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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천사의 말을 한다
허금행 지음 / 경진 / 2018년 12월
평점 :
장난스럽게 왜 남편이 천사의 말을 하는 것일까, 죽을 때가 다 되서 그런가라는 말을 했었다. 왜 죽을 때가 되면 사람이 변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랬더니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저자는 결혼하여 미국 유학길에 오른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남편은 공부를 했고, 영어가 서툴렀던 부인은 아이 넷을 키우면서 남편의 내조를 했었던것 같다. 그런 남편이 고혈압으로 쓰러지기를 몇차례..통증이 심하거나 부인이 안스러워 보이거나 혹은 쓸쓸할 때면 '나한테 시집와서 고생만 많이하고'라며..
저자의 부부는 1972년 결혼을 했다. 우리 부모님 세대이시다. 부모님 세대는 흔히들 남편은 일을 하고 아이들 키우는 것은 아내의 몫이었다. 의사가 바쁜 직업이라는 것은 알지만 아이들의 대학졸업식에 한번도 참석한 적이 없는 아버지. 가족의 생일을 한번도 기억한 적이 없는 아버지, 책에 파묻혀서 이렇게 좋은 학식을 모르고 살 뻔했다는 말을 툭툭 던지는 정말로 전형적인 그 시대의 아버지랄까. 그랬기에 나중에서야 아프고 나서야 부인에게 미안했을까. 미국에서 살지만 약간은 가부장적인 남편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저자께서 지나온 삶이 행복한 것이었다고 다독일수 있다면야 그분의 생각에 대해서 왈가왈부 할수는 없는일이라고 본다.
은퇴를 하고 부부는 산속으로 이사를 했다. 산에 코요테와 여우가 살고 있어 잘 있다고 자녀들에게 안심시키는 방법으로 시작하게된 페북. 그곳에 다시 만난 사람들,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두런두런 거리며 지내다가 페북에 올린 글을 묶어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그들의 이야기였고, 혹은 우리들의 이야기지 않을까 싶다. 은퇴를 하고서 나도 커피를 마시며 예전에 기억을 미화하며 예쁜 추억으로 만들지 말이다.
아무래도 인생의 선배시다 보니 군데군데 좋은 말들이 눈에 띈다. 아직 나는 은퇴를 앞둔 세대는 아니다 보니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사회를 질타하는 그런 시선의 이야기들이다. 정원에 꽃들 심으며 꾸미려고 했는데, 사슴의 과자로 꽃마다 모가지가 잘리고 황폐해져 가기만 했단다. 그러 가운데도 살아남은 꽃들은 히아신스와 수선화 그리고 능소화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힘든 세상살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마음 어딘가 쓴맛이나 독을 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맛있는 것은 먹히고 연약한 것은 꺾이고 , 착하기만한 사람들은 이용당하고, 이런저런 일을 당하면서 나도 살아남을 만큼의 독을 키우고 있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p. 41~42)"란다. 어쩜 이리 마음에 확 끌리는 말이런지. 힘든세상 살아가는 것에 살짝은 독을 키우고 이정도선에선 나를 건드리면 위험하다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내가 조금 불편을 감수하더라고 아니 왠만한 경우에도 '괜찮다 괜찮디'라는 말을 줄곧 하는데 오히려 그것을 이용하는 몇몇 사람들을 봐온탓이다. 오죽하면 어린 딸아이마저 요즘은 '가는 말이 거칠어야 오는 말이 곱다'라고 하겠는가.
가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에세이를 읽어보기도 하는데 이렇게 인생선배분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참 좋다. 어떤 경우는 '맞아맞아'하면서 공감할수도 있고, 내 인생의 앞을 예상하며 나를 뒤돌아볼수도 있음에 좋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