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민 교수의 의학세계사 - 주술사부타 AI 의사까지, 세계사의 지형을 바꾼 의학의 결정적 장면들!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8년 12월
평점 :
그동안 내가 봐왔던 서민교수의 책들은 그의 입담으로 넘쳐났었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게 글들을 읽을수 있었고, 이 책도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소재가 의학 세계사이다보니 그런지, 그의 입담이 기대하것에 보다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차짓 딱딱할수 있는 이야기를 그가 아니면 어떻게 풀어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타고난 그의 재치있는 입담이 마냥 부러울 따름이다.
소재가 의학 세계사이다 보니 손쉽게 접근할수록 주인공을 내세웠다. 그가 바로 신석기 시대를 살고 있는 '외치'이다. 외치는 1991년 알프스산을 오르던 독일인 부부가 얼음 속에서 엎드려 있던 시체를 발견했는데, 냉동된 덕분에 시체는 아주 잘 보존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실종되었던 학교 선생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결국 학자들은 그가 5300년 전에 죽은 신석기 시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발견된 곳이 외치계곡이어서 이름을 '외치'라고 했다. 외치는 얼음속에 있어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했다. 5300년전 신석기인에게도 심장은 있더라, 적혈구를 통해 산소를 공급받고 있더라라고.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인걸 말이다. 5300년전 그곳에도 사람은 살고 있었다.
그 시절 외치는 살아생전 많은 통증으로 고통 받았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외치는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고 있었고, 무릎과 발목이 좋지 않아 물까지 차있었다고 한다. 외치가 살았던 그 시대에는 마땅히 그의 질병을 치료할 수가 없었지만, 그들만의 방법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또한 우리도 외치와 함께 의학을 발전을 살펴보기 위한 긴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신석기 시대에는 문신을 새기면서 통증을 다스린다. 이처럼 사람의 삶과 죽음을 다루는 의학은 처음부터 과학적이지 않았다. 이 책은 세계사를 바꾼 의학의 결정적 장면을 담고 있다. 그리고 <신의시대 ; 기원전 5300~207년>, <인간의 시대 ; 1025년~1638년>, <발견의 시대 ; 1854년~1941년>, <예방의 시대 ; 1961년~현재>로 총 4가지 파트로 나누어서 의학의 역사를 설명한다. 흑사병, 말라리아 치료제, 수인성 전염병 콜레라, 천연두 백신, 페니실린의 발견, 장기이식, 인간게놈프로젝트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다.
특히나 이 이야기들중 새로운 발견이면서 좀 씁쓸한 면이 있는 것중의 하나는 천연두를 예방시키는 방법을 찾은 제너의 이야기이다. 그가 소젖 짜는 여인들은 천연두에 안걸린다는 소문을 듣게 되어 우두로 인해 손등엔 농포가 생긴 여인을 만나, 그 농포를 긁어서 자기 하인의 아들인 제임스 핍스에게 찔러 넣었는데 핍스는 열이 났고, 겨드랑이에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지다가 회복되었다. 2개월 후 다시 핍스를 데러다가 천연두를 앓는 사람의 농포를 긁어 그에게 찔러 넣었다. 소문대로 핍스는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다. 소문이 사실이어서 참 다행이었지만 만약 소문이 사실이 아니었다면 핍스는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겠는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제너의 행위에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있지만, 계급 사회였던 그 당시엔 아무일도 아니었다는게 참으로 씁쓸하다. 하지만 천연두가 바이러스라는 것도 모르는 시절이었고, 면역에 대한 개념도 없던 시절에 살짝 윤리적 문제가 있었긴 하지만 그로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구할수 있었기에 살짝 씁쓸한 마음은 지우기로 해야할것 같다.
현재의 의술로는 외치는 심장이식을 기다리지 않고 인공심장으로 생명연장을 할수 있다. 물론 외치가 살아 있다면의 가정이고 현재 외치와 같은 증상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이렇게 의술이 발달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질병들이 많겠지만 서도 계속해서 의학은 발전하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수많은 사람의 희생이 따르기도 한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알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발전이 일부사람들만이 받는 혜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외치가 살았던 시대에는 원인도 모르고 치료 기술이 없어서 수명이 짧을지더라도 요즘 시대에서는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지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