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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버리지 않는 빵집 - 환경에 진심인 제빵사의 도전기
이데 루미 지음, 아키쿠사 아이 그림, 강물결 옮김 / 다봄 / 2024년 6월
평점 :
어릴 때 밥 한 톨 남기는 것만으로도 아버지에게 매우 많이 혼났다.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외식으로 짜장면을 먹을 때, 6명의 가족이 짜장면 4그릇을 시켰다. 엄마와 아빠가 한 그릇씩, 언니와 막내, 나와 동생이 각각 한 그릇씩 먹었다.(지금은 1인 1주문이 너무나 당연해졌지만.) 짜장면 양념이 남은 것은 집으로 가져와 다음 날 비벼 먹었다. 야채 하나도 남기지 않는 게 익숙했다.
어느 순간 먹을 것이 풍족해졌다. 우리 사회 전반이 풍족해짐으로써 남는 것이 많아졌다. 냉장고는 커졌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냉장고를 채우고, 또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음식들이 많아졌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물론 마트에 오기까지에도 수많은 과정을 보낸 식료품들이지만), 손질을 하고 조리법에 따라 조리를 하여 내 앞에 한 끼의 식사로 왔지만, 먹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들 또한 못지않게 많아졌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좀 더 빠르게, 좀 더 많은 양의, 좀 더 보기 좋은 음식을 하는 것에 온통 신경을 쓰고, 이 음식들이 모두 소화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한 음식이 내 앞에 오기까지의 수고로움은 물론, 이 음식들이 귀하게 여겨지고 있는지 살피지 않는다. 음식의 소화가 아닌 소비가 되고, 과식하는 사이에서 버려지는 음식이 많아지고, 귀함이 사라졌다.
단지 음식만이 아니라 생물을 조리하는 사람들의 정성, 생물을 길러내기까지의 수고로움, 자연의 조건들이 순환의 고리가 끊어진 채 살아가게 되면서 한 행위의 영향력이 점차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인간의 행위는 자연을 헤치는 행위가 되었고, 이러한 행위가 반복될수록 불균형과 공허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단지 버리지 않는 빵이 아니라 버려지는 행위, 파괴된 자연의 모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프랑스에서 풍요롭다는 것은 돈이 많아서 생기는 것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 물건을 살 때 마음에 드는 것만 사서 소중히 다루며 오랫동안 사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낭비가 적고 돈을 절약할 수 있다. - P123
유목민들은 자신들이 소중히 기른 양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것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유목민에게 먹는다는 것은 다른 생명을 얻는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니 어떻게 생명을 낭비할 수 있겠는가.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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