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의 피처링 도넛문고 15
안오일 지음 / 다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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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열네 살의 피처링>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자주 멈춰서 페이지를 바라보았다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열네 살이라는 나이가 가진 감정의 밀도가 생각보다 훨씬 짙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열네 살의 피처링은 누군가의 삶에 조용히 끼어드는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내 기억의 한 장면과 겹쳐져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인물들이 서로의 목소리를 통해 연결되는 순간들이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이어폰 너머로 전해지는 숨결과 망설임이 오히려 더 솔직하게 느껴졌다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이 음악과 소리 사이에 남아 있는 장면에서 나는 오래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 시절에는 말보다 다른 방식이 더 진심일 때가 많았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너무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열네 살이라는 나이는 아직 어른도 아니고 완전히 아이도 아닌 어정쩡한 경계에 서 있다 이 소설 속 인물들 역시 그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친구와의 관계 가족에게 말하지 못한 마음 그리고 스스로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감정들 그 모든 것이 동시에 밀려와 인물을 숨 가쁘게 만든다 그 혼란이 과장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져서 오히려 더 마음에 남았다

특히 공감되었던 부분은 누군가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 애쓰는 마음이었다 주인공이 자신의 감정을 정확한 말로 표현하지 못하면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상대의 곁에 머물고 싶어 하는 장면은 읽는 내내 가슴을 건드렸다 나 역시 비슷한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온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처링이라고 쓰여있지만 셋이 모여 하나의 메아리다
노래를 듣는 장면이나 소리를 공유하는 순간마다 인물들의 마음이 조금씩 드러난다 그 장면들을 읽으며 나는 학창 시절 이어폰을 낀 채 혼자만의 세계에 숨어 있던 나를 떠올렸다 음악을 들을 때만큼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마음을 숨길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겹쳐졌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어른들의 모습이었다 이 소설은 열네 살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곁에 있는 어른들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아이를 이해하려 하지만 끝내 다 알 수 없는 거리감 그 거리감이 오히려 현실적이어서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누구나 누군가의 마음을 완전히 알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가 이 소설의 온도를 낮추지 않으면서도 깊게 만든다

읽으면서 좋았던 것은 이 이야기가 특정한 교훈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대신 인물들의 선택과 흔들림을 그대로 따라가게 한다 그래서 판단하기보다 함께 머물게 된다 옳고 그름을 가르치지 않기에 더 오래 생각하게 된다 열네 살이라는 시기를 이미 지나온 사람에게도 지금 그 나이를 살고 있는 사람에게도 이 소설은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울림을 줄 것 같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조용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삶에 피처링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기억들 나 역시 누군가의 인생에서 그런 존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았지만 분명히 진심이었던 순간들 그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조용히 일깨워준다

<열네 살의 피처링>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오래 남는 이야기다 빠르게 읽히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다 마음 한쪽에 남아 가끔씩 그 나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성장이라는 단어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건져 올린 작품이라고 느꼈다

@darun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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