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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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가게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미시마야에 어느날 손님이 한명 찾아온다. 그 손님은 흑백의 방을 찾아왔다. 그리고 붉고 아름다운 만주사화를 보고는 놀라 얼굴이 창백해지고 쓰러질 듯한 자세를 취한다. 한자어로 찾아본 만주사화의 뜻은 천계에서 핀다고 하는 가공의 꽃 이름이라고 한다. 책에서는 피안(춘분과 추분의 전후 7일간) 무렵에 피워서 피안화라고도 하고 주로 묘지에 피기 때문에 죽은 사람의 피를 빤다는 의미로 사인화라고도 한다.

曼珠沙華 [ 만주사화   

 

 

   만주사화를 보자마자 기절할 듯 한 손님에게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오치카는 손님의 바램으로 한 이야기를 듣게된다.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낼 수 없었던 이야기, 감추려고 악바리 쓰면서 감추려고 했던 이야기,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손님은 오치카에게 스스럼 없이 털어놓게 된다. 그토록 감추려고 했던 이야기를 생전 처음 본 사람에게 한다. 들어서는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손님의 바램으로 오치카는 이야기를 그저 듣고만 있다. 그저 듣는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궁금한점도 묻고 따지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남들하고 어울리려고 하지도 않고 밖에 나가려고도 하지 않았던 내성적인 그녀가 이야기를 듣자 감춰져 있던 내면의 진짜 모습이 나오는 듯한 것인지 손님에게 실례되는 말도 하게 된다.

   이렇게 만주사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오치카는 어느 순간 흑백의 방에서 또 다시 괴상하고도 괴이한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자신의 내면 속에 꽁꽁 감춰두었던 진짜 모습’ ‘속마음을 알아차린다.

  오치카의 숙부이자 미시마야의 주인 이헤에는 흑백의 방을 이렇게 말한다.

나와 바둑을 두는 적수들의 경우에는 이곳에서 그야말로 승부의 흑백을 다투었지만 네 경우는 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의 흑과 백을 견주어 본다는 뜻이되겠지 반드시 백은 백, 흑은 흑이 아니라 관점을 바꾸면 색깔도 바뀌어 그 틈새기의 색깔이 존재한단다

   우리는 흑과 백 , 이 두가지 엄연히 다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시점에서 내 관점에서 바라봤을때의 이야기 이다. 내 눈에 흑인 것이 남들 눈에는 백이 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평소 잘 깨닫지 못한다. 미미여사가 흑백 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한 것이 아닐까?

   편집자의 말을 빌리자면 흑백의 원제는 오소로시일본어로 무섭다 두렵다 겁나다 라는 사전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사전적 의미에서 이 책의 기본 바탕은 무서움 즉 괴담이다 하지만 미미여사는 단지 전설고향풍의 호러가 아닌 다른 의미의 무서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인간 혹은 자신의 내면을 몰래 엿보다가 의외의 것을 발견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무서움. 바로 그러한 것을 미미여사는 흑백에서 이야기 하고자 했다.

   인간 혹은 자신의 내면의 의외의 면, 이 말에 나는 나쁜짓을 하다가 들킨 아이처럼 눈이 커지고 심장이 벌렁거렸다. 나 또한 그런적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기 부끄럽고 창피하고 남들의 눈이 무섭지만... 우리집은 강아지를 키운다. 동생의 고집에 못이겨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고 강아지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즐겁다. 하지만 즐거움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귀찮음 짜증남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이고 걱정스러움도 커진다. 내가 결혼하면 이 아이는 어쩌지,, 내가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할 때쯤이면 이 아이도 나이가 들어 죽을때가 되니깐 아무런 문제 없을 거야 라고 한 순간 생각한 적이 있다. 내가 결혼을 하면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현실에 나도모르게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생각을 한 나자신에 정말이지 화가 났다. 어째서 이러한 생각을 한것일까? 후회해도 벌써 생각해 버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미미여사는 인간의 가지는 이중적인 모습, 이면의 나의 무서움을 흑백의 이야기들을 통해잘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오치카라는 소녀의 눈을 통해, 시선을 통해 자신이 하고싶었던 말들을 우리에게 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나의 이면적인 모습을 알게 되는 것 같아서 부끄럽고 창피했지만 읽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타의의 도움에 의한 반성이라고 해도 나는 나 자신의 이면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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