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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벚꽃
왕딩궈 지음, 허유영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무라카미 하루키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언급한 글을 무기로 싸울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가 바로 왕딩궈라고 한다. 작가로서 아무래도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한다. 나는 이 작가를 처음 만났다. 이 소설의 추천사를 보면 "그의 소설은 한번도 머리, 허리, 꼬리의 황금구조를 가진적이 없다고 한다. 소설 전체에 걸쳐 그의 서술에는 여백이 너무 많고, 인물의 감정을 묘사할 때도 언제나 반백체(反白體)를 사용한다. 반백체란 직접적으로 이야기의 핵심을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주변 묘사를 통해 분위기를 만나는 것이다.(p.307)"라고 언급되어 있다. 글에 여백을 남긴다던지, 반백체를 사용하는 것은 독자에게 넓은 상상의 여지를 만들어줌으로써 끝까지 호기심을 유지하며 읽어 내려가다가 마지막에 무릎을 치며 경탄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 온통 물음표였다. 왜 그는 허둥대며 카페에서 자리를 잡았는지, 빈털터리가 되고도 마지막 패를 놓지 못하는 노름꾼처럼 담배를 피원건지.. 그는 뤄이밍.. 그저 병이 났다고만 언급이 되어 있었다. 선행을 많이 하고 동네에서 평판 좋던 사람.. 도무지 무슨일인가.. 의구심이 갖게 될무렵 조금씩 조금씩 그들에 얽힌 이야기들이 실마리가 풀려나가게 된다. 저자는 이야기의 전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마치 처음에는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친절하지 못한 작가... 그래도 그 불친절함으로 인한 호기심에 더욱더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겉으로는 진정한 사랑을 잃고 사랑을 찾아 헤매는 남자의 이야기지만, 사실을 녹록치 않은 인생에서 사랑을 빼앗기고 이상이 무너지고 미래가 박탈당한 순간의 이야기이다. 내가 쓰려고 한 것은 슬픔이 아니었다.(p.13)
그런데 슬프다.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도, 사랑을 빼앗은 사람도, 그리고 대신 속죄를 하는 사람도...
모두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