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한들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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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낯선 시집이다. 정말로 뼛속까지 이과라는 말이 맞는지... 아니면 내겐 문학적 감성이 없는 건지..예전부터 그랬다. 시집을 펼치면 그냥 무심히 책을 읽어내려가듯 후루룩 금새 읽고 덮어버리는.... 도대체 무엇을 느껴야하는지... 운율이 전해져 오기는 하는지... 그래서 어쩜 기피대상 1호가 시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시집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시집에 '도전!' 하는 느낌은 아니고, 저 '한들한들'이라는 제목이 나를 이끌었던 것 같다. 풀꽃시인 나태주님의 시집이라하니 왠지 풀꽃이 살랑이는 바람에 한들한들 움직이는 모습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어쩔수 없구나라고 느꼈던 것중 하나가.. <시로 쓸 때마다>라는 시의 첫구절때문이었다. '지구는 우주 속에서 / 하나 밖에 없는 / 푸른 생명의 별'을 보면서 우주는 광활하기에 생명이 살고 있는 행성이 있을텐데... 그리고 지구는 별이 아닌데... 아무래도 내게는 무리였던가.. 이 시를 읽으면서도 너무나도 내가 어이 없어 너털웃음이 났으니 말이다.


이 시집에 가장 맘에 들었던 시 하나를 뽑자면 <예비시인>이다.


살았을 때는 어떠한 시인도 / 아직은 시인이 아니다

목숨이 다했을 때 / 관 뚜껑을 덮을 때 비로소 / 그는 한 사람의 시인이 된다.

어디까지나 살아 있는 시인은 / 시인이 되려는 예비 시인 / 시인 견습생일 뿐


관 뚜껑을 덮을 때 비로소 한사람의 시인이 완성된다는 구절에서 뭔가 울림이 왔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가끔 나는 그 명칭이 올바른 것인지 아니면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준비가 미흡해서 혹은 너무 피곤해서 수업이 맘에 들지 않는 날에는 혼자서 참 짜증이 난다. 왜 더 준비하지 못했는가 나를 질책하기도 한다. 앞으로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동안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무색하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력하지 않을때 아마도 나는 그 호칭을 포기하고 더이상 '선생님'이 되서는 안될것이다. 


각장마다 나태주님의 손글씨로 씌여진 시와 손수 그리신 연필그림이 있어서 눈이 호강했다. 나처럼 시가 읽기 힘든 사람은 인쇄된 글씨보다 이렇듯 손글씨가 있으면 한층 더 가까이 갈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학생때 '시나브로(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란 말이 순우리말이다라고 배운 후부터 왠지 모르게 그 '시나브로'란 말을 좋아했다. 책을 읽다가 혹은 이 말을 쓰는 이들을 보면 왜 그렇게 정감이 가는지 이유는 알수 없다. 그런데 이 시집이 첫 시작은 '시나브로'였다. 그래서 더욱 끌린다. '들어가는 말'을 쓰신건지, 한편의 시를 쓰신건지.. 어쨌든 '시나브로'란 단어가 너무 좋다.


'시나브로 떨어지는 꽃잎을 받아 마음속 차곡차곡 보석으로 간직합니다.'라는 말처럼 나도 시나브로 시에 빠져드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도 변함없이 이 책에에선 한들한들 풀내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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