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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나에게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24
하수정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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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나에게(하수정)
어느 날 갑자기,
"파도 소리가 듣고 싶을 때"
모래 사장을 막 뛰고 싶을 때
"그래, 가야겠어.
바로 지금."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나를 부르는 그곳으로."
갑니다.
ㅁㅁㅁㅁㅁ
1. 작가는 그날 아침, 무작정 바다로 갔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괜찮아졌"습니다.
밀려오는 파도가 마음을 씻어 주었습니다.
파도가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너 왔구나."
"다음에 또 와."
마음을 씻어 주고 어루만져 주는 파도가 한 겹 한 겹 밀려오는 것을 이렇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트레싱지 5장에 표현된 겹겹이 부서지는 하얀 파도를 한참 보고 있게 됩니다.
어떠한 조언도 하지 않고,
어떠한 질책도 하지 않고,
그저... 왔냐고, 잘 왔다고,
그렇게 말해줄 수 있는 곳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겠다 싶습니다.
2.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래, 가야겠어, 바로 지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요.
결단력이 좋아서 마음 먹은 것을 반드시 해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저것 걸리는 것들이 많아서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직장을 다니거나, 돌봐야 하는 사람들이 있거나, 돈이 없거나...
하지 못할 이유를 찾으려면, 한도 끝도 없겠습니다.
그럴 때, '바로 지금'이라고 말하려면, 얽매인 것들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음은 물론 상황, 조건들을 따지는 데 있어 자신을 얽매는 것이 적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집안 살림이든 나의 삶의 모습이든 간결하게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3. 또 한편으로 "그래, 가야겠어, 바로 지금."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비장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의 답답한 생활을 끝내고, 새롭게 뭔가를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받아들이는 것에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직장을 바꾸거나, 이사를 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그런 일들을 할 때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힘을 많이 쏟게 되지요.
그런 결정을 하기 전에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일상 속에서 마음 두었던 것들로부터 멀어져서 자기 삶을 돌아보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죠.
그러기에 바다는 좋은 장소인 듯합니다.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안아줄 것 같은 바다가 우리의 결정을 말없이 지지해 줄 때, 우리는 힘을 내어 일어설 수 있습니다.
이번 여름엔 파도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