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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한달마다 기억이 리셋되는 '아키야마 아스나', 그녀는 '전향성 건망증'을 앓고 있기에 한달마다 모든 기억이 리셋된다. 숫자에 매력을 느끼는 모든 상황을 숫자와 연관짓는다. 참 다양한 숫자의 종류들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S.J. 왓슨의 <내가 잠들기 전에>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그 소설의 주인공 크리스틴은 사고로 인해 하루의 기억밖에는 갖지 못하고 있다. 일어나면 남편도 자신의 모습도 주치의도 잊어버리는...단기기억상실증. 다행히 아스나는 한달을 기준으로 기억이 리셋된다. 부모는 기억하나? 집은? 학교는? 약간 30일간의 기억만 가지고 있다면 더 현실적이었을까.
과거 좋아했던 친구를 잃었던 한 소년(이름은 안나왔는지, 내가 기억을 못했는지, 그냥 자연스레 나, 너로만 나온건지.. 언급은 되었는데 모르는것인지..), 그래서 마음의 문을 닫았던 그가 갖고 있던 핸드폰 번호가 친화수(두 수의 쌍이 있어, 어느 한 수의 진약수를 모두 더하면 다른 수가 되는 것을 말한다)여서 매력을 느낀다는 아스나 덕에 마음을 열고 세상밖으로 나온다.
"12월 25일은 '플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와 파트라슈의 기일이야"라고 말하는 귀여운 아스나. 어쩌면 한달마다 기억이 새롭게 리셋되며 그 주기가 짧아지면 두려움도 있겠지만 아스나는 다음달의 아스나를 위해 충고와 함께 일기를 쓰며, 다다음달의 아스나를 위해 조언도 부탁한다. 참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친구다.
가끔은 나도 내 머리속이 얽혀 복잡한적이 많다. 그리고 쓸데없는 기억때문에 고민을 한적도 많다. 그래서 한달마다 리셋되는, 일기장에 적지않으면 기억하지 못하는 아스나가 부럽기도 하다. 살짝 예전의 <여름향기>가 생각나는 소설이기도 하다.
홀로 있었을 때, 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품은 적이 없었다.
다만 그녀를 알게 된 후 고독을 알게 되었다.
1이 2가 된 순간, 고고함이 고독으로 바뀌었다.
사람과 접함으로써 혼자 있는 것은 외로운 것이란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2라는 숫자를 알아버린 사람이 1이 되었을 때 얼마만큼의 고독을 맛보게 되는지 나는 매달 새삼 절감한다.(본문 中 p.99)
이 부분은 참 의미심장하다. 1이였을 땐 고고함(세상일에 초연하고 홀로 고상하다)인줄 알았던 그 감정이 2라는 숫자를 알아버린 사람이 1이 되었을때 느낀 고독함(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하다.) 사전까지 찾아가며 다시한번 음미하게되는 구절. 풋풋한 로맨 속에 생각이 깊어지는 것은 날씨탓일까, 아니면 나이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