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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만난 인도네시아
김길녀 지음 / 역락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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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5

김길녀/시인이 만난 인도네시아

그녀,
자그마한 그녀
카스친구였다.
낯선 곳에 머무는 그녀가 궁금했다.
인도네시아를 '인니'라고 칭하는 그 이름이 좋아서
몇번씩 '인니'를 발음했다.
그러다 카톡을 하게 됐다.
카스에서 내가 FC일을 하는 걸 알고
신랑의 자동차보험을 의뢰해주었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그러다 그녀의 시집 '푸른 징조'를 읽게 됐고,
그녀가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암환자였다는 것을
발견하듯 알게 됐다.
그녀에게 시가 없었다면,
그렇게 휘몰아치듯 생이 요동칠 때 '인니'라는
곳이 없었다면..

그리고 우린 만났다.
내 출판기념회를 오지 못했다고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서 말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이 사람를 만나는 일은,
시간을 내주어야 하고,
마음을 내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것도 같은 공간이 아닌 서너시간의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처음 만났는데도 우린 금세 정겨웠고 눈을 마주하며
웃을 수 있었다.
전혀 낯설지 않게 익숙한 그녀는
생각처럼 작고 야무졌고 여렸다.

그리고 몇 번의 통화..
그녀가 출판사 제의를 받고 여행산문집을 낸다는 소식을 들으며 덩달아 방 뜬 기분이 들었다.

7월 1일 북콘서트를 열어 출판기념회를 한다는 소식에
일정을 메모하고 그날을 기다렸다.
당연히 갈 수 있을거란 그곳을 난 가지 못하고 병원에서
문자로만 불참을 알렸다.

그녀의 산문집을 읽으며,
내안은 또 버글거리기 시작한다.
이 버글거림이 무얼까?? 가만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목울대가 아팠던 기억이 있는가.
지난밤 강풍에 꽃잎 다 떨군
가로수 길에서 그렇게,
슬포 보였던 사람의 뒷모습을 떠올린다.
태생적 슬픔이라는 게 있다면,
꽃잎들의 낙화 앞에서 바라보는
저 나무들과 그때,
그 사람의 뒷모습 같은 것이 아닐까.
아픔이나 미움을 마음 지하 창고에
꾹꾹 쟁여놓고 사는 친구와
골짜기 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돌아오는 길.
우리의 생은 결국, 그러하고 싶음에
충실하면서 스스로에게
더 많이 친절해야 함을 주문하다.
-시인이 만난 인도네시아 중에서-


"참 잘 읽었습니다. 인니가 몽글거리며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곳의 따가운 햇살과 수많은 초록의 숲과 오색창연의 꽃들을 그리고 현지인들의 눈빛까지도 잘 담겨있어서 좋았습니다~ 참 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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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건 당연해 - FC를 위한 실용인문서
안미정 지음 / 오픈스페이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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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를위한 실용인문서

건조한 직업의 FC의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선선한바람같고, 단비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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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힘
원재훈 지음 / 홍익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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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재훈 <고독의 힘>

빈틈없이 거듭거듭 높이 치솟아서 망원경으로조차
꼭대기를 보기 어려울 만큼 드높은 그런 생애를
조망할 때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

그러나 양심이 커다란 상처를 입는 건 좋은 일이야.

그럼으로써 양심은 온갖 상처에 더 민감해지니까.

나는 오로지 꽉 물거나 쿡쿡 찌르는
책만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읽는 책이 단 한주먹으로 정수리를 갈겨
우리를 각성시키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책을 읽겠어?

자네 말대로 책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니까?
맙소사, 책을 읽어 행복할 수 있다면
책이 없어도 마찬가지로 행복할 거야.
그리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책이라면
아쉬운 대로 우리 자신이 쓸 수도 있을 테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책이란
우리를 몹시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처럼,
우리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우리가 모든 사람을 떠나
인적 없는 숲 속으로 추방당한 것처럼,
자살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책이야.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라야만 해.
-프란츠 카프카-

소설 <변신>을 쓴 유대계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유난스러울 정도로 인간관계에 미숙한 사람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고독의 방에 가두고 정신병에 가까울 만큼 홀로 지내기를 원했다.
낮에는 생계를 위해 보험회사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밤이 되면 프라하의 황금 소로에 있는 골방에 웅크리고 앉아 소설을 썼다.

🌸🌸🌸🌸🌸🌸🌸🌸🌸🌸🌸🌸🌸🌸

🎧책에 대한 카프카의 생각 부분에서
난 멈춰 몇 번이고 다시 읽는다.
불행처럼,
죽음처럼,
추방당한 것처럼,
자살처럼 다가오는 것...

얼어붙은 내면의 바다를 깨는 도끼 역할을 해야
진정한 책이라고 했다.

카프카의 일침을 난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오늘, 지금, 이순간..
이미 알았던 것조차 어느날, 문득
전혀 다른 마음가짐이 된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카프카는 강하게 내리치는 첫문장으로 소설을 시작한다.

"누구나 내면 깊숙한 곳에 자신만의 작업장을
간직하고 있어서 언제든 마음대로
그곳으로 들어가 자유와 고독의 성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원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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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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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 브라흐마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이야기-

"사랑하는 나의 미친 마음이여,
네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든 내 마음의 문은
너에게 열려 있다.
네가 나를 파괴하고 파멸에 이르게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너에게 어떤 나쁜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네가무슨 짓을 하든 나는 너를 사랑한다."

🌻한 남자가 시장에 칠리를 쌓아 놓고 앉아서
하나씩 입 안에 넣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맵기로 소문난 인도산 고추
칠리를 입에 넣고 씹을 때마다
남자는 더욱 불편하고 불행해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또다시 칠리 하나를
입에 넣는 것이었다.
전보다 더 울상을 지으며.
마침내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하는 거요?
한두 개 먹었으면 칠리가 얼마나 매운 줄
잘 알 거 아니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먹은 이유가 뭐요?"

매우 고통스런 얼굴을 하고 그 남자가 말했다.

"혹시 단맛이 나는 칠리 고추가 있을지도 모르잖소."

단맛 나는 고추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매운 고추를 계속해서 먹는
고통스런 남자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고 당신의 이야기다.

매운 것이 칠리의 본성이다.
삶에 대한 어리석은 관점을 고수하는 한
여전히 매운 눈물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이다.

태양이 뜨거운 인도의 시장에 앉아
칠리를 먹는 남자의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저녁 무렵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도
그는 여전히 괴로워하며 칠리를 먹고 있었다.
보다 못한 근처 가게 주인이 그에게 물었다.

"그 많은 칠리를 먹어도 단 맛이 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왜 계속해서 먹고 있는 거요?
고통스럽지도 않소?"

남자는 이제는 고통에 익숙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여태까지 힘들게 참고 먹어 왔는데,
이제 와서 포기할 순 없지 않소?
지금 포기한다면 지금껏 바친 내 시간들이
얼마나 아깝고 무의미하겠소?
이제 이것은 희망의 문제가 아니라
내 존재의 문제가 되었소."

당신과 나의 삶이 그러하다.

너무 오랫동안 그것을 갈구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이제 그것을 포기하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근본에서부터 흔들린다.

🌸🌸🌸🌸🌸🌸🌸🌸🌸🌸🌸🌸🌸🌸

🌻나의 이야기이고 당신의 이야기인 우화들과
브라흐마 스님의 수행기를 적은 글이다.
다음주 SAMO지정도서다.

서론에 나오는 술취한 코끼리이야기와
매운 고추 칠리이야기 중, 난 칠리 이야기에서 멈췄다.

'맞아, 맞아!!!'
아닌 것을 분명 알고 인지함에도 계속해서 그 일을 하고 있는 나와 당신..
그리고 그건 희망의 문제가 아닌 존재의 문제라고
또 다른 어마어마한 당위성을 부여한 채
똑같은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한다.
생이 삶이 억겁 년쯤 되는 것처럼.

계발서 형식의 책들을 한참 탐독했을 때가 있었다.
세상 모든 문제의 답들이 그 안에 있는 것 같아 눈을 반짝거리며 그 책들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한 이년 쯤 읽고 나자, 그 책이 그책이었고, 더이상 나에게 흥미를 주지 못했다.
수많은 계발서들은 그당시에는 줄을 긋고 가슴이 벅차올랐지만 난 하나도 달라진 게 없어서였다.
그후로 계발서는 의도적으로도 읽지 않고 외면하는 편이었다.

'이 책도 뻔할거야!!!'란 생각으로 첫 장을 폈다.
그리고 서론을 읽는 것만으로 난 pause버튼을 눌렀다.

결국 지금껏 읽었던 그 책들이 문제였던 게 아니라
내가 달라지기 위해 한 발도 내딛지 않아서였다는 것을감지했다.
지금껏 내가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이렇게 탄력을 받은 독서는 어느새 모두 읽었다.

마음,
마음,
마음,
마음,
마음,
마음...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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