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어도 추억이니까 - 마음이 기억하는 어린 날의 소중한 일상들
사노 요코 지음, 김영란 옮김 / 넥서스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가끔은 내 기억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것들이 있다. 남들에 비해 왜 난 궁색할까, 혹은 나만 불행한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보잘것 없고 비루해 보여도 돌이켜보면 우리가 살아온 삶은 단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다"라는 이 책의 말처럼 힘든것도 기쁜것도, 혹은 슬픈일도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는 날은 없는것 같다.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리라..매순간마다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여기까지 살아온 바로 나 자신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얼마전 26년지기 친구들과 만났다. 평상시 얼굴좀 보자 하면 바쁘네, 어쩌네 하면서 튕기기에 바쁜 친구들이 한녀석이 부친상을 당해서, 그날로 연락을 주고받아 늦은밤에 상갓집에 모이게 되었다. 지금 우리딸 나이때에 만난 친구들인데 참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고, 시험본다고 도서관에서 머리 맞대기도 했던 그들이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 아줌마 아저씨들이 다 되었는데도 여전히 옛날 이야기 현재 이야기 섞어가면서 추억할수 있는 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남들은 모르는 우리들만의 추억이니까 말이다.


초반에 옆집 업둥이였던 예쁜 아이 이야기를 하다가 말미에 그 아이가 죽었다는 이야기와 오빠가 영양실조로 죽었다, 또 남동생이 죽었다라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자연스레 나오는 것은 아마도 저자의 어린시절이 전쟁 시대였기 때문인것 같다. 내가 직접 당한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일제 강점기가 있어서 인지 어느 이야기가 되었든 간데 일본인의 전쟁이야기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 그냥 외면하고 싶다. 아마도 그들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죄한다면 그런 맘이 달라질까. 괜시리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는 꼬투리를 잡고 싶다.


저자가 여자 기숙사에 있던 시절 심한 폭풍우가 몰아치던날 누군가 비에 젖은 기숙사 벽에 손을 댔다가 어딘가 누전이 되었던지 감전이 되어 비명을 질러댄적이 있다고 한다. 기숙사 사감이 얼른 전원을 내리고 회사로 연락을 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 내일이 시험잉라고 불을 켜달라고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화재가 날지도 모르고, 또 누군가가 감전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나는 괜찮아요, 내일 시험 망치면 큰일 난다구요."라며 물러 나지 않았단다. 그래서 불을 켰는지 아닌지는 그 후의 이야기는 없었지만, 아마 저런 사람은 좋은 아내가 되어 어떤 역경에서도 자기 자식만은 지켜내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무엇과도 맞서 싸워 낼거라 생각했다고 했는데, 난 의견에는 반대다. 화재가 날수도 있고, 누군가가 다칠수도 있는데, 자신만을 위해 나는 괜찮다니, 이건 나는 다른 사람이 어찌되었든 상관없다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무엇과도 맞써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선 다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아주 위험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 저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내 성격상 나는 절대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뭐 그다지 오랜 세월을 살아오지 않았지만, 참 좋았던 때도 있었고, 슬펐던 때도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그시절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나도 그때의 나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힘내라고.. 지나보면 다 별일 아니게 될거라고, 나는 너를 믿으니까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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