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 창비교육 성장소설 14
김성민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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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김성민 작가의 장편소설 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은 제목부터 독자의 마음을 붙잡는다 의뢰라는 단어는 흔히 범죄나 사건 해결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책 속 의뢰는 훨씬 더 사적인 일이다 바로 마음을 전하는 일 그리고 그 마음이 오직 한 사람에게만 전해진다는 점에서 비밀이 된다 제목을 읽는 순간부터 마음 한쪽이 간질거린다

이야기는 화려한 사건 대신 섬세한 관계의 결을 따라간다 주인공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사연을 품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의뢰 형식으로 건네게 되고 독자는 그 과정을 따라가며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느낀다 흥미로운 건 작가가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행동과 시선의 방향 같은 디테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작은 몸짓이 인물의 마음을 대변하고 그 장면들이 곱씹을수록 깊은 울림을 남긴다

책 속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비밀은 숨기는 것이 아니라 보여줄 대상을 고르는 일” 단 한 줄이지만 작품 전체를 설명하는 듯한 문장이다 비밀을 맡기는 사람은 안도와 불안을 함께 느끼고 비밀을 받는 사람은 기쁨과 책임을 동시에 짊어진다 그 감정의 무게가 관계를 변화시키고 때로는 뜻밖의 선택을 이끌어낸다

작품의 매력 중 하나는 속도감이다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지 않지만 그 느린 흐름이 오히려 설득력을 만든다 중요한 말을 건네기 전 숨을 고르는 듯한 리듬 속에서 독자는 등장인물의 감정에 한층 깊이 공감하게 된다 마치 편지를 쓰다 말고 한 번 더 읽어보며 단어를 고치는 순간을 지켜보는 기분이다

읽는 동안 나 역시 내 안의 작은 비밀들을 떠올렸다 차마 말하지 못했던 기억들 아직 꺼내지 못한 감정들 만약 이 책 속 방식처럼 누군가에게 의뢰하듯 건넬 수 있다면 조금은 용기가 날 것 같았다 작품은 독자에게 그런 상상을 선물한다 그리고 그 상상은 따뜻하다

창비의 단정한 표지는 책의 분위기와 닮았다 여백이 많은 흰 표지 위 굵은 제목 활자가 강하게 시선을 잡지만 동시에 고요함을 준다 소설 역시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감정의 핵심만 남겼다 표지와 내용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이 책은 그 예외였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마음이 오래 잔잔하게 남았다 어떤 비밀은 그 자체로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받는다는 건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그 사람의 한 조각을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은 바로 그 지점을 깊이 바라본다 덕분에 이 소설은 읽는 사람마다 자기만의 의뢰와 비밀을 떠올리게 한다 책을 덮고도 한동안 생각이 머물렀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조심스러운 의뢰를 맡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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