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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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 브라흐마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이야기-

"사랑하는 나의 미친 마음이여,
네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든 내 마음의 문은
너에게 열려 있다.
네가 나를 파괴하고 파멸에 이르게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너에게 어떤 나쁜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네가무슨 짓을 하든 나는 너를 사랑한다."

🌻한 남자가 시장에 칠리를 쌓아 놓고 앉아서
하나씩 입 안에 넣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맵기로 소문난 인도산 고추
칠리를 입에 넣고 씹을 때마다
남자는 더욱 불편하고 불행해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또다시 칠리 하나를
입에 넣는 것이었다.
전보다 더 울상을 지으며.
마침내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하는 거요?
한두 개 먹었으면 칠리가 얼마나 매운 줄
잘 알 거 아니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먹은 이유가 뭐요?"

매우 고통스런 얼굴을 하고 그 남자가 말했다.

"혹시 단맛이 나는 칠리 고추가 있을지도 모르잖소."

단맛 나는 고추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매운 고추를 계속해서 먹는
고통스런 남자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고 당신의 이야기다.

매운 것이 칠리의 본성이다.
삶에 대한 어리석은 관점을 고수하는 한
여전히 매운 눈물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이다.

태양이 뜨거운 인도의 시장에 앉아
칠리를 먹는 남자의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저녁 무렵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도
그는 여전히 괴로워하며 칠리를 먹고 있었다.
보다 못한 근처 가게 주인이 그에게 물었다.

"그 많은 칠리를 먹어도 단 맛이 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왜 계속해서 먹고 있는 거요?
고통스럽지도 않소?"

남자는 이제는 고통에 익숙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여태까지 힘들게 참고 먹어 왔는데,
이제 와서 포기할 순 없지 않소?
지금 포기한다면 지금껏 바친 내 시간들이
얼마나 아깝고 무의미하겠소?
이제 이것은 희망의 문제가 아니라
내 존재의 문제가 되었소."

당신과 나의 삶이 그러하다.

너무 오랫동안 그것을 갈구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이제 그것을 포기하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근본에서부터 흔들린다.

🌸🌸🌸🌸🌸🌸🌸🌸🌸🌸🌸🌸🌸🌸

🌻나의 이야기이고 당신의 이야기인 우화들과
브라흐마 스님의 수행기를 적은 글이다.
다음주 SAMO지정도서다.

서론에 나오는 술취한 코끼리이야기와
매운 고추 칠리이야기 중, 난 칠리 이야기에서 멈췄다.

'맞아, 맞아!!!'
아닌 것을 분명 알고 인지함에도 계속해서 그 일을 하고 있는 나와 당신..
그리고 그건 희망의 문제가 아닌 존재의 문제라고
또 다른 어마어마한 당위성을 부여한 채
똑같은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한다.
생이 삶이 억겁 년쯤 되는 것처럼.

계발서 형식의 책들을 한참 탐독했을 때가 있었다.
세상 모든 문제의 답들이 그 안에 있는 것 같아 눈을 반짝거리며 그 책들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한 이년 쯤 읽고 나자, 그 책이 그책이었고, 더이상 나에게 흥미를 주지 못했다.
수많은 계발서들은 그당시에는 줄을 긋고 가슴이 벅차올랐지만 난 하나도 달라진 게 없어서였다.
그후로 계발서는 의도적으로도 읽지 않고 외면하는 편이었다.

'이 책도 뻔할거야!!!'란 생각으로 첫 장을 폈다.
그리고 서론을 읽는 것만으로 난 pause버튼을 눌렀다.

결국 지금껏 읽었던 그 책들이 문제였던 게 아니라
내가 달라지기 위해 한 발도 내딛지 않아서였다는 것을감지했다.
지금껏 내가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이렇게 탄력을 받은 독서는 어느새 모두 읽었다.

마음,
마음,
마음,
마음,
마음,
마음...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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