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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 창비 / 2024년 7월
평점 :
<나는 얼마짜리 입니ᄁᆞ> 6411 목소리 지음, 창비
16 나는 2년차 자활노동자다. 정확한 사업 명칭은 ‘자활 근로 참여자.’ 노동자(근로자)가 아니란 애기다. 그러나 자활 근로 참여자도 엄연히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여덟시간 일한다. 그렇게 한달을 일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120만원 남짓, 자활 근로 참여자는 노동자가 아닌 참여자이기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최저임금이나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22 의사협회는 국민의 안전을 핑계대며 타투 법제화를 막아. 지지난달에는 의사협회가 타투합법화 저지 TF도 만들었더라. ---- 정작 병의원에서도 타투를 하는 건 의사가 아니야. 당연히 우리 같은 비의료인이지. 그러니 병우=의원이 타투를 하면 더 큰 범죄가 돼. 의사면허 대여, 불법의료시술 지시 및 알선 그리고 홍보, 불법계약 등등. 이런게 적발돼 의사면허가 정지되는 사례도 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나보더라.
31 광고를 보지 않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유튜버의 광고 수익은 줄어들었고, 유튜브는 온갖 새로운 수익 장치를 마련하여 이익을 챙겼다.
47 선수가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이런 불합리함을 참고 인내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어서는 안 된다. --- 임금 체불을 막는 리그 법규조항을 강화하고, 선수가 임금을 받지 모살 경우 협회가 나서서 선수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선수, 팬, 구단 스태프 모두 운동선수도 노동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53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한 말: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다. - 증거가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59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성매매 여성이 일이나 노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성매매 산업은 폭력이고 착취일 뿐이다. 뭉치는 그런 성산업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매매는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돼서 하는 것이다.
63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이 있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인데, 지금 우리와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과정에서 어떤 이해당사자도 희생되지 않고 억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72 언론에 드러난 건 유명 일타강사지만, 그 무대 뒤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메가스터디에만 1600명이 넘는다. 내가 일하는 기숙학원만 해도 새벽 네시에 출군하는 식당노동자, 여섯시에 출근하는 미화노동자, 야간팀, 주간팀, 담임팀, 시설지원팀 등 80여명이 있다. 미화팀은 월급 실수령액이 지난해 150여만우너에서 올해 그나마 올라서 180여만원이라고 한다.
78 자연의 변화는 피부에 와닿을 만큼 극단적이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의 탐욕과 이기심이 바다ᄁᆞ지 망가뜨린 것 아닐까요.
82 유전자변형과 화학농약으로 재배된 외국산 농산물에 아주 관대한 정부와 언론은 관련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알 권리마저 빼앗고 있다.
83 오스트리아 산골 마을 앞 공동묘지에서 ‘나는 씨앗 뿌리는 농부입니다’라고 적힌 비문을 본 적이 있다. ‘농’은 평생 농부로 살아온 사람들, 앞으로 농부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심장과도 같은 글자다. 그런데 이 글자가 농업을 배우고 익히는 학교나 농산물을 유통하는 시장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지워진 농의 정당한 가치를 복권해야 할 때다.
92 학생들에게 따뜻한 아침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움직이는 이들이 있음을 알아주세요.
99 도축검사원은 법적으로 도축 검사 업무의 주체가 아닌 보조다. --- 실상을 살펴보면 도축검사원들은 전국 대부분 도축장에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해체검사와 지육검사의 주체가 되어 일당백의 역할을 해내고 잇다. 열심히 도축 검사를 수행해도 공식적으로는 없는 존재인 셈이다. .... 이제는 정원1200명 넘는 현장 전문기관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정원의 약 95퍼센트가 무기계약직이라는 기이한 구조로 구성돼 있다. 특히 현장직원 전원이 무기계약직이다.
121 누구도 소리 내 거절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세상은 늘 수많은 턱과 장애물을 둬 끊임없이 거절의 메시지를 던졌다. 휠체어를 타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주해야 했던 턱과 장애물들이 주르륵 ᄄᅠᆼᅟᅩᆯ랐다. 휠체어 생활자가 된 뒤 나는 매 순간 세상의 거절과 마주한다. .... 내 딴에는 용기를 내서 시도한 11년만의 지하철 타기를 통해 세상이 여전히 내게 등 돌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내게 등을 돌린 세상에서 언제쯤 다시 산책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140 2차대전 전범기업이자 일본 3대 그룹인 미쓰비시 계열사인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2004년 경상북도 구미시에 입주햇다. 외국인투자기업으로 토지 12만평 무상 임대, 15년간 지방세 감면, 5년간 세금 면제라는 특혜를 받아 국내에 진출해 연평균 1조원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분에 불과한 점심시간, 최저임금 수준의 적은 급여, 사소한 잘못에서 징벌조끼를 입고 일하도록 하는 인권침해, 잦은 권고사직 등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일했다.
141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에서는 노동부도 수사기관도 법원도 미루기, 시간 끌기를 계속했다.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자니다는 헌법은 우리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151 엄마, 세금은 왜 내야 해? 잠시 생각하다 국민의 권리를 잘 지킬 수 있도록 국가를 잘 운영하라고 세금을 내지라고 답했더랬다. 그 대답을 기억하던 딸아이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엄마를 보더니 세금 내지 말라고 했다. 나는 이제 어떤 답을 해야 할까.
155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노예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대우해서도 안 된다. 노동자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가 이주 노동자에게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해서 이주노동자에게 함부로 해도 되는가.
181 저는 한국에서 외국인도 내국인도 아닌 법의 중간에 낀 투명인간이 된 것입니다. .... 재일동포 사회는 공동체가 살아 있었습니다.
190 오랜 분단과 대결을 종식하고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경제 협력을 해 나가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 땅에 온 3만여명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다. 이들은 남북 경제협력 시대에 큰 몫을 감당할 소중한 자원이다.
207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에는 늘 식당 일자리가 제일 많이 올라온다. 일은 힘든데 처우가 박하니 이직도 빈번하다. 자영없자의 수익성, 식당 서비스의 질, 식당노동자의 처우.... 이들은 이렇게 서로 맞물려 있다. 길을 걷다 만나는 수많은 식당 주방 안에서는 버너의 화염을 견디며 정신없이 채소를 다듬고 면을 삶고 설거지를 하고 어서옵쇼를 외쳐대는 누군가가 있다.
215 회사는 노동조합이 없는 다른 지역 골프장의 캐디피는 인상했지만, 노동조합이 있는 골프장에서는 단체 협상에 구상권 청구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나섰다.
226 가사노동에서는 좀처럼 보람을 느낄 수 없다. 가사노동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이론상으로는 가치를 인정한다지만, 실상은 경력단절의 시간으로 여겨진다.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니 무슨 보람을 가질 수 있을까.
이제 가사노동도 가치 있는 하나의 노동이라고 인식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통계쳥은 일상 속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대한민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5 퍼센트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법원이 인정하는 전업주부 일당은 도시 일용직 건설노동자 일당에 준하므로, 2022년 기준 15만 3671원, 월 383만원 정도로 볼 수 있다.
229 한국어 교원 가운데는 여성 비율이 84퍼센트에 이릅니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무렵 급여가 적어 남자가 가장 노릇 하기엔 힘들 텐데, 그래도 우리가 남자 선생한테는 (수업을) 더 챙겨줘 라고 말하던 상사의 말이 아직 귀에 생생합니다. 한국어 교원의 열악한 임금 수준은 여성 노동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적 처우라는 큰 그림의 일부분일지 몰라요.
254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련생이 사실상 근로를 제공한다면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실습생은 노동자로 인정돼야 합니다.
260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이야기한 것처럼 화폐의 흐름은 시장의 합리성이 아니라 화폐의 사용과 흐름을 주도할 힘과 기술을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곤 한다. 권력을 갖지 못한 이들은 권력이 강요하는 질서를 따를지, 따르지 않고 이탈할지 결정할 뿐이다. 그나마 이 질서 속에 있어야만 노동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라도 얻을 수 있다. .... 노동의 대가를 어떻게 책정해야 합당한지 더욱 혼란스러웠다.
271 학교급식은 여성 건설노동자에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이라는 말이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육칠백명 끼니를 위해 미끄러운 바닥을 종종걸음치며 하루 수백개 식판과 식자재를 옮기고 조리해야 하며 뜨거운 기름과 조리대를 다뤄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
275 획일적인 자본주의사회에서 조금 다른 선택을 하고자 하는 고민은, 어쩌면 변방에서 중심으 바라볼 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287 저희 아들이 소속된 곳에 하청노동조합이 있었고,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나 위헙성 개선을 스물여덟 번이나 요구했지만 원청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너청 한국서부발전이 하청노동조합의 요구를 모두 묵살했으니 사망사고를 막을 수 없었을 겁니다.
298 아직도 사회는 특성화고를 공부를 못하는 애들이나 가는 곳, 질이 나쁜 애들이나 가는 곳이란 편견으로 보고 있다. 특성화고의 본래 목적은 특정 분야의 인재양성이다. 도대체 그 목적은 언제 현장에 적용되어 뿌리 깊은 편견을 떨칠 수 있을까.
310 급여는 최저 시급에 주휴수당을 더해 172만원.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돈일 수 있지만, 이 사회가 돌봄노동의 가치를 최저로 보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내게 일을 가르쳐주던 선배 요양보호사는 나의 손길이 있으므로 살 수 있는 분들이니 훌륭한 일을 하는 거다, 자식들도 못하는 일을 우리가 하는 거라며 다독여줬지만, 그런 사명감이나 자부심만으로 버티기엔 노동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325 10년 넘게 노조활동을 하면서 그래도 청소노동자로 살아가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청소노동자 없이 학교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파업을 통해 증명햇기에 일에 자부심도 생겼고요. 청소노동자는 학교를 넘어 사회에 꼭 필요한 필수 노동자라는 자부심도 함께요.
347 사서는 책과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뒤에 존재하는 그림자 같아요. 사람이 아닌 그림자여서일까요? 가끔은 제가 관내 분실된 도서가 된 듯한 기분을 느껴요. 분명 도서관 안 어딘가에는 있다고 나오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 책 말이에요.
368 학부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보니 차별받는 장애인이 너무 많았다. 차별은 구조적이고, 삶을 지속하기 어렵게 한다.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고 건물 구조를 바꾸고 장애인을 가두는 시설을 없<나는 얼마짜리 입니ᄁᆞ> 6411 목소리 지음, 창비
16 나는 2년차 자활노동자다. 정확한 사업 명칭은 ‘자활 근로 참여자.’ 노동자(근로자)가 아니란 애기다. 그러나 자활 근로 참여자도 엄연히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여덟시간 일한다. 그렇게 한달을 일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120만원 남짓, 자활 근로 참여자는 노동자가 아닌 참여자이기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최저임금이나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22 의사협회는 국민의 안전을 핑계대며 타투 법제화를 막아. 지지난달에는 의사협회가 타투합법화 저지 TF도 만들었더라. ---- 정작 병의원에서도 타투를 하는 건 의사가 아니야. 당연히 우리 같은 비의료인이지. 그러니 병우=의원이 타투를 하면 더 큰 범죄가 돼. 의사면허 대여, 불법의료시술 지시 및 알선 그리고 홍보, 불법계약 등등. 이런게 적발돼 의사면허가 정지되는 사례도 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나보더라.
31 광고를 보지 않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유튜버의 광고 수익은 줄어들었고, 유튜브는 온갖 새로운 수익 장치를 마련하여 이익을 챙겼다.
47 선수가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이런 불합리함을 참고 인내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어서는 안 된다. --- 임금 체불을 막는 리그 법규조항을 강화하고, 선수가 임금을 받지 모살 경우 협회가 나서서 선수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선수, 팬, 구단 스태프 모두 운동선수도 노동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53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한 말: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다. - 증거가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59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성매매 여성이 일이나 노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성매매 산업은 폭력이고 착취일 뿐이다. 뭉치는 그런 성산업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매매는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돼서 하는 것이다.
63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이 있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인데, 지금 우리와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과정에서 어떤 이해당사자도 희생되지 않고 억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72 언론에 드러난 건 유명 일타강사지만, 그 무대 뒤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메가스터디에만 1600명이 넘는다. 내가 일하는 기숙학원만 해도 새벽 네시에 출군하는 식당노동자, 여섯시에 출근하는 미화노동자, 야간팀, 주간팀, 담임팀, 시설지원팀 등 80여명이 있다. 미화팀은 월급 실수령액이 지난해 150여만우너에서 올해 그나마 올라서 180여만원이라고 한다.
78 자연의 변화는 피부에 와닿을 만큼 극단적이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의 탐욕과 이기심이 바다ᄁᆞ지 망가뜨린 것 아닐까요.
82 유전자변형과 화학농약으로 재배된 외국산 농산물에 아주 관대한 정부와 언론은 관련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알 권리마저 빼앗고 있다.
83 오스트리아 산골 마을 앞 공동묘지에서 ‘나는 씨앗 뿌리는 농부입니다’라고 적힌 비문을 본 적이 있다. ‘농’은 평생 농부로 살아온 사람들, 앞으로 농부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심장과도 같은 글자다. 그런데 이 글자가 농업을 배우고 익히는 학교나 농산물을 유통하는 시장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지워진 농의 정당한 가치를 복권해야 할 때다.
92 학생들에게 따뜻한 아침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움직이는 이들이 있음을 알아주세요.
99 도축검사원은 법적으로 도축 검사 업무의 주체가 아닌 보조다. --- 실상을 살펴보면 도축검사원들은 전국 대부분 도축장에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해체검사와 지육검사의 주체가 되어 일당백의 역할을 해내고 잇다. 열심히 도축 검사를 수행해도 공식적으로는 없는 존재인 셈이다. .... 이제는 정원1200명 넘는 현장 전문기관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정원의 약 95퍼센트가 무기계약직이라는 기이한 구조로 구성돼 있다. 특히 현장직원 전원이 무기계약직이다.
121 누구도 소리 내 거절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세상은 늘 수많은 턱과 장애물을 둬 끊임없이 거절의 메시지를 던졌다. 휠체어를 타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주해야 했던 턱과 장애물들이 주르륵 ᄄᅠᆼᅟᅩᆯ랐다. 휠체어 생활자가 된 뒤 나는 매 순간 세상의 거절과 마주한다. .... 내 딴에는 용기를 내서 시도한 11년만의 지하철 타기를 통해 세상이 여전히 내게 등 돌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내게 등을 돌린 세상에서 언제쯤 다시 산책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140 2차대전 전범기업이자 일본 3대 그룹인 미쓰비시 계열사인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2004년 경상북도 구미시에 입주햇다. 외국인투자기업으로 토지 12만평 무상 임대, 15년간 지방세 감면, 5년간 세금 면제라는 특혜를 받아 국내에 진출해 연평균 1조원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분에 불과한 점심시간, 최저임금 수준의 적은 급여, 사소한 잘못에서 징벌조끼를 입고 일하도록 하는 인권침해, 잦은 권고사직 등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일했다.
141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에서는 노동부도 수사기관도 법원도 미루기, 시간 끌기를 계속했다.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자니다는 헌법은 우리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151 엄마, 세금은 왜 내야 해? 잠시 생각하다 국민의 권리를 잘 지킬 수 있도록 국가를 잘 운영하라고 세금을 내지라고 답했더랬다. 그 대답을 기억하던 딸아이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엄마를 보더니 세금 내지 말라고 했다. 나는 이제 어떤 답을 해야 할까.
155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노예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대우해서도 안 된다. 노동자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가 이주 노동자에게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해서 이주노동자에게 함부로 해도 되는가.
181 저는 한국에서 외국인도 내국인도 아닌 법의 중간에 낀 투명인간이 된 것입니다. .... 재일동포 사회는 공동체가 살아 있었습니다.
190 오랜 분단과 대결을 종식하고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경제 협력을 해 나가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 땅에 온 3만여명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다. 이들은 남북 경제협력 시대에 큰 몫을 감당할 소중한 자원이다.
207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에는 늘 식당 일자리가 제일 많이 올라온다. 일은 힘든데 처우가 박하니 이직도 빈번하다. 자영없자의 수익성, 식당 서비스의 질, 식당노동자의 처우.... 이들은 이렇게 서로 맞물려 있다. 길을 걷다 만나는 수많은 식당 주방 안에서는 버너의 화염을 견디며 정신없이 채소를 다듬고 면을 삶고 설거지를 하고 어서옵쇼를 외쳐대는 누군가가 있다.
215 회사는 노동조합이 없는 다른 지역 골프장의 캐디피는 인상했지만, 노동조합이 있는 골프장에서는 단체 협상에 구상권 청구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나섰다.
226 가사노동에서는 좀처럼 보람을 느낄 수 없다. 가사노동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이론상으로는 가치를 인정한다지만, 실상은 경력단절의 시간으로 여겨진다.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니 무슨 보람을 가질 수 있을까.
이제 가사노동도 가치 있는 하나의 노동이라고 인식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통계쳥은 일상 속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대한민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5 퍼센트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법원이 인정하는 전업주부 일당은 도시 일용직 건설노동자 일당에 준하므로, 2022년 기준 15만 3671원, 월 383만원 정도로 볼 수 있다.
229 한국어 교원 가운데는 여성 비율이 84퍼센트에 이릅니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무렵 급여가 적어 남자가 가장 노릇 하기엔 힘들 텐데, 그래도 우리가 남자 선생한테는 (수업을) 더 챙겨줘 라고 말하던 상사의 말이 아직 귀에 생생합니다. 한국어 교원의 열악한 임금 수준은 여성 노동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적 처우라는 큰 그림의 일부분일지 몰라요.
254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련생이 사실상 근로를 제공한다면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실습생은 노동자로 인정돼야 합니다.
260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이야기한 것처럼 화폐의 흐름은 시장의 합리성이 아니라 화폐의 사용과 흐름을 주도할 힘과 기술을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곤 한다. 권력을 갖지 못한 이들은 권력이 강요하는 질서를 따를지, 따르지 않고 이탈할지 결정할 뿐이다. 그나마 이 질서 속에 있어야만 노동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라도 얻을 수 있다. .... 노동의 대가를 어떻게 책정해야 합당한지 더욱 혼란스러웠다.
271 학교급식은 여성 건설노동자에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이라는 말이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육칠백명 끼니를 위해 미끄러운 바닥을 종종걸음치며 하루 수백개 식판과 식자재를 옮기고 조리해야 하며 뜨거운 기름과 조리대를 다뤄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
275 획일적인 자본주의사회에서 조금 다른 선택을 하고자 하는 고민은, 어쩌면 변방에서 중심으 바라볼 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287 저희 아들이 소속된 곳에 하청노동조합이 있었고,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나 위헙성 개선을 스물여덟 번이나 요구했지만 원청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너청 한국서부발전이 하청노동조합의 요구를 모두 묵살했으니 사망사고를 막을 수 없었을 겁니다.
298 아직도 사회는 특성화고를 공부를 못하는 애들이나 가는 곳, 질이 나쁜 애들이나 가는 곳이란 편견으로 보고 있다. 특성화고의 본래 목적은 특정 분야의 인재양성이다. 도대체 그 목적은 언제 현장에 적용되어 뿌리 깊은 편견을 떨칠 수 있을까.
310 급여는 최저 시급에 주휴수당을 더해 172만원.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돈일 수 있지만, 이 사회가 돌봄노동의 가치를 최저로 보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내게 일을 가르쳐주던 선배 요양보호사는 나의 손길이 있으므로 살 수 있는 분들이니 훌륭한 일을 하는 거다, 자식들도 못하는 일을 우리가 하는 거라며 다독여줬지만, 그런 사명감이나 자부심만으로 버티기엔 노동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325 10년 넘게 노조활동을 하면서 그래도 청소노동자로 살아가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청소노동자 없이 학교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파업을 통해 증명햇기에 일에 자부심도 생겼고요. 청소노동자는 학교를 넘어 사회에 꼭 필요한 필수 노동자라는 자부심도 함께요.
347 사서는 책과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뒤에 존재하는 그림자 같아요. 사람이 아닌 그림자여서일까요? 가끔은 제가 관내 분실된 도서가 된 듯한 기분을 느껴요. 분명 도서관 안 어딘가에는 있다고 나오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 책 말이에요.
368 학부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보니 차별받는 장애인이 너무 많았다. 차별은 구조적이고, 삶을 지속하기 어렵게 한다.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고 건물 구조를 바꾸고 장애인을 가두는 시설을 없애야 했다.
이 책은 목차를 보는 것만으로 책을 한 권 다 읽은 듯한 느낌이었다.
엥겔스는 분업이 경제를 번성하게 하고, 사회를 발전하게 한다고 보았다. 설득력이 있어 보였던 그의 말은 오늘날의 세계에서 분업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수많은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말해 준다. 사회 구조의 한 자락 아래 있으면서도 나서지 않는 노동의 자리들. 분업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많은 이들과 연대해서 살아가고 있지만, 또한 분업화되어 각기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각자의 노동을 하느라 서로의 연대를 확인할 수 없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노동의 가치를 권력을 지니지 않은 노동을 폄훼하는 사이, 연대할 수 없는 노동자들의 삶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있다면 보이지 않는 연대도 있을텐데, 연대는 더 꽁꽁 숨어 드러내지 않는다.
그보다 권력은 사회의 중요하면서도 취약한 일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자들에게 잘 닿지 않는다. <아빠의 아빠가 되었다>는 책을 쓴 조기현씨는 본인이 영케어러가 되었던 9년의 시간 동안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하지만, 책을 쓰고 북토크를 하며 알려지게 되면서 주요 자리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한다. 취약한 노동에 있는 사람들이 어쩌면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닿게 말할 수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도 중요한 요소로 짚어내고 있다.
수없이 많은 노동과 직업의 세계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거대한 자본 사이에서 정당한 근로의 댓가를 받을 수 없는 사례는 물론, 다른 노동을 하고 있을 뿐 인간 존재로서의 존엄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서 불안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초과 근무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장의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경제적 부라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케 한다.
인간으로의 존엄, 함께 잘 살기를 고민하는 과정들이 더 많이 고민되고 정책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1부 · 숨은 일터에서 ‘나’를 발견하다
정부가 만드는 투명인간들 | 자활노동자
타투, 이 땅에선 무조건 ‘불법’ | 타투이스트
아프다, 웹툰이, 너무 아프다 | 웹툰 작가
유튜브가 만든 관절염?! | 유튜브 크리에이터
‘노가다’ 없이 세상이 돌아가나요 | 물류센터노동자
미싱은 잘도 도네, 나아지지도 않고 | 봉제노동자
프로축구, 이런 리그도 있다 | 프로축구 4부리그 선수
재미를 위해서는 쉴 틈이 없다 | 게임 엔지니어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 영어 번역가
성매매는 폭력이고 착취일 뿐 | 성매매 경험 당사자
이렇게 지구가 더워지다가는… | 화력발전소노동자
관광객은 돌아왔지만 | 호텔 해고노동자
‘일타강사’ 뒤에 우리가 있다 | 기숙학원노동자
바다가 점점 좁아진다 | 어부
‘농’이 사라진 사회에서 | 농업미생물학자
세금 없이 팔랬더니 사직서를 받고 있네 | 면세점노동자
천원짜리 따뜻한 아침밥 | 대학생협 사무국장
나는 언제부터 내 일터가 부끄러워졌나 | 도축검사원
당신에게 꼭 맞는 책 | 초등학교 사서
어쩌다보니, 농촌 | 귀촌청년
2부 ·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목소리
당당한 10년 차 여성 대리기사 | 대리운전노동자
11년 만에 지하철에 오르며 | 소설가
‘메이드 인 베트남’ 아녜요, 나는 나예요 | 결혼이주여성
애인 있냐는 말에 있다고도 없다고도 못하는 이유 | 성소수자 활동가
지리산 자락 ‘기간제 교장’ 짱구쌤의 티타임 | 초등학교 교장
직접 증명하라고, 직접 증명해보라고 | 비정규직 노동자
‘동료상담’이라는 혁명 | 정신장애 동료상담가
외국인투자기업은 무법지대인가 | 해고 예정 노동자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 이주노조 활동가
제 의족이 그렇게 무섭나요 | 장애인 노동자
배달라이더의 현실, 들어보실래요? | 배달노동자
돌봄노동자도 돌봄이 필요하다 | 사회복지사
엄마가 아프고 난 후 | 가족돌봄 청년
출퇴근 시간이 짧아질수록 멀어지는 것들 | 장애인 재택근무 노동자
내 나라는 어디인가 | 재일동포 3세
출근하는 딸에게 | 발달장애인 취업지원센터장
탈북민의 지식, 이용할 생각이 없습니까? | 탈북민
행복으로 가득한 농장 | 협동농장 농부
3부 · ‘오늘도 무사히’, 한숨과 땀방울의 연대기
방송 예능국에는 웃음소리가 없다 | 예능작가
종업원이 된 사장님 | 식당노동자
폐지 줍는 일이 주는 위안 | 폐지수집노동자
‘캐디’의 말도 안 되는 공짜노동 | 캐디
시간 약속 좀 잘 지켜주세요 | 헤어디자이너
끝이 없다, 끝이 | 가사노동자
한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 | 한국어 강사
홈쇼핑 콜센터가 믹서기라면 플랫폼업체는 초고속 블렌더였다 | 고객센터 상담노동자
자동차 영업사원도 계급이 있다 | 자동차 영업사원
씨앗이 참 소중해 | 농부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배송할 분? | 택배사 아르바이트
간호조무사 실습생은 병원의 노예 | 간호조무사
팬데믹 때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건 우리 아닐까요 | 여행사 대표
그래도 책을 만드는 이유 | 출판노동자
마봉춘씨, 10년 인연이 어쩜 그렇게 잔인한가요 | 방송작가
밥 하다가 아픈 사람이 없도록 | 학교급식노동자
동네에 책방이 하나쯤 있다는 것 | 동네서점 대표
‘쓸 만한’ 사람이란 누구인가 | 건설노동자
4부 · 권리를 향해 한걸음씩
용균이 엄마가 호소합니다 | 김용균재단 대표
나는 여성 홈리스였다 | 홈리스행동 활동가
특성화고 출신이 현장에서 처음 겪는 일들 | ‘마니또’ 공동운영진
한편의 공연을 기획하면서 | 독립 공연기획자
이 들판에 학교를 세워가자 | 장애인야학 교장
사명감만으로 버티기 힘든 전문직 | 요양보호사
꿈을 먹는다고 배가 부르지는 않다 | 배우
당신이 왜 거기서 나와…? | 시설지원노동자
내가 붉은 조끼를 입는 이유 | 청소노동자
희생이나 헌신이라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 비영리단체 활동가
죽지 않고 맞서는 방법을 찾아서 | 콜센터 상담노동자
잊혀야 하는 존재, 번역가는 번역가다 | 프랑스어 번역가
퇴직자도 ‘노조’가 있다 | 퇴직자노조 활동가
사서 고생하니? 사서라서 고생해요! | 공공도서관 사서
매일매일 주차관리, 내 권리는 어디에 | 주차노동자
대리운전 부르신 분? | 대리운전노조 활동가
‘공연장’과 ‘나이트클럽’ 사이에서 | 인디밴드 멤버
내 퇴직공제금은 어디로 갔나 | 마루노동자
나는 1년 넘게 일해본 적이 없다 | 사회복지사
닫는 글을 대신하여 ·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노회찬
16 나는 2년차 자활노동자다. 정확한 사업 명칭은 ‘자활 근로 참여자.’ 노동자(근로자)가 아니란 애기다. 그러나 자활 근로 참여자도 엄연히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여덟시간 일한다. 그렇게 한달을 일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120만원 남짓, 자활 근로 참여자는 노동자가 아닌 참여자이기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최저임금이나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22 의사협회는 국민의 안전을 핑계대며 타투 법제화를 막아. 지지난달에는 의사협회가 타투합법화 저지 TF도 만들었더라. ---- 정작 병의원에서도 타투를 하는 건 의사가 아니야. 당연히 우리 같은 비의료인이지. 그러니 병우=의원이 타투를 하면 더 큰 범죄가 돼. 의사면허 대여, 불법의료시술 지시 및 알선 그리고 홍보, 불법계약 등등. 이런게 적발돼 의사면허가 정지되는 사례도 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나보더라.
31 광고를 보지 않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유튜버의 광고 수익은 줄어들었고, 유튜브는 온갖 새로운 수익 장치를 마련하여 이익을 챙겼다.
47 선수가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이런 불합리함을 참고 인내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어서는 안 된다. --- 임금 체불을 막는 리그 법규조항을 강화하고, 선수가 임금을 받지 모살 경우 협회가 나서서 선수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선수, 팬, 구단 스태프 모두 운동선수도 노동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53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한 말: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다. - 증거가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59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성매매 여성이 일이나 노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성매매 산업은 폭력이고 착취일 뿐이다. 뭉치는 그런 성산업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매매는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돼서 하는 것이다.
63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이 있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인데, 지금 우리와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과정에서 어떤 이해당사자도 희생되지 않고 억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72 언론에 드러난 건 유명 일타강사지만, 그 무대 뒤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메가스터디에만 1600명이 넘는다. 내가 일하는 기숙학원만 해도 새벽 네시에 출군하는 식당노동자, 여섯시에 출근하는 미화노동자, 야간팀, 주간팀, 담임팀, 시설지원팀 등 80여명이 있다. 미화팀은 월급 실수령액이 지난해 150여만우너에서 올해 그나마 올라서 180여만원이라고 한다.
78 자연의 변화는 피부에 와닿을 만큼 극단적이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의 탐욕과 이기심이 바다ㄲㆍ지 망가뜨린 것 아닐까요.
82 유전자변형과 화학농약으로 재배된 외국산 농산물에 아주 관대한 정부와 언론은 관련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알 권리마저 빼앗고 있다.
83 오스트리아 산골 마을 앞 공동묘지에서 ‘나는 씨앗 뿌리는 농부입니다’라고 적힌 비문을 본 적이 있다. ‘농’은 평생 농부로 살아온 사람들, 앞으로 농부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심장과도 같은 글자다. 그런데 이 글자가 농업을 배우고 익히는 학교나 농산물을 유통하는 시장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지워진 농의 정당한 가치를 복권해야 할 때다.
92 학생들에게 따뜻한 아침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움직이는 이들이 있음을 알아주세요.
99 도축검사원은 법적으로 도축 검사 업무의 주체가 아닌 보조다. --- 실상을 살펴보면 도축검사원들은 전국 대부분 도축장에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해체검사와 지육검사의 주체가 되어 일당백의 역할을 해내고 잇다. 열심히 도축 검사를 수행해도 공식적으로는 없는 존재인 셈이다. .... 이제는 정원1200명 넘는 현장 전문기관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정원의 약 95퍼센트가 무기계약직이라는 기이한 구조로 구성돼 있다. 특히 현장직원 전원이 무기계약직이다.
121 누구도 소리 내 거절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세상은 늘 수많은 턱과 장애물을 둬 끊임없이 거절의 메시지를 던졌다. 휠체어를 타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주해야 했던 턱과 장애물들이 주르륵 ㄸ?ㅇㅤㅗㄹ랐다. 휠체어 생활자가 된 뒤 나는 매 순간 세상의 거절과 마주한다. .... 내 딴에는 용기를 내서 시도한 11년만의 지하철 타기를 통해 세상이 여전히 내게 등 돌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내게 등을 돌린 세상에서 언제쯤 다시 산책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140 2차대전 전범기업이자 일본 3대 그룹인 미쓰비시 계열사인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2004년 경상북도 구미시에 입주햇다. 외국인투자기업으로 토지 12만평 무상 임대, 15년간 지방세 감면, 5년간 세금 면제라는 특혜를 받아 국내에 진출해 연평균 1조원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분에 불과한 점심시간, 최저임금 수준의 적은 급여, 사소한 잘못에서 징벌조끼를 입고 일하도록 하는 인권침해, 잦은 권고사직 등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일했다.
141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에서는 노동부도 수사기관도 법원도 미루기, 시간 끌기를 계속했다.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자니다는 헌법은 우리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151 엄마, 세금은 왜 내야 해? 잠시 생각하다 국민의 권리를 잘 지킬 수 있도록 국가를 잘 운영하라고 세금을 내지라고 답했더랬다. 그 대답을 기억하던 딸아이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엄마를 보더니 세금 내지 말라고 했다. 나는 이제 어떤 답을 해야 할까.
155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노예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대우해서도 안 된다. 노동자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가 이주 노동자에게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해서 이주노동자에게 함부로 해도 되는가.
181 저는 한국에서 외국인도 내국인도 아닌 법의 중간에 낀 투명인간이 된 것입니다. .... 재일동포 사회는 공동체가 살아 있었습니다.
190 오랜 분단과 대결을 종식하고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경제 협력을 해 나가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 땅에 온 3만여명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다. 이들은 남북 경제협력 시대에 큰 몫을 감당할 소중한 자원이다.
207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에는 늘 식당 일자리가 제일 많이 올라온다. 일은 힘든데 처우가 박하니 이직도 빈번하다. 자영없자의 수익성, 식당 서비스의 질, 식당노동자의 처우.... 이들은 이렇게 서로 맞물려 있다. 길을 걷다 만나는 수많은 식당 주방 안에서는 버너의 화염을 견디며 정신없이 채소를 다듬고 면을 삶고 설거지를 하고 어서옵쇼를 외쳐대는 누군가가 있다.
215 회사는 노동조합이 없는 다른 지역 골프장의 캐디피는 인상했지만, 노동조합이 있는 골프장에서는 단체 협상에 구상권 청구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나섰다.
226 가사노동에서는 좀처럼 보람을 느낄 수 없다. 가사노동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이론상으로는 가치를 인정한다지만, 실상은 경력단절의 시간으로 여겨진다.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니 무슨 보람을 가질 수 있을까.
이제 가사노동도 가치 있는 하나의 노동이라고 인식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통계쳥은 일상 속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대한민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5 퍼센트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법원이 인정하는 전업주부 일당은 도시 일용직 건설노동자 일당에 준하므로, 2022년 기준 15만 3671원, 월 383만원 정도로 볼 수 있다.
229 한국어 교원 가운데는 여성 비율이 84퍼센트에 이릅니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무렵 급여가 적어 남자가 가장 노릇 하기엔 힘들 텐데, 그래도 우리가 남자 선생한테는 (수업을) 더 챙겨줘 라고 말하던 상사의 말이 아직 귀에 생생합니다. 한국어 교원의 열악한 임금 수준은 여성 노동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적 처우라는 큰 그림의 일부분일지 몰라요.
254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련생이 사실상 근로를 제공한다면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실습생은 노동자로 인정돼야 합니다.
260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이야기한 것처럼 화폐의 흐름은 시장의 합리성이 아니라 화폐의 사용과 흐름을 주도할 힘과 기술을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곤 한다. 권력을 갖지 못한 이들은 권력이 강요하는 질서를 따를지, 따르지 않고 이탈할지 결정할 뿐이다. 그나마 이 질서 속에 있어야만 노동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라도 얻을 수 있다. .... 노동의 대가를 어떻게 책정해야 합당한지 더욱 혼란스러웠다.
271 학교급식은 여성 건설노동자에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이라는 말이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육칠백명 끼니를 위해 미끄러운 바닥을 종종걸음치며 하루 수백개 식판과 식자재를 옮기고 조리해야 하며 뜨거운 기름과 조리대를 다뤄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
275 획일적인 자본주의사회에서 조금 다른 선택을 하고자 하는 고민은, 어쩌면 변방에서 중심으 바라볼 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287 저희 아들이 소속된 곳에 하청노동조합이 있었고,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나 위헙성 개선을 스물여덟 번이나 요구했지만 원청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너청 한국서부발전이 하청노동조합의 요구를 모두 묵살했으니 사망사고를 막을 수 없었을 겁니다.
298 아직도 사회는 특성화고를 공부를 못하는 애들이나 가는 곳, 질이 나쁜 애들이나 가는 곳이란 편견으로 보고 있다. 특성화고의 본래 목적은 특정 분야의 인재양성이다. 도대체 그 목적은 언제 현장에 적용되어 뿌리 깊은 편견을 떨칠 수 있을까.
310 급여는 최저 시급에 주휴수당을 더해 172만원.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돈일 수 있지만, 이 사회가 돌봄노동의 가치를 최저로 보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내게 일을 가르쳐주던 선배 요양보호사는 나의 손길이 있으므로 살 수 있는 분들이니 훌륭한 일을 하는 거다, 자식들도 못하는 일을 우리가 하는 거라며 다독여줬지만, 그런 사명감이나 자부심만으로 버티기엔 노동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325 10년 넘게 노조활동을 하면서 그래도 청소노동자로 살아가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청소노동자 없이 학교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파업을 통해 증명햇기에 일에 자부심도 생겼고요. 청소노동자는 학교를 넘어 사회에 꼭 필요한 필수 노동자라는 자부심도 함께요.
347 사서는 책과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뒤에 존재하는 그림자 같아요. 사람이 아닌 그림자여서일까요? 가끔은 제가 관내 분실된 도서가 된 듯한 기분을 느껴요. 분명 도서관 안 어딘가에는 있다고 나오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 책 말이에요.
368 학부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보니 차별받는 장애인이 너무 많았다. 차별은 구조적이고, 삶을 지속하기 어렵게 한다.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고 건물 구조를 바꾸고 장애인을 가두는 시설을 없애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