버지 나태주 시인이 이 부분을 읽으셨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의 '세상이 덜 아팠으면 좋겠다'라는 소원에 공감이 간다. 모두 행복하길 바라는 것보다 아프더라도 덜 아프기를 바라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서울 장안에서 만나

꽃 사이에 술 마시며 놀았니라

지금 너만 어디메에 가

광야의 시를 읊느뇨

- 육사(陸史)를 생각한다 (신석초) -


시의 제목에 나오는 '육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사람이란다. 바로 이육사이다. 책에서 소개하듯 우리에게 육사는 시인이자 독립투사이지만 시인 신석초에게는 시인이기 이전에 절친이었다고 한다. 이 시는 1970년에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시인 육사는 1944년에 사망했다고 하니 오랜 시간 친구를 그리워 하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이 전해져 온다. 특히나 이책이 좋은 점은 아무 생각없이 시를 읽고 해설을 보고나서 다시 책을 읽게 되면 그 시가 새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나는 여기에 있지만 누군가는 멀리 떠났구나라는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지 시인이 육사의 절친인줄은 몰랐다. 이런 사연이 숨었는줄 어찌 알았을까. 더군다나 그저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이승과 저승으로 갈라진 곳에서 옛친구를 그리워한다는 것이 실로 마음을 애절하게 한다. 죽음으로 갈라놓은 것이 연인이나 혈육만 애잔함이 있을까.

 

함께 시에 밑줄 쫙쫙치면 주입식으로 공부를 했어도 누구는 참 문학적으로 받아들이고 누구는 그저 입시용으로만 받아들인다. 물론 나는 후자의 경우다. 그래서 시는 여전히 낯설고 힘들기는 하다. 가끔 좋아하는 시를 외우고 때에 맞춰 이야기 하는 사람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나는 시한구절 읆는 것보다 주기율표 한줄 이야기하는게 더 쉬운 사람이니 말이다. 그래도 요즘에는 국어책 읽듯이 읽어내는 것 말고 자꾸만 들춰보고 읽어보고 하는 것이 아무래도 시에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는것 같다. 요즘 같은 메마른 시대에 한줄기 비가 내리듯 함축적인 시에 한걸음 다가갈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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