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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사소한 것이 더 아름답다
천성호 지음 / 리딩소년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가방을 살때면 브랜드보다 더 신중하게 보는것이 끈부분이다. 항상 외출할때면 읽든 안읽든 책을 갖고 다니기에 끈을 해먹은게 여러번이라 무조건 끈이 연결된 부분이 튼튼해야 한다. 그래서 가끔 이 책처럼 가벼운 책은 너무 반갑다. 게다가 산문집은 짧은 거리를 이동할때 짬짬히 볼수 있어서 더 좋기도 하다. 남들에게 별로인것만 같은 사소한 것이 때론 내겐 아주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이 책 제목은 나와 참 어울린다. 아니 모든 사람에게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어떤 이에게는 주목받지 못하는 사소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아름답기만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 제목이 근사한 책인것 같다.
몇가지 공감한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어느날 달걀 프라이를 하는 와중에 한개는 괜찮게 프라이팬에 터트렸는데, 뒤에 터트린 달걀은 오래되었었는지, 수류탄이 터져나듯 심한 냄새와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가까스로 수습은 했지만 그 이후 얼마동안 달걀만 보아도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아주 힘들었다고 하다. 기억이라는건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특별했던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법이라 사람들은 저마다 아픈 자국을 한두개쯤 가진채로 삶을 살아간다는 말에 얼마나 격하게 공감을 했던지... 나의 안좋은 버릇 중 하나가 기억을 되새김질 하는 것이다. 문득 문득.. 나도 모르게 힘들었던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그냥 잊어. 다 지난일이야라고 위로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그렇게 극복하고 살아가는지. 정말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듯 잊고 사는건지.. 나만 무던히도 나를 괴롭히는건지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또 하나, <책장예찬>이라는 글... 나는 내 물건을 말하지도 않고 쓰는걸 싫어한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하지만 책을 맘대로 꺼내는건 싫다. 좀.. 책에 대해선 유별난 편이라고나 할까.. 예전에 석사과정에 있을때 연구실 내 자리에서.. 뭔가 이상함에 한참을 책상을 들여다보다가..책이 한권 없어진걸 알았다. 선배가 잠시 보다 갖다 놓으려고 했는데 잊었다면서 미안하다고 가져다 주었다. 정확하게 한권이 비어있는 자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권이 빈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도 것이지만, 지금의 나라면 선배라도 싫은 소리를 한번쯤 했을텐데 그당시에는 뭐.. 그럴수도 있죠.. 하면서 그냥 지나쳤지만, 난 내 책을 유별나게 사랑하므로 저자처럼 장기대여는 사양하는 편이라고나 해야겠다.
책을 좋아라하는 사람의 공통점 중 하나가 탑을 쌓는 것이다. 책장에 잘 정리를 하다가 급기야 아이들이 눕기 시작하더니, 바닥까지 내려와서 탑을 쌓기 시작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매번 책을 구입을 했지만 도서정가제에 앞서 집안에 놓을 공간이 협소해졌다는 가족들의 눈초리가 피부에 와닿으면서 정가제를 핑계로 책을 구입하는 것을 자제하기로 했다. 그리고 도서관을 애용하고 책을 좋아라 하는 사람들과 나눔을 하기로 노선을 바꾸기로 했다. 우리집은 항상 책이 들어는 와도 나가지는 않아서 늘 포화상태였는데, 이제는 좋은책은 이웃들과 나누려고 한다.
번데기로 살다 나비가 되고, 나비로 살다 다시 번데기가 되는 것. 그러다 결국에는 바람속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야 마는 삶. 인생이란 이처럼 치열해서 아름답고, 덧없어서 눈물겨운 과정이 아닐까(본문 中 P.74)
이래서 글잘쓰는 사람은 부럽다. 어떻게 이렇게 예쁜 글들을 쓰는지. 글 못쓰는 나로서는 그저 감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