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담 - 스마일 화가와 시크한 고양이의
이목을 지음, 김기연 사진 / 맥스미디어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고 나는 커피숍에 앉아서 씁쓸한 아메리카노 한잔과 부드러운 치즈케익을 먹고 있는 기분이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런 기분이다. 편집자인 시크한 고양이 체셔와 스마일 그림으로 먹고 사는 화가 이목을의 대화는 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체셔처럼 나도 한때 다양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나 때에는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다고 응원해준 사람이 별로 없다. 부모님은 당연히 자식의 편에 서서 잘 해나가고 있다고 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숨기 수 없어 때때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친구들도 처음에는 내 편이 되었지만 가면 갈수록 나의 방황에 그들은 불안해 했다. 마치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일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의 계획이 잘 되어 가고 있는지 자꾸 확인을 받았다.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요?

친구는 어떻게 사귀나요?

익숨함에 대해서

이해란 무엇일까요?

부러움에 대해서

서른에 대해서

결혼해도 될까요?

 

쳬셔는 사람여행이 가장 재미있다고 한다. 그건 나도 동감한다. 낯가림 없이 처음 만나 사람과도 아무런 불편함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또 내가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듯 하다. 그리고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그들의 조언, 충고를 듣고 싶어한다. 그래서 사람과 만나면 그 사람을 파악하려고 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잘 살고 있는지 확인받고 싶어하는 동물이고 남들처럼 잘 살고 있는지 재보는 종족이다. 스마일화가는 이런 나의 마음을 어떻게 잘 아는지 체셔의 순순한 질문, 까다로운 질문, 어처구니 없는 질문에 답을 해준다. 스마일 화가의 조언이 충고나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한가지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그의 모습에 나는 그들의 편지가 부럽다.

 

남들은 고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부분을 나는 고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표현할 수 없을때가 있다.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평가받기 싫으니깐... 하지만 스마일화가라면 마음 높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오늘 기분이 그리 좋지 않은 날이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중간중간에 자꾸 찾아오는 바람에 나는 불안하기만 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그때 체셔와 스마일화가의 편지가 생각났다.

 

완벽한 이해는 없대요. 하지만 진정한 이해는 그 사람 밑에 서 있는 거래요. 미에서 그 사람의 생각을 들어주는 거래요” - 체셔(p.130)

어렵고도 쉬운게 이해다. 내 관점의 그물을 던지지 않고 가만히 보는 것이 이해다. - 스마일화가(p.132)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애인과의 사이에서도 이해는 어려운 감정이다. 이해하기 힘들어서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관계도 있지만 아무래도 가족과 애인에게 이해란 너무너무 어렵다. 그저 바라보려고 했지만 마음은 쉬이 놓아지지 않는다.

 

막연히 던지는 충고가 아니라 우리보다 오래 산 스마일 화가의 현실적인 충고는 나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 준다. 소설처럼 탐독하지 않아도 역사책처럼 집중해서 보지 않아도 쌀쌀한 가을날씨에 따뜻한 커피 한잔에 딱 어울리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