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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ㅣ 세계문학의 숲 3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시공사의 세계문학의 숲 두번째로 만나는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제목처럼 작가토머스 드 퀸시가 아편을 복용한 경험을 쓴 글로, 당시에는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아편쟁이"라는 단어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금기시 된 경험이라는 점.. 그리고 작가가 직접 고백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끼기에 충분한데, 게다가 "보들레르, 보르헤스 등 현대문학의 대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문제적 작품"이라니..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호기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어떤 이유로 아편을 복용하게 되는지 그 원인을 설명하는 1부 "예비 고백"부분과 "아편의 쾌락"과 그 "아편의 고통"등을 서술하는 2부로 나누어져 아편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이야기다. 드 퀸시는 처음 치통을 견디기 위해 아편을 복용하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습관적으로 복용하게 된다. (역자의 설명을 보니 1930년 이전 당시 영국사회에서 아편은 아주 보편적인 의약품 중 하나였던 듯 하다.) 하지만 이 아편중독이었던 작가의 고백은.. 물론 후반에 아편이 양을 줄여가면서 작가가 겪어야 했던 표현할 수 없는 극단적인 괴로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있고, 얼마나 아편을 줄이기 위해 인내와 시간, 고통이 필요했는지 등등 아편의 나쁜면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읽는 내내 아편이 얼마나 나쁜지가 아니라.. 그 아편으로 인해 얼마나 작가의 열정을 왕성하게 해 주었는지, 오랜기간동안 그의 잠을 방해한 그토록 무시무시하지만, 시공간을 초월한 너무나 환상적인 꿈에 대한 이야기 등.. 아편이 그리 나쁜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오리혀 드 퀸시 자신은 아편덕분에(?)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있는 아편복용에 의한 의학적 사실들이 잘못된 부분이 많고, 직접 중독이 되어보니, 이러이러 하더라.. 라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한다. 다만 그래도 고통이 따르고,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남들의 눈을 의식한 느낌이랄까... 사실 드 퀸시의 아편을 복용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했던 위통을 유발한 젊은 날의 모험조차도.. 아편을 가까이 하게된 원인과는 큰 관계가 없어 보였다고 할까.. (뭐 마지막 부록에 자신이 줄인 아편의 양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것으로 보아 자신을 분명 실험대상으로도 하고는 있었던 듯..동기가 어쨌든 결국 나중에는 작가의 몸상태가 아편이 아니면 안되었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뭐 작가가 아편중독에 따른 고통과 피폐해지는 삶등에 대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해주며 "이걸 해서는 안된다" 라는 계몽적인 작품을 쓰려고 했던게 아니다. '아편중독'이라는 증상 혹은 현상으로 자신이 체험한, 특히 작가이기때문에 자신의 작품을 쓰는데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에세이다. 아편이라는 매개체가 작가의 작품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인부분은 작가의 꿈과 현실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환상장면이다.. 아편의 영향으로 불면이오고, 또 아편으로 인해 쉼없이 보는 환상.. 작가가 경험하거나, 본적이 없는 동양적인 색채까지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장면들.. 하지만 인상적이었다고는 하나 내가 상상할 수 있을만큼 내것으로 읽어내기는 조금 어려웠음.. 또, 첫번째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을 읽을때도 그랬지만.. 드 퀸시의 작품 역시 그가 숭배해 마지않았던 워즈워스의 시구를 비롯.. 신화와 관련된 글 혹은 시, 셰익스피어 등이 희곡 등 많은 작품을 인용하고 있어, 역시 그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 작품을 완전히 읽었다 혹은 감상했다 하기가 어렵게 여겨진다. 특히나 이 작품의 매력으로 언급되는 훌륭한 문체, 글의 미학적 아름다움등은.. 내가 읽은 후에도 아! 하는 느낌이 들지 않더라는..(이건 아무래도 어떤 고전을 읽든 다 겪게만 되는 일인것 같다..)
그래도 생소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결국 고전문학작품들은.. 시간을 두고 몇번씩 읽어봐야지만 그제야 내가 읽었다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