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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놓고 살았다 사랑을 놓고 살았다
고두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11월
평점 :
음... 아마도 역시 나는 뼛속까지 공대생이 맞는가보다. 시는 무척이나 힘들다. 이 책처럼 약간의 설명이 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시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한번 시를 읽어보자 하면서 간혹 구입은 말고 도서관에서 빌려보지만 시만 있을 때는 정말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느낌이 없어서 한해동안 읽은 시집이라는 것은 아니 최근 10년을 두고라도 손에 꼽을것만 같다. 나이가 들면서도 책을 읽으면 생각이 많아지지만 시는 아직은 좀 버겁다고나 할까. 그래도 이 책은 딱 좋다. 설명이 곁들여 있어서, 시를 다시 읽어보니 느껴지는 그 마음들... 이렇게라도 시의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으면 그만 아니겠나.
책을 읽다가 온몸이 싸늘해져 어떤 불덩이로도 녹일 수 없을 때, 그것이 바로 시다.
머리끝이 곤두서면 그것이 바로 시다. 나는 오직 그런 방법으로 시를 본다.
-에밀리 디킨슨(p180)-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이 한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말을 적어놨었는데, 아마도 나는 온몸이 싸늘해진, 머리끝이 곤두서는 그런 느낌을 겪은 적이 없어서 인가. 그때 왜 이 구절을 적었을까 의문이 들긴하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뭔가가 있는 걸 느낀 것도 있다. 들어본적이 있는 시인데,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고요?라는 시이다. '신의 부름 받더라도 죽어서 더욱 사랑하리라'라는 구절이 시에는 영~ 아닌 내게도 뭔가를 주는 구절이었는데 그 배경이야기를 알고나니 더 애절함이 느껴졌다. 소아마비에 척추병, 동맥 파열등이 겹쳐 자리에 누워 지내야 했던 엘리자베스. 서른아홉살때 여섯살 연하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열렬한 구애에 그와 결혼한후 산책을 하다가 그의 외투에 쪽지를 넣어준 것이 바로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고요?"라는 시란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서 다시 보니 엘리자베스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만 같다.
시를 잘 몰라도 어떠랴. 이런 고마운 책들이 있으니 그냥 그렇게 즐기면 되는게 아니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