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때 잠자리
마르탱 파주 지음, 한정주 옮김 / 열림원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기억에 남는 구절 몇가지.

‘그들이 무엇을 더 갖고 있는지 알 수는 없어도, 어찌 되었건 그들은 다르지요.’ 라는 구절을 꼽아보았다. 이는 게리네가 자신의 주장을 확고히 하기 위해 사용한 구절인데, 사실 내가 놓인 처지에서 보면 이 말은 참 와 닿는다. 우리 주변에도 꼭 외모가 정말 아름답거나, 공부를 매우 잘하거나 이렇게 특출난 인재가 한 둘씩 있기 마련이다. 사실 모든 면에서 평범한 이 독자로서는 이 말이 조금 슬프게 느껴진다. 어찌됐든 그들은 다르다니, 그러면 나는 평생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인가?


‘기자들이란 기사에 자신의 능력과 너의 명성의 정도를 드러내려고 하는 거야. 설탕 조각에 관한 질문이건 방전에 관한 질문이건 상관없는 거지. 네가 연구소에 있는 그 놈의 학자들처럼 무언가 너의 것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거야.’ 라는 구절이다. 사실 나도 한때 기자를 꿈꿨던 적이 있는데, 이렇게 기자들을 풍자하는 구절을 읽고 나니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모든 기자들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 독자도 두 군데에서 어린이기자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마음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하지는 않는다.


예술가는 휴머니스트가 아니다. 예술가는 그런 고상한 비탄에 관해서는 무능하다. 왜냐하면 선량한 양심, 다리가 마비된 어린 돼지를 죽이는 호랑이보다 확실하게 예술을 죽여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들은 매일매일 조금씩 죽어가니까, 예술가란 자기 자신의 상중에 있다는 것일까?


‘난 어느 날 샤워를 하다가 문득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어요. 진리에 대한 그런 영감은 칵테일파티나, 신문 기사를 앞에 두고서는 생기지 않는답니다. 난 언제나 내가 이해한 바를 추구하지요’ 이다. 이 말은 피오레갈이 한 말로서, 게리네가 예술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을 때 한 답변이다. 사실 예술이라는 것은 매우 추상적이어서, 무엇인지 감이 잘 오지 않을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피오레갈은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해주었다. 언제나 자신이 이해한 바를 추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술이라고 하였다. 훗날 내가 어른이 되어 예술활동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게 된다면, 반드시 이 피오레갈의 말을 마음에 새겨두고 일을 할 것이다.

이 책에서 피오를 중심으로 세상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통해 피오가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은 참 특별한 느낌을 전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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