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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 - 세 개의 혁명과 세 개의 유훈 통치
이충렬 지음 / 레디앙 / 2015년 11월
평점 :
한반도 삼국지...역사 속 고구려, 신라, 백제의 삼국지 이야기가 아닌 근현대사를 삼국지라 부르는 것이 이처럼 타당하고 혹은 아픈 말이 되는 것인지 이 책을 읽을 수록 와닿았다.
저자는 세 개의 혁명과 세 개이 유훈 통치라는 부제를 달았는데 각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을 일컫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가 이 인물들의 유훈통치라 할 만하다는 걸 객관적 관점으로 풀어가고 있다.
자칭 보수세력이라는 데에선 진보 또는 자신들의 이익 추구와 반대의 의견을 나타내면 어김없이 종북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프레임은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더욱 극렬해질 뿐 실은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어느 한 순간도 이러한 망상적 논리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것 같다.
2016년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은 그 정도가 더 심해져, 세월호 유가족이나 심지어 위안부 피해자들, 그들을 돕는 국민을 향해서도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데 주저함이 없는 꾼들을 보면 대한민국이 마치 김일성의 유훈 통치를 따르는 것처럼 지도자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고 또 복종하지 않으면 대가가 따르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특히 요즘 위안부 피해자 문제로 마음에 실망이 가득하던 차에 이 책을 보면서 역사교과서의 중요함, 저들이 국정교과서를 그토록 애타게 외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안쓰럽기까지 할 정도이다.
본문에 [한반도의 패권을 둘러싸고 서로 경쟁하는 세 개 세력의 현재를 이데올로기나 체제 홍보의 프리즘을 벗어나 소설 스타일의 연의 형식으로 들여다 보면.....]이라는 문장이 아마도 이 책을 가장 잘 소개하는 문장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과연.... 세 개 세력이라는 공산세력, 수구세력, 민주세력이 이 땅 위에서 역사를 만들며 민중이라는 국민의 권익을 앞세웠던 적이 있던가라는 질문이 계속 들었다. 잠깐의 민주세력이 뿌리내릴 기회마저 허무하게 날려버리고 다시 과거로 퇴행해가는 뉴스들은 과연 책의 결말에서 말하듯 우리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할 기회를 줄까...아니,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후 아니, 빼앗겨버려 딛고 설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그럼에도 난 이 책을 읽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권하게 되었다. 비록 각 인물들에 대한 평전이 아니기에 깊고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짧은 서술만으로도 핵심을 짚어주는 인물 소개만으로도 이 책은 죽어서도 전쟁의 원인이 되는 인물들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말해주고 있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라는 말은 역사 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이 책 역시 읽으면서 만약...이란 가정을 많이도 꿈꾸어봤다.
항일 독립투쟁에 투신했던 김일성이 특히 철저한 친일파에 대한 청산을 북한에서만이 아닌 남쪽에서도 이루었다면...물론 무상분배, 무상몰수라는 당시 시대상에서의 일시적 환영받았을 것들을 통해 결국 자신의 왕국을 인민의 희생 위에 세웠지만, 만약 이 땅에서 친일파에 대한 철저한 응징과 반성이 이루어졌다면 아마도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와도 견줄만한 민주화를 이루지 않았을까?
만일 박정희가 사무치는 가난을 극복하자는 일념으로 끝까지 경제를 일으키고 민주화를 짓밟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를 다카키 마사오가 아닌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텐데...
만일 김대중이 가혹한 탄압과 박해에서도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처럼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인재를 많이 키웠더라면....아니, 조금만 더 젊었을 때 집권했더라면....
무엇보다...노무현 대통령이 죽지 않았더라면...
이런 만약이란 가정의 안타까움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떠올랐다.
인물열전을 빠져들듯 읽다 재벌과 양김동주 시대, 양김합작을 읽을 때면 결국 한국의 정치는 삼성의 족보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라는 탄식이 나온다. 이후 엎치락 뒤치락 엉키는 한국의 역사를 마주하다 한숨을 쉬며 책의 마지막을 덮었다. 단순히 서술형이 아닌 소설형식을 빌어서인지 무척 술술 읽혀서 즐겁게 읽었다. 이 책은 특히 정치서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각 챕터만 잠깐씩 읽다 전체를 읽게 되는 책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암울한 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