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보다 화가의 이력이 더 관심이 있는 화가는 이쾌대(1913~1965)이다. 그는 화가로서 민족 부흥의 사명을 민족적인 미술 양식을 만드는 것으로 완수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한국전쟁때 아픈 어머니와 만삭이던 부인을 돌보느라 피난길에 오르지 못했다가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 스탈린과 김일성의 초상화를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다시 3개월 뒤 9월 28일, 국군이 다시 서울을 수복했을 때, 스탈린과 김일성의 초상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다고 한다. 수용소에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얼마나 가족들을 그리워하는지 잘 나타나 있으나, 휴전이 되었을 때 그는 북한으로 가기를 택했다고 한다.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월북 작가가 된 이쾌대는 1988년 해금조치가 단행될 때까지 잊혀야만 했다고 한다. 이 두 화가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들이 미술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수가 있다.
그림의 매력은 여러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는데 있습니다. 각자의 상황, 배경, 감정에 따라 같은 그림이라도 다르게 읽힐 수 있지요.(p.117)
이 책은 처음에 그들의 한 작품을 소개하고 화가들의 삶과 그림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래서 아무 정보 없이 만난 작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만날수가 있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보다 뒤로 갈수록 '아~ 이런 건가?'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직은 미흡하지만 나름 그림을 보는 방법을 알게 된것이 아닌가 싶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미술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저자의 이 책을 쓰면서 생각했던 바람이 이루어진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1896~1948)은 꽤 성공을 거뒀지만 유부녀로서의 혼회 연애가 사회적인 매장으로 이어지기도 했고, 신학철(1943~)의 <모내기>는 정부에 의해 화가의 의도와는 전혀 달리 해석되어 화가는 형을 살고 작품은 압수되는 고초를 겪었다가, 29년만에 검찰 압수물 보관 창고에서 세상으로 나온 작품은 십자모양의로 훼손이 되어 있는 것을 볼수 있다.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책을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