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불타오르듯 번쩍거리는 거대한 황금빛 도시 파리의 한 모퉁이에, 추위로 이를 딱딱 부딪치면서 주린 배를 움켜쥔 채 더러운 것들을 꾸역꾸역 집어삼키다가 죽어가는 빈민들이 존재하다니! - P266
가장 거칠면서도 단순한 일로 되돌아가는 것, 물속에서 첨벙거리고 더러운 때를 두들겨 씻어내는 것은 그녀가 아직은 감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것은 동시에 몰락으로 향하는 비탈길을 한 단계 더 내려갔음을 의미했다. 게다가 세탁 일은 그녀를 더욱더 초라해 보이게 했다. - P227
무엇보다 슬픈 것은, 애정이며 여타의 감정이 카나리아처럼 새장 밖으로 날아가버렸다는 사실이었다. 그들만의 작은 세계에남아 있던 부모와 자식 간의 따사로운 정마저 자취를 감추면서 각자자신만의 구석에서 웅크린 채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바짝 날이 선 쿠포와 제르베즈, 나나 세 사람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증오가 가득한눈빛으로 서로를 삼켜버릴 듯 악다구니를 했다. 무언가가 부러져버린것 같았다. 행복한 사람들의 심장을 다 같이 뛰게 만드는 기계 장치같은 가족의 근본적인 원동력이 망가져버렸던 것이다. - P155
하지만 마르카데 가의 조그만 정원 묘지 구덩이에 남겨두고 온 건 쿠포 엄마뿐만이 아니었다. 너무나 많은 것이 그리웠다. 그녀는 자신의 삶의 한 부분과 세탁소, 가게 주인으로서의 자부심, 그리고 그 밖의 감정을 그날, 그곳에 묻고 온 것이다. 그랬다.벽들은 텅 비어 있었고, 그녀의 마음 역시 그랬다. 그것은 완전한 파산이자 나락으로의 추락이었다. 몹시 지친 제르베즈는 할 수만 있다.면 나중에 다시 자신을 추스르리라 마음먹었다. - P132
그들은 목을 길게 빼고 시선을 위로 향한 채 일렬로 늘어서서 그를 뒤따랐다. 수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예술과 고대인들의 섬세한 소박함, 베네치아인들의 화려함네덜란드인들의 풍성하고 빛나는 삶이 그들의 무지를 드러내는리둥절한 눈빛 앞에서 차례로 지나갔다. - P128
그러면서 삶의 기쁨을 다시 찾은 것과함께,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온몸의 근육을 달콤한 무기력함에 내맡긴 채 무위도식하는 즐거움을 알아갔다. 그것은 회복기를 이용해그의 몸속으로 슬그머니 파고 들어왔다. 마치 그를 기분 좋게 간질이면서 점차 마비시키는 게으름의 느릿한 승리와도 같이, 원기를 회복한 그는 냉소적 웃음을 띤 채 집으로 돌아오면서 삶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죽 이렇게 살지 말란 법이 없지 않느냐고 생각했다. - P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