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의 돼지의 낙타
엄우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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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부풀리고 증식해 나가는 이야기의 생명력"이라..이 말이 정말로 딱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나는 엄우흠 작가님을 이 책에서 처음 만났는데 전작들인 <감색 운동화 한 켤레>, <푸른 광장에서 놀다>도 매우 궁금해졌다. 이 책들도 꼭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경수의 가족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제 1장 영혼이 없는 떡볶이」를 읽을 때는 혹시 단편집이었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슬쩍 뒷편을 넘겨봤는데, 하나로 연결된 소설이 맞다. 그런데 읽어나가면서 퍼즐이 맞춰지듯 이야기가 설명이 되서 묘한 재미가 있다. 경수의 아버지는 전직 경찰관으로 경찰은 그만두고나서 여러 자영업을 했었다. 어린 경수는 부모님과 가게에서 뛰어놀며 지냈는데, 어린이 입맛에 별로 맞지 않는 분식이었다. 어린 여학생들에게 그야말로 영혼이 없는 떡볶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고, 그로 인해 분을 참지 못했던 경수 아버지와 고성이 오고갔다. 그로 인해 벽에 낙서라든지, 어린 경수의 가방에 쪽지등이 발견되어 분식집을 접을수 밖에 없었다. 초반에 읽을때는 요즘 청소년들이 이러나, 집요하게 쫓아다니면서 해코지를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뒤에 자세한 정황을 알수 있었다.

 

이 소설은 그저 단순하게 넘어가는 일이 없다. 읽어나가면서 혹시 그때 그 사람이던가 하면서 찾아보면 여지없이 그 인물이 등장한다. 마치 나무가 가지를 뻗어나가듯이 이야기가 새로운 방향으로 살이 붙고 붙어서 짜임새있고 치밀한 이야기가 된다. 사소한 낙서가 나비효과처럼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리 큰 죄책감이 들지는 않는다. 그저 가벼운 날갯짓을 했을 뿐인 나비에게 무슨 큰 잘못이 있겠는가.(p.544) 사소한 일이 실마리가 되서 더 큰 이야기로 더 큰 인연으로 엮어져 나가게 되서 무척이나 흥미롭다. 비록 그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게 해가되고 누군가에게 이익이 되더라도 사람사는 인생사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간혹 앞쪽에서 언급되었던 이야기가 다시 회수되지 못하고 의문점으로 남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점에서 이 <마리의 돼지의 낙타>는 매우 친절한 소설이라고 할수 있다. 앞에서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이나, 갑자기 등장한 인물들도 책장을 덮을 즈음에서는 모두가 해소가 된다. 살짝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가 되긴 하지만 그건 별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냥 물흐르듯 전체적인 이야기에 동화되어 나도 그곳 '무동'에 있는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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