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한테 물어봐 비룡소의 그림동화 234
이수지 그림.옮김, 버나드 와버 글 / 비룡소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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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한테 물어봐
(버나드 와버 글/ 이수지 그림, 옮김)

아빠와 딸이 외출 준비를 합니다.
딸은 자기가 좋아하는 빨간 외투를 입고 뛰쳐 나갑니다.
아빠는 계단에 앉아 신발끈을 묶습니다.

"아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한번 물어봐."
"넌 뭘 좋아하니?"

딸은 개, 고양이, 거북이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기러기, 하늘을 나는 기러기도 좋고, 물에 떠 있는 기러기도 좋다고 합니다.
개구리도 좋고요.
딸은 반짝벌레도 좋아하고 딱정벌레도 좋아합니다.

"아빠, 내가 아이스크림 좋아하는지 한번 물어봐."
"너 아이스크림 좋아하니?"

아빠와 딸의 대화는 계속됩니다.

ㅁㅁㅁㅁㅁ
1. 딸은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에 대해 아빠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아, 정말. 깜찍하고 귀엽습니다.
딸이 없는, 나 같은 아빠들은 어쩌라고.ㅠㅠ

딸의 요청에 따라 질문을 하는 아빠는 딸의 말을 그대로 따라합니다.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따라해 주는 것이 좋은 건 아는데...
저희 집 막내는 무슨 말을 하는지 따라하기가 힘듭니다.
비음도 많고, 파열음도 많습니다.ㅋㅋ
막내랑 대화를 나눌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말을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건 그만큼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할 수 있습니다.
딸의 의도를 다 알고서 대꾸해주는 아빠의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2. 딸은 아빠와의 추억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회전목마를 탔던 기억,
조개껍데기를 주웠던 기억,
'생일 축하합니다' 라고 쓴 커다란 케이크를 먹었던 기억.

아이들의 기억은 엄마 아빠의 기억보다 정확할 때가 많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 그러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비애감이 들지는 않습니다.
뭔가 기억이 나지 않을 때, 아이들에게 자꾸 물어보게 되네요.

그렇기 때문에 어렸을 때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고, 사랑의 대화도 많이 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관계는 세대를 넘어 이어져갈 테니까요.

"천만 년이 지나도 안 잊을게."

딸의 생일을 잊지 않겠다는 아빠의 말에 딸이 좋아하네요.
자기 생일이 다음 주 목요일이어서 그런지, 딸은 다음 주 목요일을 생각하고 기다립니다.
아빠가 능청스럽게 "뭐더라?" 라고 말하죠.ㅋㅋ

아빠와 딸의 외출은 또 하나의 추억이 되어 딸에게 기억될 것입니다.

* 생동감 넘치는 글과 그림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었습니다.
이런 아빠가 없는 아이들은 질투가 나서 읽을 수 있으려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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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핀 꽃 국민서관 그림동화 174
존아노 로슨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 국민서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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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핀 꽃
(존아노 로슨 기획/ 시드니 스미스 그림)

빨간 외투를 입은 소녀와 아빠가 거리를 걷습니다.
아빠는 식료품을 담은 봉지를 들고 있었고, 가끔 핸드폰으로 통화를 했습니다.

소녀에게는 이리저리 보이는 게 많습니다.
사람들, 자동차, 새, 자전거, 그리고 꽃.
소녀는 민들레를 꺾어 손에 쥡니다.

소녀가 꽃을 코에 대고 향기를 맡으니 흑백 도시에 색깔이 입혀집니다.
소녀는 가는 곳마다 꽃을 꺾고, 꽃을 나눠줍니다.

도시는 점점 제 색깔을 찾아갑니다.
소녀는 아빠와 함께 집으로 들어갑니다.
엄마에게도, 동생들에게도 꽃을 줍니다.
그리고 또 자기 귀에도 꽃을 꽂습니다.

ㅁㅁㅁㅁㅁ
1. 아빠의 멍한 눈빛과 소녀의 호기심 넘치는 눈빛이 대조가 됩니다.
아빠는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를 하면서,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합니다.

소녀는 꽃이 보일 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아빠는 꽃을 꺾는 소녀를 기다려줍니다.
소녀가 아빠의 손을 놓고 속도를 늦출 때면, 아빠는 저만치 앞서 가다가도 손을 뒤로 뻗습니다.
딸에게 빨리 오라는 거겠지요.
하지만, 혼내거나 화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빠와 딸은 보는 것이 다르고, 관심사가 다릅니다.
아빠처럼 그렇게 살지 말자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어른들이 세상일과 가정일에 바쁘게 보내기 때문에, 아이는 동심을 유지할 수 있는 거겠죠.

세상일에 바쁜 어른과 동심 가득한 아이는 그렇게 함께 갑니다.

2. 소녀는 꽃을 꺾고, 죽은 새를 추모하며, 공원 벤치에 누워 있는 아저씨 구두에 꽃을 꽂아줍니다.
아빠의 지인의 개 목걸이에도, 엄마의 머리칼에도, 자고 있는 동생과 달팽이를 건드리려고 하는 동생에게도 꽃을 꽂아줍니다.

소녀가 꽃을 꽂는 행동은 세상과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고, 희망을 주려는 것 같습니다.
소녀의 작은 행동 하나가 삭막한 세상에 주는 영향은 나비효과 같이 강력합니다.

우리는 참 미약한 존재입니다.
우리의 행동이 무슨 힘이 있을까 회의감도 듭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듯이 작은 존재의 몸짓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작은 몸짓 하나도 가볍게 할 수 없습니다.

3. 소녀는 빨간 외투를 입었고 청색 바지를 입었습니다.
흑백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소녀는 유난히 눈에 띄네요.

소녀처럼 꽃들도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왠지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꽃들입니다.

소녀가 유심히 보니까 꽃이 색깔을 갖게 된 걸까요?
소녀가 꽃을 바라보니까 주변까지도 색깔을 갖게 된 걸까요?

우리가 관심을 갖고 인정하고 배려해 줄 때, 어떤 존재든 자기 색깔을 갖게 됩니다.
특히, 자녀들이 그렇겠지요.

우리 자녀들이 자기만의 색깔들을 잘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 색깔대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남은 삶을 그렇게 살기를 소원합니다.

* '괜찮을 거야',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의 작가 시드니 스미스의 작품이었네요.^^
그래픽 노블을 보는 듯한 화면 구성이 눈에 들어오네요.
글이 없지만, 세심한 묘사 덕분에 이야기의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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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 - 평화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 풀빛 그림 아이 62
프란체스카 산나 지음, 차정민 옮김 / 풀빛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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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_평화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
(프란체스카 산나/ 차정민 옮김)

한 가족이 바다가 가까운 도시에서 살았어요.
여름이면 바닷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요.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어요.
전쟁이 났거든요.
나쁜 일이 날마다 일어났고, 가족은 아빠를 잃었어요.

엄마와 아이들은 모든 것이 막막했어요.
어느 날 엄마 친구가 말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떠나고 있다고요.

"우리도 떠나자. 전쟁이 없는 곳으로."

아이들은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엄마는 짐을 꾸렸어요.
이 가족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에 출발했고, 국경을 향해 여러 날을 달렸지요.

이 가족은 국경을 넘어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있었을까요?

ㅁㅁㅁㅁㅁ
1. 이 책은 전쟁 난민에 대한 이야기예요.
전쟁이 터지지 않았다면 고향 나라에서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 그동안의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죠.

다른 나라로 가는 길은 험하고 힘들었어요.
죽을 위험도 몇 번 넘기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죠.

다른 나라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예요.
난민을 받지 않으려는 나라들도 많고(우리나라도 그렇죠.) 난민들이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어요.
일부 난민 캠프에서는 성폭력 등 인권을 유린당하는 일들도 많이 일어나고요.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난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급선무죠.
전쟁을 막고,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분쟁을 평화롭게 조정해야 해요.
기후난민이 생기지 않도록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일들도 시급하게 필요하고요.

(지금 도서관에 와 있는데, 에어컨을 얼마나 빵빵하게 틀고 있는지... 춥다고, 줄여달라고 했네요.ㅠ 전기를 아끼기 위한 지혜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2. 가족이 국경에 도착했는데, 거대한 벽이 앞을 가로막았어요.
국경수비대를 피해 국경을 넘기 위해서 가족은 돈을 써야 했어요.

우리나라도 휴전선을 경계로 북한과 나뉘어 있죠.
사람들이 넘어가기 힘들게 만들어놓은 벽으로 인해 오히려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국경이 자연적인 경계로 되어 있는 곳들도 많이 있어요.
바다, 강이나 산맥 등으로 나뉘는 거죠.
그런 곳들은 이동이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거예요.

국경이 왜 필요한지, 전쟁이 왜 필요한지...
누구를 위한 건지, 무엇을 위한 건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누구나 평화롭게 살고, 다른 종족과 국민들을 환대할 수 있는 역량과 아량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3. "긴 여행"이기에 완전한 정착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여행이라면 다시 집으로 돌아갈 것을 전제로 할 거예요.

하지만, 난민에게 있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죠.

이 가족들은 언젠가 자기들도 새들처럼 새 보금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삶을 안전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나라와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살려고 하지 않으면 함께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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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건의 여행 - 개정판 미래그림책 135
라스칼 지음, 루이 조스 그림, 곽노경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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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건의 여행
(라스칼 글/ 루이 조스 그림/ 곽노경 옮김)

최고 인기 광대 듀크는 스타 서커스단에서 일합니다.
듀크가 무대에 오르기 전, 곰인 오리건은 재주를 부립니다.

어느 날 저녁, 오리건은 듀크에게 말합니다.
"듀크, 나를 커다란 숲속으로 데려다 줘."

듀크는 바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자기 짐마차로 돌아와 혼자서 생각합니다.
듀크는 오리건이 가문비나무 숲에서 곰 식구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둘은 오리건으로 길을 떠납니다.
커다란 공장들, 매연이 가득한 하늘, 폐수가 시내처럼 흐르는 피츠버그를 떠납니다.
(피츠버그는 20세기 중반까지 제철과 석탄 산업으로 번성했던 도시입니다.)

둘은 오리건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ㅁㅁㅁㅁㅁ
1. 오리건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둘은 인디언 여관에서 하룻밤을 잤고, 오리건은 삼백 개의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돈이 바닥났지만, 듀크는 행복했습니다.

듀크는 오리건을 커다란 숲속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었고,
갈 길도 아직 멀었습니다."

새벽같이 길을 떠났고, 우박이 내리면 맞으며 걸었습니다.
드넓은 들판의 거센 바람에 떠밀려 걷기도 했습니다.
달리는 기차의 맨 뒤 칸에 올라타기도 했지요.

오리건은 숲에 도착하자 마자 네 발로 뛰기 시작합니다.
"갇혀 지낸 나날을 모두 잊은" 듯이 말입니다.

2. 이 여행은 오리건을 숲에 데려다주는 여행이었지만, 듀크 자신에게는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었습니다.

"혹시 나도 그곳에서 백설공주를 만나게 될지..."
어렸을 때 곰 인형조차 가지지 못했던 듀크는 난쟁이로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춘 채, 빨강코에 분칠을 하고 사람들 앞에 나설 수밖에 없었죠.

오리건을 오리건 숲에 데려다 놓고 듀크는 빨간 코를 떼어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가는 듀크의 모습을 보니 감격스럽습니다.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분칠도 다 지웠을 겁니다.
새하얀 눈에 벅벅 문질러서 그랬을 겁니다.

듀크는 그곳에서 백설공주를 못 만났지만, 새로운 자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3. 오리건이 듀크에게 부탁을 한 것은, 듀크의 상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이런 삶을 살기 싫다는 마음속 울림이 오리건의 입을 통해 들려졌을 겁니다.

오리건을 오리건에 데려다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도 듀크의 생각이었습니다.
피츠버그에서 더 가까운 숲이 분명 있었을 텐데, 오리건까지 데리고 간 걸 보면 듀크의 의지가 강하게 작동했을 거란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펜실베니아에서 오리건이면 그 큰 나라 미국을 동에서 서까지 횡단하는 일이었거든요.

피츠버그를 떠나는 둘의 모습이 왠지 닮아보이는 건 저만 그런 건가요?
오리건은 듀크였을지도 모르죠.^^

4. 마음에 들어와 잠시 머물다 가는 구절들이 있네요.

"우리는 한 식구였어요."
"우리는 새벽에 길을 떠났습니다."
"온 세상이 우리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내 모습이 그 차보다는 나았습니다."
"나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트럭 운전수 스파이크는 흑인이었고, 그의 삶은 난쟁이 듀크만큼이나 녹록치 않았습니다.
흑인으로 사는 건 쉬운 일 같냐는 스파이크의 물음에 듀크는 대답할 말이 없었습니다.
같은 처지의 삶을 사는 스파이크와 듀크와 오리건의 표정이 똑같습니다.

그런 듀크가 "그래, 이제 나는 새 삶을 사는 거야."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렇게 살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라는 현실이, 깊은 숲속 눈보라처럼 표현된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약속을 지키는 삶을 살면, 누구나 가볍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온 세상이 우리 것"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이, 듀크와 같이 자기 삶을 살지 못하는 존재들에게 어서 오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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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즈씨에게 일어난 일 뚝딱뚝딱 누리책 22
Raphaele Frier 지음, 줄리앙 마르티니에르 그림, 이하나 옮김 / 그림책공작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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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즈씨에게 일어난 일
(라파엘 프리에 글/ 줄리앙 마르티니에르 그림/ 이하나 옮김)

월요일.
블레즈씨는 잠에서 깨 슬리퍼를 신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발이 털로 뒤덮여 있는 거예요.
그래도 회사에 가야 하니까 서둘러 집을 나섰어요.
블레즈씨는 걱정거리를 잊기 위해 일에 더욱 집중했어요.

끔찍한 날을 보낸 블레즈씨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내일이면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오길 바라면서" 잠이 들었어요.

화요일.
블레즈씨의 하체는 온통 털로 뒤덮였어요.
그래도 회사에 가야 하니까 서둘러 회사에 갔어요.
블레즈씨는 자기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았어요.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블레즈씨는 정말 괜찮아졌을까요?

ㅁㅁㅁㅁㅁ
1. 블레즈씨는 원래 사람이었을까요, 아니면 곰이었을까요?

금요일.
블레즈씨는 완전히 곰으로 변하고 나서, "이제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고 말했죠.
숲속에서 친구를 만나 이야기하는 블레즈씨는 자기가 살던 곳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블레즈씨의 집에 식물들이 많고 초록색 투성이인 것이 힌트인 걸까요?
어쩌면 계속 외면하려 했었던 자신의 정체성이 발현된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회사에서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되는 일이 별로 없죠.
사실 모든 게 엉망이었습니다.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라고 자기 암시를 해보지만, 결코 괜찮아지지 않다가, 완전히 곰이 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고 합니다.

곰이 사람으로 살려니까 힘들었을까요?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있는 것처럼 블레즈씨는 도시생활과 맞지 않았습니다.

2. J.슈타이너의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에서는 공장으로 강제취업된 곰이 나옵니다.
숲이 개발되면서 공장이 세워졌죠.
그 숲에서 겨울잠을 자던 곰은 공장의 노동자로 살게 됩니다.
자기는 곰인 채로 있고 싶지만, 사람들이 자꾸 자기를 곰이 아니라고 합니다.
노동자로서의 삶을 강요합니다.
곰은 너무 졸려하다가 결국 공장에서 해고됩니다.
다행히도 숲으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이 책의 이야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떠밀려서 사람처럼 살아야했던 곰과 자기가 곰인 것을 계속 억누르면서 살아야 했던 블레즈씨.
둘 모두 숲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겁니다.

3. 블레즈씨 말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안경을 썼습니다.
안경을 쓴 것이 진짜 사람을 보여주는 걸까요?
아니면, 사람들이 모두 자기만의 편견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걸까요?

혹시 안경을 끼고 봐야 블레즈씨가 곰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요?ㅎ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곰이라도 이용하려는 인간의 욕심을 나타내는 걸까요?
진실을 외면하기 위해 안경이 필요하다면 블레즈씨에게도 안경이 필요했겠다 싶습니다.

4. '블레즈'는 파스칼의 이름이죠.
우연의 일치는 아닌 듯 생각됩니다만...

파스칼은 인간이 자신과 대면할 때, 자신은 죽을 수밖에 없는 비참한 존재임을 알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비참하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라고 했습니다.

블레즈씨는 자기 자신과 대면했고, 자신이 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 살 수 없는 곰이라는 걸 외면하고 싶었겠죠.
하지만, 그것을 알았기 때문에 숲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블레즈씨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것이 괜찮아"진 상태인 것입니다.

블레즈씨는 자신을 대면하고 "위대한" 곰이 되었습니다.

5. 파스칼은 "자신을 잊고 일시적인 행복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제 생각엔 이 방법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기보다, 인간과 삶에 대한 본질에 더 가까워지기에 인간을 괴롭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들에게서 이런 신경 쓰는 일을 모두 빼앗으면 된다. 그때 자신을 바라보게 되고,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되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블레즈씨는 "회사에 가야 하니까" 자신을 직면하지 않으려 합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독"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번아웃' 되기 전에 자신을 대면하고 어떤 존재인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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