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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 ㅣ 열다
로베르트 발저 지음, 자비네 아이켄로트 외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평점 :
서평 - 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
로베르트 발저의 문장은 걷는 것과 닮아 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조용한 걸음으로 숲을 거닐 듯 한 문장. 책장을 넘기며 그의 문장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그 숲 속 어딘가에 서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가 주목하는 건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전나무, 손수건, 작은 모자 같은 것들. 하지만 그 사소한 것들이 삶을 더욱 섬세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그의 시선은 사물과 사람을 따뜻하게 감싸고, 아무 말 없이 마음을 건드린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몇 번이고 멈춰 섰다. 한 문장이, 한 단어가, 마치 작은 돌멩이처럼 마음속에 툭 하고 떨어졌다. 말수가 적은 친구가 조용히 건네는 위로처럼, 그의 글은 소리 없이 다정하다.
단조로운 문장 속에서도 묘한 울림이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순간이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지고, 고요함 속에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뭔가를 강요하지 않지만, 읽고 나면 분명히 무언가가 남아 있는 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머릿속이 조용했다. 하지만 그 조용함은 공허함이 아니라 충만함이었다. 깊은 숲속을 다녀온 듯한 포근함. 언어로 빚어낸 고요한 공간에서, 나는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빠르게 소비되는 문장들에 익숙해진 나에게 이 책은 잠시 멈춤을 선물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속 어딘가가 천천히 풀어졌다.
다정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장, 그리고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 이 책은 누구보다 다정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다시 꺼내고 싶은 책, 나만의 작은 숲이 생긴 기분이다.
이도서는 열림원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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