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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외 ㅣ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인간실격이라는 책은... 세계문학전집에서 자주 손에 들었다 놓았다 했던 책.. 언젠가는 한번 읽어봐야지..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이 책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가수 '요조'의 인터뷰를 보고... 그녀의 이름 '요조'.. 사람들이 '요조숙녀'의 요조가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그녀는 소설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가 너무 마음에 와닿아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어떤 인물이길래..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사실 일본의 1900년대 초~중반의 소설을 별로 읽어보지는 못했다... 뭐 현대소설도 읽기 시작한지 2년이 채 안된것 같으니.. 가와바타 야스나리<설국>과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 정도... 근데 이 책들은 이번에 읽은 인간실격과 함께 그 분위기가 비슷하다.. 아니.. 나에게 와닿는 느낌이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현대 작가중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느낌.. 그리고 이런 작품들의 느낌은 내게 유럽의 작가들과도 비슷하게 와닿는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혹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같이.. 색으로 말하자면 회색. 그런 기분이 들게 한다... 염세적인 듯 하면서도 날카로운 날을 품고 있는... 그런 느낌.. 아무래도 <전쟁>이라는 공통의 역사를 온몸으로 거친 이들이라 그런가...
인간실격은 '오바 요조'라는 주인공 남자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이야기다.. 이력을 보니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는 듯.. 세상 '인간'에 대한 본질을 보고는 극도의 두려움을 갖게된 요조가 살아남기 위해, 광대짓으로 내면의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고, 방어하며 성장해 나간다.. 그런 요조가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성인이 되고 나중에 마약중독자까지 되고.. 결국 세상과는 격리된 듯한 어느 작은 마을에 방치되는 삶.. 어린 요조가 가지게 되는 두려움은 공감이 간다.. 어떤 사람이건.. 내면의 진짜 나와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나.. 그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또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으니.. 하지만 그런 요조가 선택한 삶의 방식.. 자신에게 늘 갈취만 하는 친구에게도 큰소리로 속시원히 말한번 못 쏴대고, 심지어 자신의 아내가 그런일을 당해도 멱살잡이는 커녕 오히려 옥상으로 도망가버리는... 알콜중독에다 심지어 마약중독까지.. 그런 삶을 사는 것이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이라고 해도, 순수함을 추구했지만 그런면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현실에서 결국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해도... 그런 자신은 변명삼아 주변사람에게는 이기적인 짓을 하고 마는...내가 이래서.. 라는 변명으로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아픔과 고통을 주는.. (뭐.. 요조 자신의 이야기만 나열하다보니 주변사람들이 그로 인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아니 그런 요조라면 자신을 연민하느라 주변을 돌아볼 생각조차도 자신이 주변에 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조차도 못했을 것이다..) 요즘 말로 '루저'의 모습으로 나락까지 떨어지는 무기력한 모습은.. 고운 시선으로, 딱한 시선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한발만 더 물러나서 다시 보자면... 사람들을 두려워했다는 요조이지만, 결국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특히나 아버지, 고향, 형님들에 대한 마음을 볼때면.. 그래서 싫은 소리는 못하고, 광대짓으로 사람들을 웃기면서 그 사람의 기분을 맞춰주는 멍청이 짓을 계속하고, 끌려 다녔는지도 모르겠다.. 소설 마지막에 그 마담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기억한다.. "요조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정말 그 말 한마디를 원했던 거라면 요조의 엉망진창 된 삶이 전혀 무가치 한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그저 나약하고, 두려운 사람의 삶이라고 하기엔 '요조'의 삶은 너무 이기적이고(정말로!), 자기 파괴적이다.. 그래서 나로서는 '공감'또는 '이해'또는 '딱함'의 시선을 둘 수가 없다.
p.s
1. 처음 시작할때 유럽의 작품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지만, 적어도 그 작품속의 사람들은 이렇게 이기적이지는 않는 것 같다..
2. 쓰다보니 이해불가의 감정에다 화도 나는구나... 한걸음 멀리서 관망하듯이 보지 못하고, 그 인물 자체에 열중해 비판만 하고 말다니.. 내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씁쓸하기도 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