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사의 회전 ㅣ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벌써 다섯번째 만나는 세계문학의 숲 시리즈.. 이번에는 '나사의 회전'
개인적으로 처음 들어보는 제목에 작가도 처음 접해보는 작품.. 책 뒷편의 유명 작가들의 평을 보니 공포장르 일거란 예상만.. 그 외에는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와~ 손에 쥔 순간부터 다 읽을때 까지 놓을 수가 없었다... 책도 굉장히 빨리 읽혀지고.. 거의 2시간만에 다 읽은 듯...
이야기는 더글라스라는 한 남자가 저택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이제껏 아마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해주겠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젊은시절 자신의 누이의 가정교사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라며, 단 런던의 집에 있는 원고가 도착해야지만 들려줄 수 있다는 얘기... 며칠 후 원고가 도착하고 남아있던 사람들에게 원고를 읽어준다..
시골 목사의 막내딸로 자란 소녀가 가정교사로 처음으로 일을 하게된 곳에서 겪게된 이야기..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부유한 백부의 손에 맡겨진 남매.
매력적인 독신남으로서의 삶을 영위해 가는 이 백부님은 자신의 삶에 방해를 받기를 원하지 않기에 아이들을 안전한 시골에 내려보내 그곳에서 하인들과 가정교사의 손에 일임해 왔다..
경험이 전혀 없던 그녀는 이 매력적인 고용주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의 두 조카를 맡기위해 시골로 향한다..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아이 플로라.. 그리고 전임 가정교사 이후 아이들의 책임자 역할을 해온 그로스 부인과 함께 안정을 찾아가던 어느날.
여름방학이 되면 돌아오기로 한 마일스가 퇴학당했다는 편지와 함께 돌아오고.. 어느 해질녘 산책길에서 유령을 보게된것을 시작으로 사랑스러운 그녀의 학생들이 파렴치한 유령들과 교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아이들과 교감하는 이 악한 유령들은 집주인의 시종이었던 퀸트의 유령과 아이들의 전임 가정교사였던 제슬양... 이때부터 아이들과 교감하며 지배하는 악한 유령들과 그 유령들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려는 가정교사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어느순간 의심이 들기도 했다..
가정교사가 옳다고 생각되다가도, 유령에 대한 그녀의 직관력이나, 가정교사의 눈에만 보이는 유령.. 혹시 가정교사의 망상은 아닐까.. (책 뒤편의 해설을 보니 이 작품이 발표되었던 당시 그런 논란도 많았다고 한다.. 가정교사의 억압된 성적 욕망에 대한 망상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의 이상한 행동이나, 순진함을 넘어서는 섬뜩함... 그리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유령들.... 아이들을 지키기위한 가정교사의 노력.. 어느날 플로라가 없어지고, 그녀를 호숫가에서 제슬양과 교감하던 현장을 맞닥뜨린 가정교사는 마침내 플로라에게 직접 제슬양 이야기를 꺼낸다.. 금기를 깬 순간 플로라는 그녀를 포장하던 순진함을 버리고 사악함을 드러내며 병들고 만다.. 아이들을 구하기로 맘먹은 가정교사는 그로스부인과 플로라를 런던의 백부님에게 보내고, 마일스를 지배하는 퀸트와 대립한다.
마침내 아이의 눈에서 유령을 몰아내는데 성공했다고 여기는 순간 마일스는 자신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그녀의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이 작품을 읽는내내 영화 "디 아더스"가 생각났다.. 시대적인 배경이나 공간적인 배경이 매우 닮아 있는듯 했다. 시골의 안개에 싸인 저택... 어린 두 아이들을 지배하는 악한 유령들의 모습은 창 밖에서, 호숫가에서 때로는 대담하게도 집안에서도 보인다.. 순진하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두 소년, 소녀는 사실은 악한 유령들과 눈에 보이게, 또 보이지 않게 교감을 나누며 지배당한다..
확실하게 증거로 보이는 공포가 아니라 으스스한 분위기와 뭔가 짐작하게 하는 공포라 책으로 읽으면서도 장면이 눈에 보이듯 서늘함이 느껴졌다.. (특히나 한밤중에 읽어서 그런지 그 서늘함이 더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떠한 이유로 퀸트와 제슬양이 악한 유령이 되고, 아이들과 과거에 어떤 관계였으며, 왜 아이들을 지배하려고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혼자서 궁금해 하며, '이랬을까?"하며 추론해 가며 읽는 것이 한편 답답하기도 했지만, 명확함이 없는것이 더욱 이야기를 으스스하게 하는 듯..
고전에 속해있는 서스펜스는 처음 읽어보는데, 어떤 현대물보다도 세련된 공포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도 있던데 궁금해서라도 찾아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