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인생의 맛 -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
벤저민 호프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곰돌이 푸가 등장하는 가벼운 책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약간의 철학적 의미가 가득 담긴 책이다. 어렸을 적 곰돌이 푸를 안본 사람이 있을까. 그만큼 푸는 친근한 캐릭터이다. 그래서 요즘에도 곰돌이 푸를 등장시키는 책들이 많이 발간되고 있다. 이 책은 1982년에 발간되어 벤저민 호프를 초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처음 읽을때 이 책에 등장하는 푸의 인상은 참 왜그리 멍청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뭘 쓰시는 거예요?"

"<푸의 철학>이라는 책이란다."

"푸의 찰흙이요?


내가 어렸을 적 봤던 푸가 이렇게 바보같은 생각을 할까, 정말 그때 이런 바보같은 푸를 좋아했던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읽어 나가면서 무언가가 떠올랐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나처럼 비교적 많은 풍파를 겪은 어른들이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득과 실을 따지는 것이 아닌가. 어릴적 푸를 사랑했던 순수한 마음으로 대할때 비로소 진실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쩌면 곰돌이 푸는 도가철학에 박(樸)이라는 개념 즉, 다듬지 않은 통나무라는 뜻에 가장 적합하지 않나 싶다. '다듬지 않은 통나무'라는 개념의 핵심은 사물이 본래의 단순한 상태에 머무를 때 그 사물이 본래 지닌 자연스러운 힘이 발휘되는데, 그 단순성이 변하면 사물이 자연스러운 힘도 쉽게 손상되거나 손실된다. '박'은 도가철학의 기본 원리로서 본연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지닌 사물을 물론이고 사람에게도 적용되는데, 곰돌이 푸야말로 다듬지 않은 통나무의 전형이므로 푸의 그 단순함으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를 얻을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어릴적 친구들 래빗은 늘 '똑똑하게 행동하기 위해' '지식'에 의존하는 길을 선택하고, 아울은 '똑똑해 보이기 위해' '지식'에 의존하는 반면, 이요르는 '뭔가에 대해 불평하기 위해' '지식'에 의지한다. 그러나 푸는 그야말로 다듬지 않은 통나무의 전형이라고 본다.


이 책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아울, 래빗, 이요르, 푸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아울과 래빗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한 이요르처럼 그 결과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고 있지만 불평을 통해 얻는건 없으며, 만약 우리가 똑똑하다면 푸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단순하게 푸의 길만을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내면속의 이 네 친구가 조금씩 조화를 이루는 편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던 초반의 나처럼 래빗과 아울만을 앞세우는 것은 안되지만 복잡한 세상을 살아갈때 어떤 경우에 이요르를 앞세우다가, 어떤 경우에는 푸를 앞세운다거나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전적으로 푸의 길만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단순성을 고집한다면 세상 살아가는데 본인만 힘들어질거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저자의 마지막 말에 살짝 동의하지 않음도 내가 어릴적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탓일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