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없는 수영장 사계절 1318 문고 147
김선정 지음 / 사계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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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 밤 목현고등학교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소리. 당직 기사가 학교에서 오래 일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일이 반복된다. 기현, 영리, 진호는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비밀을 파헤쳐 간다.
물 없는 수영장. 목현고등학교에는 수영부가 있었다. 지금은 없어진 수영부는 학교 뒤편 야외 수영장에서 훈련을 하고 좋은 성과를 거두어 간다. 그러나 어느 날 말없이 사라진다. 수영장과 의문의 사건은 어떤 관계가 잇는 것일까?
그러던 중 오랫동안 학교에서 근무하시던 체육 선생님이 그만두고 기간제 선생님이 오신다. 비밀을 파헤치던 아이들은 수영장이 폐쇄되던 해의 졸업앨범을 가지고 오랫동안 근무했던 체육 선생님을 찾아가고, 새로 온 체육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서서히 맞추어지는 퍼즐 조각들.
학교 인근에 있던 축사와 관련된 일화가 나오며 꿰어지는 진실들. 그리고 새로 온 체육 선생님이 가진 가족에 대한 아픔은 목현이라는 지역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더 이상 수영을 할 수 없게 된 수영장에서 비밀을 감추기 위해 의문의 소리를 만들어 왔던 상구. 상구는 왜 그랬을까? 아버지를 믿고 으스대길 좋아하던 상구가 가진 슬픔은 순수하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던 어린이에서 비열하고 화를 참지 못하는 소년으로 만들었다.
얽히고 설킨 사연들은 결국 그 날, 그 곳에서 벌어진 진실을 이야기한다.
전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생명을 강제로 앗아가야 했던 그 날, 그 생명들을 감추어야 했던 그 곳 그리고 모든 것을 삼켜버린 대지 위에서 형체도 없이 사라져야만 했던 생명들. 목현고등학교의 진실은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현실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추리물이자, 인간의 추악한 욕망, 섬세한 감정의 끝이 드러나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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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그린 사람 - 세상에 지지 않고 크게 살아가는 18인의 이야기
은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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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에서는 사람책이 관심을 받고 있다. 역사는 거대한 서사의 흐름을 기록한다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거대한 이야기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2000년대 중반 임용 준비를 할 때, 독립유공자 가산점에 생겼다. 처음엔 10점이었던가...? 0.1점으로도 당락이 결정되던 시기 10점은 매우 큰 점수였다. 한 선배가 집에 가서 할아버지는 뭐 하셨대? 독립 운동도 안 하시고.’ 농담 아닌 농담을 했더랬다.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할아버지도 독립 운동 하셨어.’ 하기에 반가움과 놀라움에 반응했더니 동네 뒷산에서라는 답이 이어졌다고. 앞장서서 독립을 이야기하신 분들도 대단했지만, 그 뒤에는 독립에 대한 민중들의 염원과 행동들이 뒤따랐음을 어렴풋이 느끼던 때였다.

18명의 인터뷰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소소하게 사회에 돌을 하나씩 던지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거대한 역사는 아닐지라도 거대한 역사를 움직이게 하는 미시적 서사임을. 그리고 그에 응답하는 사회적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분은 부군이 철도노조원으로 꽤 오랫동안 일을 하셨다. 딸이 프랑스로 유학을 간 즈음 철도 파업이 일어났는데, 딸은 그 광경을 보고 약간의 위축이 있었다고 했다. 그간 노조에게 씌워 온 프레임과 과격하게 번져간 대치 현장들, 언론의 프레임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수업을 하며 철도 파업에 대한 이야기는 노조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들을 나누고 공감하며, 어떤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지,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논의 했다고 한다. 1700년대 후반에 일어난 프랑스 시민 혁명이 아직까지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고 김용균, 고 김태균의 가족들은 이야기한다. 노동조합에 관심이 없었노라고. 그러나 가족의 일이 되고서야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되고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었음을. 한편 아쉬운 점은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아주 더디게 대책이 마련되고 있으며, 권력과 부를 가진 자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참사가 일어난 뒤에 참사를 겪은 가족들이 가장 먼저 달려와 서로를 위로한다고.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공동체를 경험하는 힘은 어려운 일을 겪었던 사람에게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국회의원들은 어려움을 겪은 자들이 엘리트 중심으로 가는 것은 우려가 되는 지점이다. 어쩌면 배우고 익혀야 하는 이유, 배움의 공간에서 공동체성이 살아나야 하는 이유는 함께 살아감의 의미를 새겨야하기 때문이 아닐까.

 

책머리에

 

1부 아름다운 삶을 생각하게 하는 사람

업고 걷기 홍은전(인권기록활동가)

효자 아닌 시민 조기현(청년 예술가)

생각보다 부서지기 쉬운 한 명 원도(과학수사대 경찰)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 김용현(자연주의자)

나답게의 힘 임현주(아나운서)

아들의 방 김미숙(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의 엄마)

 

2부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

노래 속의 대화 시와(가수)

서로의 곁 김중미(소설가)

사람이라는 희망 이영문(국립정신건강센터장)

가까이 서 있는 것 김혜진(소설가)

두루두루 이롭게 민금채(지구인컴퍼니 대표)

미안함의 동력 신영전(한양대 의대 교수)

 

3부 사는 일 자체로 누군가의 해방을 돕는 사람

시대의 복직 김진숙(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멋있지 않아요? 수신지(만화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장)

문제는 잘 싸우기 박선민(국회의원 보좌관)

작은 목소리라도 김도현(청년 노동자 고 김태규의 누나)

우리 같이 있어요 김현(시인)

 

에필로그

 

 

내가 노들에서 십몇 년간 한 모든 것이 차별을 저항으로 만드는 일이었구나. 차별과 저항이 얼마나 멀고 이어지기 어려운지 알았죠. 그게 얼마나 어렵냐면 내 청춘이 거기 다 들어간 거예요, 우리의 청춘이.”_16(홍은전)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삶, 좀 더 나은 세상이 있는데 그게 바로 아빠한테 붙어요. 눈앞에 있는 현실이 해결되지 못하면 저한테는 좋은 세상은 없는 거예요.”_30(조기현)

 

경찰은 기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모습을 잊지 않는 것. 현장 갔다 오면 눈물이 난다니까요. 고인의 안식 하나만 생각하고 해요.”_44(원도)

 

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남의 돈을 뺏은 거 같아. 마음이 불편해. 자연인으로서 자연법에 따라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내 것이라고 싸우고 그런 게 안 맞아요.”_60(김용현)

 

그날의 작은 시도가 저를 자유롭게 만들었어요. 몸도 생각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저의 모든 행동에 따라붙어요.”_80(임현주)

 

가해자도 저처럼 잠 못 잘까요? 왜 피해자는 평생 벌 받듯 아프게 사는데 가해자는 반대가 될까요?”_94(김미숙)

 

제가 공연하는 걸 좋아하는 뮤지션이에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까 사람을 보고 싶은 거예요, 결국 내 노래를 듣는 사람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거예요.”_110(시와)

 

사람이 있으면 달라져요. 가족이 아니어도 곁에 사람이 있으면 달라지거든요. 전 그걸 믿기도 하고 또 실제 경험도 해요.”_124(김중미)

 

어떤 사회든 고유의 회복력이 있고, 한국은 회복력이 매우 강한 나라예요. 희망이 있습니까, 하면 희망은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희망이 있다는 쪽을 나는 택하겠어요.”_138(이영문)

 

소설을 읽으면 더 나은 사람이 된다기보다 더 나쁜 사람이 되지는 않지 않을까요.”_154(김혜진)

 

환경이든 음식이든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지켜줄 수 있는 방식, 그게 지구인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인 것 같았어요.”_168(민금채)

 

저는 우리가 가해자와 피해자를 왕복하는 존재라는 인식, 이게 더 본질 같아요. 내가 가해자라는 인식을 가지면 할 일들이 많잖아요. 해를 끼치기 싫으니까.”_182(신영전)

 

내가 저 일을 하면 자랑스럽겠구나 생각했어요. 폼 나잖아요, 용접공. 저는 그냥 한진중공업 노동자 김진숙이 좋아요. 나의 삶을 규정할 수 있는 건 해고자의 삶이었으니까.”_200(김진숙)

 

우리가 사는 세상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니까 그냥 사실대로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다 같이 잘 살아야 나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_220(수신지)

 

어둡고 무거운 건 피해자의 삶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굴러가는 방식이 그렇다고 생각해요.”_234(김혜정)

 

국회에서 법안을 만들고 예산을 편성하고 그걸 통해 작지만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잖아요. 그게 굉장히 두려운 일이거든요.”_248(박선민)

 

다시는 저희 같은 유가족 보고 싶지 않아요. 태규, 동준이, 용균이 누구 하나의 죽음도 개인 탓은 없어요. 열심히 일한 죄밖에…… 근데 죽은 거예요. 자그마한 목소리라도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_262(김도현)

 

성소수자들도 당신네들과 똑같이 밥 먹고 음악 듣고 화내고 사랑하는 보통의 존재임 항변하듯이 쓰고 싶었어요.”_278(김현)

 

 

<출판사 서평>

그냥 사는 사람은 없다

삶의 위기와 고통에 쪼그라들지 않고 크게 살아가는 이의 이야기

 

작가는 이야기의 견고한 힘을 믿는다. 내가 듣는 이야기가 곧 나의 사고와 행동방식을 바꿔 나의 토대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설파한다. “살아가면서 참조할 수 있는 사람 이야기가 많아야, 삶에 대한 질문을 비축해두어야 내가 덜 불행하고 남을 덜 괴롭히게 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가 독자에게 연결한 인터뷰이 18명은 자기에게 찾아온 느낌들, 생각들, 마음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마치 재물을 지키듯이 지켜내고 사는 사람들”(300)이다.

 

1부에서는 누구나 가는 길을 마다하고 자신의 신념에 따름으로써 진정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이들을 묶었다. 사범대를 다니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홍은전은 남을 물리쳐야 꿈을 이루는 제도 교육의 경쟁 트랙을 벗어나 노들장애인야학에 들어감으로써 아무도 이기지 않고교사가 되었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인권기록활동가로 산다. 조기현은 스무 살에, 덜컥 병이 든 아버지를 외면하지 않고 돌봄을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투쟁을 시작한다. 원도는 경찰로서 자신이 목도한 민생을 낱낱이 기록한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증인이자 측은지심으로 이타적인 삶을 살아온 자연인 씨돌 김용현, 기다리고 선택받는 직업의 틀을 벗어나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하고 실천하며 아나운서의 외연을 확장한 임현주, 자식을 잃고 비정규직 청년들이 일하다가 죽는 현실에 눈뜨며 말하는 주체로 거듭난 고 김용균의 엄마 김미숙이 그들이다.

 

2부에서는 사람이라는 존재의 힘을 믿고 긍정하며 나아가는 이들을 엮었다. 코로나로 노래하는 무대가 사라지자 직접 관객을 찾아 나선 가수 시와,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내는 일에 진심을 다하는 소설가 김중미, 인간의 정신세계를 보호하고 탐구하는 국립정신건강센터장 이영문, 소설을 읽으면 더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소설가 김혜진, 기후위기 시대 대체육 개발 사업을 이끄는 기업인 민금채, 가난한 사람들의 옹호자로서 무상의료를 앞장서 지지하는 의사 신영전이 그렇다.

 

3부에서는 나의 힘으로 타인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자존가들을 모았다. 스물여섯에 해고자가 된 김진숙은 노동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복직투쟁37년간 이어간다. 담백한 외유내강 만화로 가부장제에 균열을 내는 만화가 수신지, 여전히 한국 사회의 척박한 인식과 싸워가는 한국성폭력상담소장 김혜정, 법과 제도를 바꾸어 더 나은 세상을 설계하는 비선출직 정치인 박선민, 혈육은 잃었지만 다시는 산업재해가 생기지 않는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고 김태규의 누나 김도현, 소수자의 평범한 일상을 시로 엮어내는 시인 김현이 그들이다.

은유는 인간다움의 가치를 질문하며 크게 살아가는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 본디 가지고 태어난 고유의 기품을 호명한다.

 

나는 이런 사람을 크게 그리고 싶었다. 모두가 쳐다보는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 사유를 자극하는 사람들.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 자체로 모두의 해방에 기여하는 사람들.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

이야기는 힘이 세서 견고한 관념을 부순다. 내가 듣는 이야기는 내 감각과 정신의 속성을 천천히 바꾼다. 살아가면서 참조할 수 있는 사람 이야기가 많아야, 삶에 대한 질문을 비축해두어야 내가 덜 불행하고 남을 덜 괴롭히게 된다는 것을 나는 경험했다. 지배는 단절과 분열의 문화 속에서 가장 잘 기능한다는 말이 있듯이 연결은 억압을 벗어나고 해방에 이르는 시작이자 원리다.

여기 살아 숨 쉬는 사람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세계로 어서 편입되었으면 한다. 삶의 위기와 고통에 쪼그라들지 않고 인간다움의 가치를 질문하며 크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갖고 태어난 고귀함의 유전자를 깨어나게 할 것이다. _‘책머리에에서

 

인터뷰라는 사랑의 능력

은유 식 실천하는 인문학

 

출근 시간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탑승 투쟁을 벌이던 장애인들이 이번에는 휠체어에서 내려와 바닥을 기어 지하철을 탔다. 참담함은 투쟁하는 그들의 모습이 처절함을 극대화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동료 시민이 존엄을 위해 저렇게 할 때까지 무엇을 했느냐는 반성에서 나오는 참담함이다.”(엄기호) 202253일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참담하게도지하철에 탑승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55일 은유 작가는 국회 앞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동조단식에 참여했다.

인터뷰로 만난 귀인들을 통해 장애, 의료, 돌봄, 여성, 노동, 정치, 환경 등 삶의 다양한 분야를 공부”(9)했다는 그는 애써 배운 것들을 일상 안에서 힘껏 실천하고 전파하고 있다. “기록하는 사람, 반성하는 사람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크게 그린 사람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던 것도 그러한 연유일 것이다.

 

전선에 서긴 했는데 확 불태워지질 않았다. 내 싸움이어서였을까. 큰 싸움들이 도처인데 한 사람의 복직이라는 작은 싸움이어서였을까. 자꾸 쭈뼛거리던 와중에 인터뷰가 이루어지고 울고 웃으며 폭포처럼 생애를 쏟아내고 그걸 글로 보니, , 이건 꼭 해야 하는 싸움이구나 하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복직투쟁의 전선이 제대로 쳐진 건 이 인터뷰 기사가 나가고 나서다. 그리고 나는 2022225일 마침내 37년 만의 복직을 이루어냈다. 은유 작가의 힘이 컸다._219쪽에서

 

이 시대의 인물 화첩이자 나만의 인생 수업 노트이고 인간학 교재크게 그린 사람으로 작가는 다시 예의 사랑의 능력을 세상으로 부지런히 타전 중이다. 인터뷰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이야기는 힘이 세서 견고한 관념을 부순다. 내가 듣는 이야기는 내 감각과 정신의 속성을 천천히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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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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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짜리 입니ᄁᆞ> 6411 목소리 지음, 창비

16 나는 2년차 자활노동자다. 정확한 사업 명칭은 자활 근로 참여자.’ 노동자(근로자)가 아니란 애기다. 그러나 자활 근로 참여자도 엄연히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여덟시간 일한다. 그렇게 한달을 일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120만원 남짓, 자활 근로 참여자는 노동자가 아닌 참여자이기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최저임금이나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22 의사협회는 국민의 안전을 핑계대며 타투 법제화를 막아. 지지난달에는 의사협회가 타투합법화 저지 TF도 만들었더라. ---- 정작 병의원에서도 타투를 하는 건 의사가 아니야. 당연히 우리 같은 비의료인이지. 그러니 병우=의원이 타투를 하면 더 큰 범죄가 돼. 의사면허 대여, 불법의료시술 지시 및 알선 그리고 홍보, 불법계약 등등. 이런게 적발돼 의사면허가 정지되는 사례도 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나보더라.

31 광고를 보지 않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유튜버의 광고 수익은 줄어들었고, 유튜브는 온갖 새로운 수익 장치를 마련하여 이익을 챙겼다.

47 선수가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이런 불합리함을 참고 인내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어서는 안 된다. --- 임금 체불을 막는 리그 법규조항을 강화하고, 선수가 임금을 받지 모살 경우 협회가 나서서 선수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선수, , 구단 스태프 모두 운동선수도 노동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53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한 말: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다. - 증거가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59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성매매 여성이 일이나 노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성매매 산업은 폭력이고 착취일 뿐이다. 뭉치는 그런 성산업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매매는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돼서 하는 것이다.

63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이 있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인데, 지금 우리와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과정에서 어떤 이해당사자도 희생되지 않고 억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72 언론에 드러난 건 유명 일타강사지만, 그 무대 뒤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메가스터디에만 1600명이 넘는다. 내가 일하는 기숙학원만 해도 새벽 네시에 출군하는 식당노동자, 여섯시에 출근하는 미화노동자, 야간팀, 주간팀, 담임팀, 시설지원팀 등 80여명이 있다. 미화팀은 월급 실수령액이 지난해 150여만우너에서 올해 그나마 올라서 180여만원이라고 한다.

78 자연의 변화는 피부에 와닿을 만큼 극단적이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의 탐욕과 이기심이 바다ᄁᆞ지 망가뜨린 것 아닐까요.

82 유전자변형과 화학농약으로 재배된 외국산 농산물에 아주 관대한 정부와 언론은 관련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알 권리마저 빼앗고 있다.

83 오스트리아 산골 마을 앞 공동묘지에서 나는 씨앗 뿌리는 농부입니다라고 적힌 비문을 본 적이 있다. ‘은 평생 농부로 살아온 사람들, 앞으로 농부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심장과도 같은 글자다. 그런데 이 글자가 농업을 배우고 익히는 학교나 농산물을 유통하는 시장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지워진 농의 정당한 가치를 복권해야 할 때다.

92 학생들에게 따뜻한 아침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움직이는 이들이 있음을 알아주세요.

99 도축검사원은 법적으로 도축 검사 업무의 주체가 아닌 보조다. --- 실상을 살펴보면 도축검사원들은 전국 대부분 도축장에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해체검사와 지육검사의 주체가 되어 일당백의 역할을 해내고 잇다. 열심히 도축 검사를 수행해도 공식적으로는 없는 존재인 셈이다. .... 이제는 정원1200명 넘는 현장 전문기관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정원의 약 95퍼센트가 무기계약직이라는 기이한 구조로 구성돼 있다. 특히 현장직원 전원이 무기계약직이다.

121 누구도 소리 내 거절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세상은 늘 수많은 턱과 장애물을 둬 끊임없이 거절의 메시지를 던졌다. 휠체어를 타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주해야 했던 턱과 장애물들이 주르륵 ᄄᅠᆼᅟᅩᆯ랐다. 휠체어 생활자가 된 뒤 나는 매 순간 세상의 거절과 마주한다. .... 내 딴에는 용기를 내서 시도한 11년만의 지하철 타기를 통해 세상이 여전히 내게 등 돌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내게 등을 돌린 세상에서 언제쯤 다시 산책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140 2차대전 전범기업이자 일본 3대 그룹인 미쓰비시 계열사인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2004년 경상북도 구미시에 입주햇다. 외국인투자기업으로 토지 12만평 무상 임대, 15년간 지방세 감면, 5년간 세금 면제라는 특혜를 받아 국내에 진출해 연평균 1조원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분에 불과한 점심시간, 최저임금 수준의 적은 급여, 사소한 잘못에서 징벌조끼를 입고 일하도록 하는 인권침해, 잦은 권고사직 등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일했다.

141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에서는 노동부도 수사기관도 법원도 미루기, 시간 끌기를 계속했다.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자니다는 헌법은 우리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151 엄마, 세금은 왜 내야 해? 잠시 생각하다 국민의 권리를 잘 지킬 수 있도록 국가를 잘 운영하라고 세금을 내지라고 답했더랬다. 그 대답을 기억하던 딸아이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엄마를 보더니 세금 내지 말라고 했다. 나는 이제 어떤 답을 해야 할까.

155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노예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대우해서도 안 된다. 노동자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가 이주 노동자에게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해서 이주노동자에게 함부로 해도 되는가.

181 저는 한국에서 외국인도 내국인도 아닌 법의 중간에 낀 투명인간이 된 것입니다. .... 재일동포 사회는 공동체가 살아 있었습니다.

190 오랜 분단과 대결을 종식하고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경제 협력을 해 나가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 땅에 온 3만여명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다. 이들은 남북 경제협력 시대에 큰 몫을 감당할 소중한 자원이다.

207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에는 늘 식당 일자리가 제일 많이 올라온다. 일은 힘든데 처우가 박하니 이직도 빈번하다. 자영없자의 수익성, 식당 서비스의 질, 식당노동자의 처우.... 이들은 이렇게 서로 맞물려 있다. 길을 걷다 만나는 수많은 식당 주방 안에서는 버너의 화염을 견디며 정신없이 채소를 다듬고 면을 삶고 설거지를 하고 어서옵쇼를 외쳐대는 누군가가 있다.

215 회사는 노동조합이 없는 다른 지역 골프장의 캐디피는 인상했지만, 노동조합이 있는 골프장에서는 단체 협상에 구상권 청구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나섰다.

226 가사노동에서는 좀처럼 보람을 느낄 수 없다. 가사노동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이론상으로는 가치를 인정한다지만, 실상은 경력단절의 시간으로 여겨진다.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니 무슨 보람을 가질 수 있을까.

이제 가사노동도 가치 있는 하나의 노동이라고 인식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통계쳥은 일상 속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대한민국 전체 국내총생산(GDP)25.5 퍼센트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법원이 인정하는 전업주부 일당은 도시 일용직 건설노동자 일당에 준하므로, 2022년 기준 153671, 383만원 정도로 볼 수 있다.

229 한국어 교원 가운데는 여성 비율이 84퍼센트에 이릅니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무렵 급여가 적어 남자가 가장 노릇 하기엔 힘들 텐데, 그래도 우리가 남자 선생한테는 (수업을) 더 챙겨줘 라고 말하던 상사의 말이 아직 귀에 생생합니다. 한국어 교원의 열악한 임금 수준은 여성 노동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적 처우라는 큰 그림의 일부분일지 몰라요.

254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련생이 사실상 근로를 제공한다면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실습생은 노동자로 인정돼야 합니다.

260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이야기한 것처럼 화폐의 흐름은 시장의 합리성이 아니라 화폐의 사용과 흐름을 주도할 힘과 기술을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곤 한다. 권력을 갖지 못한 이들은 권력이 강요하는 질서를 따를지, 따르지 않고 이탈할지 결정할 뿐이다. 그나마 이 질서 속에 있어야만 노동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라도 얻을 수 있다. .... 노동의 대가를 어떻게 책정해야 합당한지 더욱 혼란스러웠다.

271 학교급식은 여성 건설노동자에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이라는 말이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육칠백명 끼니를 위해 미끄러운 바닥을 종종걸음치며 하루 수백개 식판과 식자재를 옮기고 조리해야 하며 뜨거운 기름과 조리대를 다뤄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

275 획일적인 자본주의사회에서 조금 다른 선택을 하고자 하는 고민은, 어쩌면 변방에서 중심으 바라볼 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287 저희 아들이 소속된 곳에 하청노동조합이 있었고,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나 위헙성 개선을 스물여덟 번이나 요구했지만 원청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너청 한국서부발전이 하청노동조합의 요구를 모두 묵살했으니 사망사고를 막을 수 없었을 겁니다.

298 아직도 사회는 특성화고를 공부를 못하는 애들이나 가는 곳, 질이 나쁜 애들이나 가는 곳이란 편견으로 보고 있다. 특성화고의 본래 목적은 특정 분야의 인재양성이다. 도대체 그 목적은 언제 현장에 적용되어 뿌리 깊은 편견을 떨칠 수 있을까.

310 급여는 최저 시급에 주휴수당을 더해 172만원.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돈일 수 있지만, 이 사회가 돌봄노동의 가치를 최저로 보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내게 일을 가르쳐주던 선배 요양보호사는 나의 손길이 있으므로 살 수 있는 분들이니 훌륭한 일을 하는 거다, 자식들도 못하는 일을 우리가 하는 거라며 다독여줬지만, 그런 사명감이나 자부심만으로 버티기엔 노동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325 10년 넘게 노조활동을 하면서 그래도 청소노동자로 살아가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청소노동자 없이 학교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파업을 통해 증명햇기에 일에 자부심도 생겼고요. 청소노동자는 학교를 넘어 사회에 꼭 필요한 필수 노동자라는 자부심도 함께요.

347 사서는 책과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뒤에 존재하는 그림자 같아요. 사람이 아닌 그림자여서일까요? 가끔은 제가 관내 분실된 도서가 된 듯한 기분을 느껴요. 분명 도서관 안 어딘가에는 있다고 나오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 책 말이에요.

368 학부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보니 차별받는 장애인이 너무 많았다. 차별은 구조적이고, 삶을 지속하기 어렵게 한다.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고 건물 구조를 바꾸고 장애인을 가두는 시설을 없<나는 얼마짜리 입니ᄁᆞ> 6411 목소리 지음, 창비

16 나는 2년차 자활노동자다. 정확한 사업 명칭은 자활 근로 참여자.’ 노동자(근로자)가 아니란 애기다. 그러나 자활 근로 참여자도 엄연히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여덟시간 일한다. 그렇게 한달을 일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120만원 남짓, 자활 근로 참여자는 노동자가 아닌 참여자이기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최저임금이나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22 의사협회는 국민의 안전을 핑계대며 타투 법제화를 막아. 지지난달에는 의사협회가 타투합법화 저지 TF도 만들었더라. ---- 정작 병의원에서도 타투를 하는 건 의사가 아니야. 당연히 우리 같은 비의료인이지. 그러니 병우=의원이 타투를 하면 더 큰 범죄가 돼. 의사면허 대여, 불법의료시술 지시 및 알선 그리고 홍보, 불법계약 등등. 이런게 적발돼 의사면허가 정지되는 사례도 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나보더라.

31 광고를 보지 않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유튜버의 광고 수익은 줄어들었고, 유튜브는 온갖 새로운 수익 장치를 마련하여 이익을 챙겼다.

47 선수가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이런 불합리함을 참고 인내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어서는 안 된다. --- 임금 체불을 막는 리그 법규조항을 강화하고, 선수가 임금을 받지 모살 경우 협회가 나서서 선수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선수, , 구단 스태프 모두 운동선수도 노동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53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한 말: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다. - 증거가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59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성매매 여성이 일이나 노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성매매 산업은 폭력이고 착취일 뿐이다. 뭉치는 그런 성산업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매매는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돼서 하는 것이다.

63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이 있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인데, 지금 우리와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과정에서 어떤 이해당사자도 희생되지 않고 억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72 언론에 드러난 건 유명 일타강사지만, 그 무대 뒤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메가스터디에만 1600명이 넘는다. 내가 일하는 기숙학원만 해도 새벽 네시에 출군하는 식당노동자, 여섯시에 출근하는 미화노동자, 야간팀, 주간팀, 담임팀, 시설지원팀 등 80여명이 있다. 미화팀은 월급 실수령액이 지난해 150여만우너에서 올해 그나마 올라서 180여만원이라고 한다.

78 자연의 변화는 피부에 와닿을 만큼 극단적이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의 탐욕과 이기심이 바다ᄁᆞ지 망가뜨린 것 아닐까요.

82 유전자변형과 화학농약으로 재배된 외국산 농산물에 아주 관대한 정부와 언론은 관련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알 권리마저 빼앗고 있다.

83 오스트리아 산골 마을 앞 공동묘지에서 나는 씨앗 뿌리는 농부입니다라고 적힌 비문을 본 적이 있다. ‘은 평생 농부로 살아온 사람들, 앞으로 농부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심장과도 같은 글자다. 그런데 이 글자가 농업을 배우고 익히는 학교나 농산물을 유통하는 시장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지워진 농의 정당한 가치를 복권해야 할 때다.

92 학생들에게 따뜻한 아침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움직이는 이들이 있음을 알아주세요.

99 도축검사원은 법적으로 도축 검사 업무의 주체가 아닌 보조다. --- 실상을 살펴보면 도축검사원들은 전국 대부분 도축장에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해체검사와 지육검사의 주체가 되어 일당백의 역할을 해내고 잇다. 열심히 도축 검사를 수행해도 공식적으로는 없는 존재인 셈이다. .... 이제는 정원1200명 넘는 현장 전문기관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정원의 약 95퍼센트가 무기계약직이라는 기이한 구조로 구성돼 있다. 특히 현장직원 전원이 무기계약직이다.

121 누구도 소리 내 거절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세상은 늘 수많은 턱과 장애물을 둬 끊임없이 거절의 메시지를 던졌다. 휠체어를 타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주해야 했던 턱과 장애물들이 주르륵 ᄄᅠᆼᅟᅩᆯ랐다. 휠체어 생활자가 된 뒤 나는 매 순간 세상의 거절과 마주한다. .... 내 딴에는 용기를 내서 시도한 11년만의 지하철 타기를 통해 세상이 여전히 내게 등 돌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내게 등을 돌린 세상에서 언제쯤 다시 산책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140 2차대전 전범기업이자 일본 3대 그룹인 미쓰비시 계열사인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2004년 경상북도 구미시에 입주햇다. 외국인투자기업으로 토지 12만평 무상 임대, 15년간 지방세 감면, 5년간 세금 면제라는 특혜를 받아 국내에 진출해 연평균 1조원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분에 불과한 점심시간, 최저임금 수준의 적은 급여, 사소한 잘못에서 징벌조끼를 입고 일하도록 하는 인권침해, 잦은 권고사직 등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일했다.

141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에서는 노동부도 수사기관도 법원도 미루기, 시간 끌기를 계속했다.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자니다는 헌법은 우리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151 엄마, 세금은 왜 내야 해? 잠시 생각하다 국민의 권리를 잘 지킬 수 있도록 국가를 잘 운영하라고 세금을 내지라고 답했더랬다. 그 대답을 기억하던 딸아이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엄마를 보더니 세금 내지 말라고 했다. 나는 이제 어떤 답을 해야 할까.

155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노예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대우해서도 안 된다. 노동자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가 이주 노동자에게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해서 이주노동자에게 함부로 해도 되는가.

181 저는 한국에서 외국인도 내국인도 아닌 법의 중간에 낀 투명인간이 된 것입니다. .... 재일동포 사회는 공동체가 살아 있었습니다.

190 오랜 분단과 대결을 종식하고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경제 협력을 해 나가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 땅에 온 3만여명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다. 이들은 남북 경제협력 시대에 큰 몫을 감당할 소중한 자원이다.

207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에는 늘 식당 일자리가 제일 많이 올라온다. 일은 힘든데 처우가 박하니 이직도 빈번하다. 자영없자의 수익성, 식당 서비스의 질, 식당노동자의 처우.... 이들은 이렇게 서로 맞물려 있다. 길을 걷다 만나는 수많은 식당 주방 안에서는 버너의 화염을 견디며 정신없이 채소를 다듬고 면을 삶고 설거지를 하고 어서옵쇼를 외쳐대는 누군가가 있다.

215 회사는 노동조합이 없는 다른 지역 골프장의 캐디피는 인상했지만, 노동조합이 있는 골프장에서는 단체 협상에 구상권 청구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나섰다.

226 가사노동에서는 좀처럼 보람을 느낄 수 없다. 가사노동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이론상으로는 가치를 인정한다지만, 실상은 경력단절의 시간으로 여겨진다.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니 무슨 보람을 가질 수 있을까.

이제 가사노동도 가치 있는 하나의 노동이라고 인식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통계쳥은 일상 속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대한민국 전체 국내총생산(GDP)25.5 퍼센트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법원이 인정하는 전업주부 일당은 도시 일용직 건설노동자 일당에 준하므로, 2022년 기준 153671, 383만원 정도로 볼 수 있다.

229 한국어 교원 가운데는 여성 비율이 84퍼센트에 이릅니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무렵 급여가 적어 남자가 가장 노릇 하기엔 힘들 텐데, 그래도 우리가 남자 선생한테는 (수업을) 더 챙겨줘 라고 말하던 상사의 말이 아직 귀에 생생합니다. 한국어 교원의 열악한 임금 수준은 여성 노동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적 처우라는 큰 그림의 일부분일지 몰라요.

254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련생이 사실상 근로를 제공한다면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실습생은 노동자로 인정돼야 합니다.

260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이야기한 것처럼 화폐의 흐름은 시장의 합리성이 아니라 화폐의 사용과 흐름을 주도할 힘과 기술을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곤 한다. 권력을 갖지 못한 이들은 권력이 강요하는 질서를 따를지, 따르지 않고 이탈할지 결정할 뿐이다. 그나마 이 질서 속에 있어야만 노동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라도 얻을 수 있다. .... 노동의 대가를 어떻게 책정해야 합당한지 더욱 혼란스러웠다.

271 학교급식은 여성 건설노동자에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이라는 말이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육칠백명 끼니를 위해 미끄러운 바닥을 종종걸음치며 하루 수백개 식판과 식자재를 옮기고 조리해야 하며 뜨거운 기름과 조리대를 다뤄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

275 획일적인 자본주의사회에서 조금 다른 선택을 하고자 하는 고민은, 어쩌면 변방에서 중심으 바라볼 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287 저희 아들이 소속된 곳에 하청노동조합이 있었고,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나 위헙성 개선을 스물여덟 번이나 요구했지만 원청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너청 한국서부발전이 하청노동조합의 요구를 모두 묵살했으니 사망사고를 막을 수 없었을 겁니다.

298 아직도 사회는 특성화고를 공부를 못하는 애들이나 가는 곳, 질이 나쁜 애들이나 가는 곳이란 편견으로 보고 있다. 특성화고의 본래 목적은 특정 분야의 인재양성이다. 도대체 그 목적은 언제 현장에 적용되어 뿌리 깊은 편견을 떨칠 수 있을까.

310 급여는 최저 시급에 주휴수당을 더해 172만원.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돈일 수 있지만, 이 사회가 돌봄노동의 가치를 최저로 보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내게 일을 가르쳐주던 선배 요양보호사는 나의 손길이 있으므로 살 수 있는 분들이니 훌륭한 일을 하는 거다, 자식들도 못하는 일을 우리가 하는 거라며 다독여줬지만, 그런 사명감이나 자부심만으로 버티기엔 노동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325 10년 넘게 노조활동을 하면서 그래도 청소노동자로 살아가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청소노동자 없이 학교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파업을 통해 증명햇기에 일에 자부심도 생겼고요. 청소노동자는 학교를 넘어 사회에 꼭 필요한 필수 노동자라는 자부심도 함께요.

347 사서는 책과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뒤에 존재하는 그림자 같아요. 사람이 아닌 그림자여서일까요? 가끔은 제가 관내 분실된 도서가 된 듯한 기분을 느껴요. 분명 도서관 안 어딘가에는 있다고 나오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 책 말이에요.

368 학부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보니 차별받는 장애인이 너무 많았다. 차별은 구조적이고, 삶을 지속하기 어렵게 한다.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고 건물 구조를 바꾸고 장애인을 가두는 시설을 없애야 했다.

 

이 책은 목차를 보는 것만으로 책을 한 권 다 읽은 듯한 느낌이었다. 

엥겔스는 분업이 경제를 번성하게 하고, 사회를 발전하게 한다고 보았다. 설득력이 있어 보였던 그의 말은 오늘날의 세계에서 분업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수많은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말해 준다. 사회 구조의 한 자락 아래 있으면서도 나서지 않는 노동의 자리들. 분업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많은 이들과 연대해서 살아가고 있지만, 또한 분업화되어 각기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각자의 노동을 하느라 서로의 연대를 확인할 수 없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노동의 가치를 권력을 지니지 않은 노동을 폄훼하는 사이, 연대할 수 없는 노동자들의 삶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있다면 보이지 않는 연대도 있을텐데, 연대는 더 꽁꽁 숨어 드러내지 않는다. 

그보다 권력은 사회의 중요하면서도 취약한 일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자들에게 잘 닿지 않는다. <아빠의 아빠가 되었다>는 책을 쓴 조기현씨는  본인이 영케어러가 되었던 9년의 시간 동안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하지만, 책을 쓰고 북토크를 하며 알려지게 되면서 주요 자리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한다. 취약한 노동에 있는 사람들이 어쩌면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닿게 말할 수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도 중요한 요소로 짚어내고 있다. 

수없이 많은 노동과 직업의 세계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거대한 자본 사이에서 정당한 근로의 댓가를 받을 수 없는 사례는 물론, 다른 노동을 하고 있을 뿐 인간 존재로서의 존엄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서 불안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초과 근무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장의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경제적 부라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케 한다. 

인간으로의 존엄, 함께 잘 살기를 고민하는 과정들이 더 많이 고민되고 정책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1부 · 숨은 일터에서 ‘나’를 발견하다

정부가 만드는 투명인간들 | 자활노동자

타투, 이 땅에선 무조건 ‘불법’ | 타투이스트

아프다, 웹툰이, 너무 아프다 | 웹툰 작가

유튜브가 만든 관절염?! | 유튜브 크리에이터

‘노가다’ 없이 세상이 돌아가나요 | 물류센터노동자

미싱은 잘도 도네, 나아지지도 않고 | 봉제노동자

프로축구, 이런 리그도 있다 | 프로축구 4부리그 선수

재미를 위해서는 쉴 틈이 없다 | 게임 엔지니어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 영어 번역가

성매매는 폭력이고 착취일 뿐 | 성매매 경험 당사자

이렇게 지구가 더워지다가는… | 화력발전소노동자

관광객은 돌아왔지만 | 호텔 해고노동자

‘일타강사’ 뒤에 우리가 있다 | 기숙학원노동자

바다가 점점 좁아진다 | 어부

‘농’이 사라진 사회에서 | 농업미생물학자

세금 없이 팔랬더니 사직서를 받고 있네 | 면세점노동자

천원짜리 따뜻한 아침밥 | 대학생협 사무국장

나는 언제부터 내 일터가 부끄러워졌나 | 도축검사원

당신에게 꼭 맞는 책 | 초등학교 사서

어쩌다보니, 농촌 | 귀촌청년


2부 ·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목소리

당당한 10년 차 여성 대리기사 | 대리운전노동자

11년 만에 지하철에 오르며 | 소설가

‘메이드 인 베트남’ 아녜요, 나는 나예요 | 결혼이주여성

애인 있냐는 말에 있다고도 없다고도 못하는 이유 | 성소수자 활동가

지리산 자락 ‘기간제 교장’ 짱구쌤의 티타임 | 초등학교 교장

직접 증명하라고, 직접 증명해보라고 | 비정규직 노동자

‘동료상담’이라는 혁명 | 정신장애 동료상담가

외국인투자기업은 무법지대인가 | 해고 예정 노동자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 이주노조 활동가

제 의족이 그렇게 무섭나요 | 장애인 노동자

배달라이더의 현실, 들어보실래요? | 배달노동자

돌봄노동자도 돌봄이 필요하다 | 사회복지사

엄마가 아프고 난 후 | 가족돌봄 청년

출퇴근 시간이 짧아질수록 멀어지는 것들 | 장애인 재택근무 노동자

내 나라는 어디인가 | 재일동포 3세

출근하는 딸에게 | 발달장애인 취업지원센터장

탈북민의 지식, 이용할 생각이 없습니까? | 탈북민

행복으로 가득한 농장 | 협동농장 농부


3부 · ‘오늘도 무사히’, 한숨과 땀방울의 연대기

방송 예능국에는 웃음소리가 없다 | 예능작가

종업원이 된 사장님 | 식당노동자

폐지 줍는 일이 주는 위안 | 폐지수집노동자

‘캐디’의 말도 안 되는 공짜노동 | 캐디

시간 약속 좀 잘 지켜주세요 | 헤어디자이너

끝이 없다, 끝이 | 가사노동자

한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 | 한국어 강사

홈쇼핑 콜센터가 믹서기라면 플랫폼업체는 초고속 블렌더였다 | 고객센터 상담노동자

자동차 영업사원도 계급이 있다 | 자동차 영업사원

씨앗이 참 소중해 | 농부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배송할 분? | 택배사 아르바이트

간호조무사 실습생은 병원의 노예 | 간호조무사

팬데믹 때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건 우리 아닐까요 | 여행사 대표

그래도 책을 만드는 이유 | 출판노동자

마봉춘씨, 10년 인연이 어쩜 그렇게 잔인한가요 | 방송작가

밥 하다가 아픈 사람이 없도록 | 학교급식노동자

동네에 책방이 하나쯤 있다는 것 | 동네서점 대표

‘쓸 만한’ 사람이란 누구인가 | 건설노동자


4부 · 권리를 향해 한걸음씩

용균이 엄마가 호소합니다 | 김용균재단 대표

나는 여성 홈리스였다 | 홈리스행동 활동가

특성화고 출신이 현장에서 처음 겪는 일들 | ‘마니또’ 공동운영진

한편의 공연을 기획하면서 | 독립 공연기획자

이 들판에 학교를 세워가자 | 장애인야학 교장

사명감만으로 버티기 힘든 전문직 | 요양보호사

꿈을 먹는다고 배가 부르지는 않다 | 배우

당신이 왜 거기서 나와…? | 시설지원노동자

내가 붉은 조끼를 입는 이유 | 청소노동자

희생이나 헌신이라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 비영리단체 활동가

죽지 않고 맞서는 방법을 찾아서 | 콜센터 상담노동자

잊혀야 하는 존재, 번역가는 번역가다 | 프랑스어 번역가

퇴직자도 ‘노조’가 있다 | 퇴직자노조 활동가

사서 고생하니? 사서라서 고생해요! | 공공도서관 사서

매일매일 주차관리, 내 권리는 어디에 | 주차노동자

대리운전 부르신 분? | 대리운전노조 활동가

‘공연장’과 ‘나이트클럽’ 사이에서 | 인디밴드 멤버

내 퇴직공제금은 어디로 갔나 | 마루노동자

나는 1년 넘게 일해본 적이 없다 | 사회복지사


닫는 글을 대신하여 ·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노회찬



16 나는 2년차 자활노동자다. 정확한 사업 명칭은 ‘자활 근로 참여자.’ 노동자(근로자)가 아니란 애기다. 그러나 자활 근로 참여자도 엄연히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여덟시간 일한다. 그렇게 한달을 일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120만원 남짓, 자활 근로 참여자는 노동자가 아닌 참여자이기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최저임금이나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22 의사협회는 국민의 안전을 핑계대며 타투 법제화를 막아. 지지난달에는 의사협회가 타투합법화 저지 TF도 만들었더라. ---- 정작 병의원에서도 타투를 하는 건 의사가 아니야. 당연히 우리 같은 비의료인이지. 그러니 병우=의원이 타투를 하면 더 큰 범죄가 돼. 의사면허 대여, 불법의료시술 지시 및 알선 그리고 홍보, 불법계약 등등. 이런게 적발돼 의사면허가 정지되는 사례도 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나보더라. 

31 광고를 보지 않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유튜버의 광고 수익은 줄어들었고, 유튜브는 온갖 새로운 수익 장치를 마련하여 이익을 챙겼다. 

47 선수가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이런 불합리함을 참고 인내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어서는 안 된다. --- 임금 체불을 막는 리그 법규조항을 강화하고, 선수가 임금을 받지 모살 경우 협회가 나서서 선수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선수, 팬, 구단 스태프 모두 운동선수도 노동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53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한 말: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다. - 증거가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59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성매매 여성이 일이나 노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성매매 산업은 폭력이고 착취일 뿐이다. 뭉치는 그런 성산업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매매는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돼서 하는 것이다.

63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이 있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인데, 지금 우리와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과정에서 어떤 이해당사자도 희생되지 않고 억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72 언론에 드러난 건 유명 일타강사지만, 그 무대 뒤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메가스터디에만 1600명이 넘는다. 내가 일하는 기숙학원만 해도 새벽 네시에 출군하는 식당노동자, 여섯시에 출근하는 미화노동자, 야간팀, 주간팀, 담임팀, 시설지원팀 등 80여명이 있다. 미화팀은 월급 실수령액이 지난해 150여만우너에서 올해 그나마 올라서 180여만원이라고 한다. 

78 자연의 변화는 피부에 와닿을 만큼 극단적이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의 탐욕과 이기심이 바다ㄲㆍ지 망가뜨린 것 아닐까요. 

82 유전자변형과 화학농약으로 재배된 외국산 농산물에 아주 관대한 정부와 언론은 관련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알 권리마저 빼앗고 있다.

83 오스트리아 산골 마을 앞 공동묘지에서 ‘나는 씨앗 뿌리는 농부입니다’라고 적힌 비문을 본 적이 있다. ‘농’은 평생 농부로 살아온 사람들, 앞으로 농부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심장과도 같은 글자다. 그런데 이 글자가 농업을 배우고 익히는 학교나 농산물을 유통하는 시장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지워진 농의 정당한 가치를 복권해야 할 때다. 

92 학생들에게 따뜻한 아침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움직이는 이들이 있음을 알아주세요. 

99 도축검사원은 법적으로 도축 검사 업무의 주체가 아닌 보조다. --- 실상을 살펴보면 도축검사원들은 전국 대부분 도축장에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해체검사와 지육검사의 주체가 되어 일당백의 역할을 해내고 잇다. 열심히 도축 검사를 수행해도 공식적으로는 없는 존재인 셈이다. .... 이제는 정원1200명 넘는 현장 전문기관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정원의 약 95퍼센트가 무기계약직이라는 기이한 구조로 구성돼 있다. 특히 현장직원 전원이 무기계약직이다. 

121 누구도 소리 내 거절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세상은 늘 수많은 턱과 장애물을 둬 끊임없이 거절의 메시지를 던졌다. 휠체어를 타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주해야 했던 턱과 장애물들이 주르륵 ㄸ?ㅇㅤㅗㄹ랐다. 휠체어 생활자가 된 뒤 나는 매 순간 세상의 거절과 마주한다. .... 내 딴에는 용기를 내서 시도한 11년만의 지하철 타기를 통해 세상이 여전히 내게 등 돌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내게 등을 돌린 세상에서 언제쯤 다시 산책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140 2차대전 전범기업이자 일본 3대 그룹인 미쓰비시 계열사인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2004년 경상북도 구미시에 입주햇다. 외국인투자기업으로 토지 12만평 무상 임대, 15년간 지방세 감면, 5년간 세금 면제라는 특혜를 받아 국내에 진출해 연평균 1조원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분에 불과한 점심시간, 최저임금 수준의 적은 급여, 사소한 잘못에서 징벌조끼를 입고 일하도록 하는 인권침해, 잦은 권고사직 등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일했다. 

141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에서는 노동부도 수사기관도 법원도 미루기, 시간 끌기를 계속했다.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자니다는 헌법은 우리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151 엄마, 세금은 왜 내야 해? 잠시 생각하다 국민의 권리를 잘 지킬 수 있도록 국가를 잘 운영하라고 세금을 내지라고 답했더랬다. 그 대답을 기억하던 딸아이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엄마를 보더니 세금 내지 말라고 했다. 나는 이제 어떤 답을 해야 할까. 

155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노예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대우해서도 안 된다. 노동자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가 이주 노동자에게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해서 이주노동자에게 함부로 해도 되는가. 

181 저는 한국에서 외국인도 내국인도 아닌 법의 중간에 낀 투명인간이 된 것입니다. .... 재일동포 사회는 공동체가 살아 있었습니다. 

190 오랜 분단과 대결을 종식하고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경제 협력을 해 나가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 땅에 온 3만여명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다. 이들은 남북 경제협력 시대에 큰 몫을 감당할 소중한 자원이다. 

207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에는 늘 식당 일자리가 제일 많이 올라온다. 일은 힘든데 처우가 박하니 이직도 빈번하다. 자영없자의 수익성, 식당 서비스의 질, 식당노동자의 처우.... 이들은 이렇게 서로 맞물려 있다. 길을 걷다 만나는 수많은 식당 주방 안에서는 버너의 화염을 견디며 정신없이 채소를 다듬고 면을 삶고 설거지를 하고 어서옵쇼를 외쳐대는 누군가가 있다. 

215 회사는 노동조합이 없는 다른 지역 골프장의 캐디피는 인상했지만, 노동조합이 있는 골프장에서는 단체 협상에 구상권 청구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나섰다. 

226 가사노동에서는 좀처럼 보람을 느낄 수 없다. 가사노동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이론상으로는 가치를 인정한다지만, 실상은 경력단절의 시간으로 여겨진다.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니 무슨 보람을 가질 수 있을까. 

이제 가사노동도 가치 있는 하나의 노동이라고 인식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통계쳥은 일상 속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대한민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5 퍼센트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법원이 인정하는 전업주부 일당은 도시 일용직 건설노동자 일당에 준하므로, 2022년 기준 15만 3671원, 월 383만원 정도로 볼 수 있다. 

229 한국어 교원 가운데는 여성 비율이 84퍼센트에 이릅니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무렵 급여가 적어 남자가 가장 노릇 하기엔 힘들 텐데, 그래도 우리가 남자 선생한테는 (수업을) 더 챙겨줘 라고 말하던 상사의 말이 아직 귀에 생생합니다. 한국어 교원의 열악한 임금 수준은 여성 노동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적 처우라는 큰 그림의 일부분일지 몰라요. 

254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련생이 사실상 근로를 제공한다면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실습생은 노동자로 인정돼야 합니다. 

260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이야기한 것처럼 화폐의 흐름은 시장의 합리성이 아니라 화폐의 사용과 흐름을 주도할 힘과 기술을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곤 한다. 권력을 갖지 못한 이들은 권력이 강요하는 질서를 따를지, 따르지 않고 이탈할지 결정할 뿐이다. 그나마 이 질서 속에 있어야만 노동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라도 얻을 수 있다. .... 노동의 대가를 어떻게 책정해야 합당한지 더욱 혼란스러웠다. 

271 학교급식은 여성 건설노동자에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이라는 말이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육칠백명 끼니를 위해 미끄러운 바닥을 종종걸음치며 하루 수백개 식판과 식자재를 옮기고 조리해야 하며 뜨거운 기름과 조리대를 다뤄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

275 획일적인 자본주의사회에서 조금 다른 선택을 하고자 하는 고민은, 어쩌면 변방에서 중심으 바라볼 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287 저희 아들이 소속된 곳에 하청노동조합이 있었고,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나 위헙성 개선을 스물여덟 번이나 요구했지만 원청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너청 한국서부발전이 하청노동조합의 요구를 모두 묵살했으니 사망사고를 막을 수 없었을 겁니다. 

298 아직도 사회는 특성화고를 공부를 못하는 애들이나 가는 곳, 질이 나쁜 애들이나 가는 곳이란 편견으로 보고 있다. 특성화고의 본래 목적은 특정 분야의 인재양성이다. 도대체 그 목적은 언제 현장에 적용되어 뿌리 깊은 편견을 떨칠 수 있을까. 

310 급여는 최저 시급에 주휴수당을 더해 172만원.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돈일 수 있지만, 이 사회가 돌봄노동의 가치를 최저로 보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내게 일을 가르쳐주던 선배 요양보호사는 나의 손길이 있으므로 살 수 있는 분들이니 훌륭한 일을 하는 거다, 자식들도 못하는 일을 우리가 하는 거라며 다독여줬지만, 그런 사명감이나 자부심만으로 버티기엔 노동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325 10년 넘게 노조활동을 하면서 그래도 청소노동자로 살아가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청소노동자 없이 학교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파업을 통해 증명햇기에 일에 자부심도 생겼고요. 청소노동자는 학교를 넘어 사회에 꼭 필요한 필수 노동자라는 자부심도 함께요. 

347 사서는 책과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뒤에 존재하는 그림자 같아요. 사람이 아닌 그림자여서일까요? 가끔은 제가 관내 분실된 도서가 된 듯한 기분을 느껴요. 분명 도서관 안 어딘가에는 있다고 나오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 책 말이에요. 

368 학부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보니 차별받는 장애인이 너무 많았다. 차별은 구조적이고, 삶을 지속하기 어렵게 한다.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고 건물 구조를 바꾸고 장애인을 가두는 시설을 없애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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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교실 어떻게 할까? - 초등참사랑 이영근 선생님의 빛깔 있는 독서교육 살아있는 교육 46
이영근 지음 / 보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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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큰 아이들을 마주하다 보면, 저마다의 습관이 굳어져 책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 책은 이영근 선생님이 오랜 시간 동안 아이들과 책 읽기를 실천해 온 경험의 축적이자, 책 읽기 안내서 같은 느낌이다.

책 읽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는 고백에 공감하면서도 어떻게 책과 가까워졌는지, 스마트 기기가 일반화된 교실에서 어떻게 책을 읽게 만들었을지.... 궁금해졌다.

고등학교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일종의 의무감이다. 한 반에 한 두명이 진짜 좋아해서 책을 읽을 뿐, 각종 수행 평가와 정기고사에 밀려 자발적 책 읽기를 하는 학생을 찾기 힘들다. 강제해서라도 책을 권하지만, 책을 읽는 행위가 의미 있게 다가가려면 섬세하면서도 유연한 기획이 필요하다.

이영근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건네는 책 읽기의 경험은 온화하면서도 단호하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실천의 힘은 선생님이 보여주신 삶의 모습 때문이다. 책 읽는 것이 즐겁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준다. 교실에 책을 가까이 하고, 책을 읽고, 때로는 책을 읽어주고... 그 모습 속에서 책을 읽음으로써 느껴지는 즐거움을 전파해 준다. 아직 책이 먼 아이들에게도 책을 권할 뿐 강제하지 않는다. 죄책감과 강제를 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책에 대한 거부감은 훨씬 줄어든다. 책 읽는 행위에 특별함을 부여하면, 책 읽을 마음을 얻게 된다.

독후활동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활동, 혼자하는 활동,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활동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독서록, 연극, 토론, 책 추천 등 활동 사례를 보여주며 무게와 부담을 덜어냈다.

물론 학교급이 다른 나는 고민이 된다. 무게와 부담을 덜어내도 평가와 연계되지 않은 활동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과 어떻게 할 것인가. 가벼이만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무게감만 가지고도 갈 수 없으니.

다만, 꾸준히 하는 힘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온화하면서도 강단있게.

 

들어가는 말

 

1장 책이 좋은 아이들

책 읽는 교실을 시작하며

학생들이 책을 좋아했으면

책 읽는 교실로 우리 반 빛깔 만들기

 

2장 참사랑땀 반 책 읽기

책 읽기 준비

·첫날 첫 책 읽는 준비

·책을 좋아하는 학생으로 이끄는 방법

·학부모와 책 이야기 나누기

참사랑땀 반 책 읽기 방법들

·가을 아래 책 읽기

·심심책읽기

·책 모둠 활도하기

·교실에 누워서 책 읽기 맨발교실

 

 

3장 책과 함께하는 학급운영

학급문고

·학급문고 꾸리기

·학급문고 보는 법

·학급문고 유의점

책 돌려 읽기

·책 돌려 읽기, 시작하기

·책 읽고 돌리는 법

·잔치로 열고 닫기

·책 돌려 읽기 빛깔 내기

책 선물하기

·도움 선생님께 책 선물하기

·연극 선생님께 책 선물하기

·헤어지는 학생에게 책 선물하기

 

4장 독후 활동

독후 활동은 필요할까

책나래 담기독서록 쓰기

·준비물

·독서록 쓰는 방법

·독서감상문 쓰기

책 읽고 연극하기

·참사랑땀 반에서 연극하기

·그림책으로 연극하기

·온작품읽기로 연극하기

친구와 책 추천하기

 

5장 온작품읽기

온작품읽기를 하는 교실

온작품읽기 유의점

·책 읽을 시간 만들기

·책 고르기

·책 읽기

온작품읽기 어떻게 할까?

·오즈의 마법사로 오즈의 나라 그리기

·샬롯의 거미줄로 연극하기

·어린 왕자로 부모와 함께 읽기

·만복이네 떡집으로 고민 떡 먹기

·몽실 언니책 읽고 글쓰기

 

6장 독서토론

독서토론이란?

독서토론 절차

·책 읽기

·생각 나누기

·논제 정하기

·논제 분석하기

·토론 준비하기(주장하는 글, 입안문 쓰기)

·토론하기

독서토론 사례

·걱정 상자읽고 토론하기

·살아 있다는 건읽고 토론하기

·슈퍼 거북읽고 토론하기

·축구공을 지켜라읽고 토론하기

·강아지똥읽고 토론하기

 

나가는 말

선생은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보여 주는 삶이어야 한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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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버리지 않는 빵집 - 환경에 진심인 제빵사의 도전기
이데 루미 지음, 아키쿠사 아이 그림, 강물결 옮김 / 다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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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밥 한 톨 남기는 것만으로도 아버지에게 매우 많이 혼났다.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외식으로 짜장면을 먹을 때, 6명의 가족이 짜장면 4그릇을 시켰다. 엄마와 아빠가 한 그릇씩, 언니와 막내, 나와 동생이 각각 한 그릇씩 먹었다.(지금은 11주문이 너무나 당연해졌지만.) 짜장면 양념이 남은 것은 집으로 가져와 다음 날 비벼 먹었다. 야채 하나도 남기지 않는 게 익숙했다.

어느 순간 먹을 것이 풍족해졌다. 우리 사회 전반이 풍족해짐으로써 남는 것이 많아졌다. 냉장고는 커졌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냉장고를 채우고, 또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음식들이 많아졌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물론 마트에 오기까지에도 수많은 과정을 보낸 식료품들이지만), 손질을 하고 조리법에 따라 조리를 하여 내 앞에 한 끼의 식사로 왔지만, 먹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들 또한 못지않게 많아졌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좀 더 빠르게, 좀 더 많은 양의, 좀 더 보기 좋은 음식을 하는 것에 온통 신경을 쓰고, 이 음식들이 모두 소화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한 음식이 내 앞에 오기까지의 수고로움은 물론, 이 음식들이 귀하게 여겨지고 있는지 살피지 않는다. 음식의 소화가 아닌 소비가 되고, 과식하는 사이에서 버려지는 음식이 많아지고, 귀함이 사라졌다.

단지 음식만이 아니라 생물을 조리하는 사람들의 정성, 생물을 길러내기까지의 수고로움, 자연의 조건들이 순환의 고리가 끊어진 채 살아가게 되면서 한 행위의 영향력이 점차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인간의 행위는 자연을 헤치는 행위가 되었고, 이러한 행위가 반복될수록 불균형과 공허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단지 버리지 않는 빵이 아니라 버려지는 행위, 파괴된 자연의 모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프랑스에서 풍요롭다는 것은 돈이 많아서 생기는 것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 물건을 살 때 마음에 드는 것만 사서 소중히 다루며 오랫동안 사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낭비가 적고 돈을 절약할 수 있다. - P123

유목민들은 자신들이 소중히 기른 양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것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유목민에게 먹는다는 것은 다른 생명을 얻는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니 어떻게 생명을 낭비할 수 있겠는가.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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