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 프로젝트 - 로더릭 맥레이 사건 문서
그레임 맥레이 버넷 지음,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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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살인 사건, 서로 다른 기록들...

1869년, 스코틀래드 북부의 한 마을. 열일곱 살 소년이 세 사람을 참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열일곱 소년 로더릭 맥레이가 이 사건의 중심에 있다. 흔히들 추리장르물에서는 사건이 벌어지고 나면 범인으로 의심이 가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반전을 통해 뜻하지 않은 범인이 잡히게 된다. 처음부터 대놓고 범인을 드러내놓고 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 책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붉은 손가락>이었다. 이 소설 또한 범인은 이미 밝혀져 있는 상태이다. 그가 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가란 배경을 보여주고 있다.


철저하게 계급사회인 중세시대에 치안관으로 뽑힌 라클러너 브로드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소작농들을 압박한다. 지나친 벌금을 물리게 하는가 하면 사사건건 로더릭의 아버지와 대립을 하며 궁지로 몰아간다. 로더릭이 고백으로 이어지는 전반부를 보게되면 비록 사람을 죽였다고 하나 빌미를 브로드가 마련한것 같아 좀 안타깝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재판과정에서 로더릭은 등장인물의 시선에 따라 다각도로 비쳐진다. 변호사 싱클레어와 이웃들에게는 정신적 결합을 가진 젊은이로, 정신분석의 제임스 톰슨과 검사에세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파렴치한으로 그려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범인이 확실한 로더릭에게 다시 의구심이 들게 된다. 과연 그는 정신적 결합이 실제로 있는 젊은이인가, 아니면 그저 극형을 피하기 위한 또 하나의 처세술인가. 하지만 변호사인 싱클레어와는 달리 모든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로더릭의 태도로 잠시 혼란을 가져오긴 한다.


이를 두고 역자는 이 소설을 범죄소설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소설이며, 누가 범인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범죄를 저질렀으며, 주인공 로더릭을 비롯해 어느 증인의 말을 믿을 수 있느냐가 소설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또한 소작농을 둘러싼 착취와 억압들, 철저한 계급 사회가 드러내는 잔혹상등은 우리네 것과 그다지 다를바가 없는것 같아 참 마음이 조금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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