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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안송이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년 7월
평점 :
인생의 어떤 일은 시간과 함께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일은 지나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글이 참 맘에 든다. 저자는 22년째 스웨덴에 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스웨덴으로 갔다 하니 얼핏 나와 연배(?)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공감하기도 이해하기도 또 위안받기도 하는 책인것만 같다. 유독 눈길을 끌었던 이야기는 저자의 딸 선물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선물이는 자폐진단을 받았지만 아빠와 함께 한 모습과 엄마와 함께 한 모습에서 의사는 극명한 차이를 느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마주하는 태도가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평소에 딸아이는 내게 껌딱지처럼 달라붙는다. 내가 일을 하다 보니 유독 더 내 뒤만 졸졸졸 따라다니는 아이인데, 내 자신이 힘들고 지치니까 괜시리 짜증이나서 얼마전에 아이에게 화를 내버렸다. 처음으로 내게 말걸기기 무서웠다고 우는 아이에게 얼마나 미안했던지 말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내 자신의 삶은 없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20대 대학생이었던 시절, 사회초년생으로의 삶, 30대 때 회복할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좌절감도 있었고, 40대를 접어들면서 나이를 받아들이기도 겁나고, 뭔가 나를 찾고 싶은 마음도 들기도 하고 정말로 견뎌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삶인것 같다. 과연 나는 내가 주인공이 되는 삶을 다시 찾을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절대로 시간은 약이 될수 없다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정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달전쯤 일하던 곳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대학생을 만났다. 참 좋을때다 했었다. 난 언제 대학생었던지.. 길거리에서 아가들을 보면 귀엽다 하지만 다시 키우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한다. 내 키보다 살짝 더 큰 아이를 보면서 그동안 전쟁 치르듯 치열했던 삶은 한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어쩜 그 치열했던 삶 속에서 이제는 연룬(?)도 쌓이고 괜찮아지는 중인것만 같다. 앞으로 내 삶에 또 무슨 힘든 일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슬기롭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맞서 싸우기보다 살짝 비켜서서 어서 지나가거라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