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김나연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엔 제목을 보고.. 음흉한 미소를 좀 지었더랬다. 좀 노골적이지 않나 하는.. 하지만 내용은 영~ 딴판이랄까. 물론, 중제목 중의 하나인지라.. 뭔가 동물의 세계를 생각했다면(내가 바로 그랬음) 큰 오산이다. 마치 이 책은 친구끼리 누구의 집이든, 아니면 여행지에서랄까, 밤새 노닥거리는 그런 책같다. 아니면 맥주캔 뜯어서 꺄르르 하면서 이야기하는 책인것만 같아서... 너무나도 좋다. 각주까지 재밌다더니, 정말로 버릴때가 없구나. 너란 책은..
내가 책을 읽는 주무대는 전철안이다. 그래서, 항상 가방속에는 책이 들어 있기에 작은 핸드백 같은건 꿈도 못꾼다. 가방을 고를때의 기준도 디자인이 아니라, 끈이 튼튼하게 달려있는가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자 챙겼을 때 얼마나 좋았던지, 우선 가벼워서 10권도 들고 나갈수 있을 것 같다는~
재밌는 표현 하나가 있었다. "너는 날 재밌는 책처럼 읽잖아요. 내가 궁금한 게 아니라 내 얘기만 궁금해하잖아요. 그래서 다 읽었다 생각되면 덮어버릴 텐데 그런 사람을 어떻게 믿고 만나요." 물론 이 책에서 짝사랑을 고백하던 남자에게 하는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사람을 책처럼 읽는다는 말.. 남녀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도 그런 사람이 가끔 있다. 더이상 빼먹을게(?) 없다 하면 그냥 덮어버리는 사람. 다시 안볼것 처럼 집어던지는 사람. 나도 때론 그런것 같다. 뭐, 그래서는 안된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은 독립출판물이었다가 입소문이 나서 품절되었다가 정신 단행본이 나왔다는데, 이 책을 계기로 독립출판물이 뭔가 찾아봤다. 나름 책 좋아한다고 자부했는데, 역시 자만은 금물.. 어떻게 독립출판물을 모를수 있나, 아마 대충은 알았었는데, 자세하게 몰랐던 것뿐이라고 애써 변명을 한번 해야겠다. 우연찮게 김나연 작가님의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예쁜분인데.. 나중에 독자와의 만남이라도 하신다면 꼭 만나고 싶다..
가끔 그런 책이 있다. 검은 것은 글씨요, 흰것은 종이다라는 책.. 정말 나랑은 안맞는거지.. 분명 글을 읽고 있는데 작가가 읽어주는 듯한, 글이 눈에서 뇌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귀를 통해 들어오는듯한, 정말로 나랑 궁합이 쫙쫙 맞는 이야기. 이 책이 그랬다. 다시 뒤적뒤적이다가 읽어보아도, 작가님이랑 수다떠는 것처럼 재미있다. 다정한 포옹이 필요할 때마다 자신을 부둥켜안고 쓴 책이라고 하는데, 위로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말이다... 위로보다 배꼽을 잡게 하는데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