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으로 유명한 박영규님의 작품인 이 책의 주인공은 순종황제이다. 문득 의문이 든다. 순종에 대해 황제칭호를 붙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근 덕혜옹주의 이름으로 나온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조명이 새롭게 되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에 비해 순종에 대해서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임금이라는 비운의 삶이 많이 축소 왜곡되어진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저자의 이력에서 보듯 매우 탄탄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격동의 대한제국 시대 이야기를 읽다보면 매번 느끼는 점이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굵직하게 한획은 그은 인물들이 매우 까깝에 연결되어 있거나 서로 일면식 또는 당대 서로의 이름들을 익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교통 통신수단이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긴밀한 관계가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각자의 주된 이야기들을 찾아 읽다보면 '아. 이렇게 서로 알고 있었구나.'라는 놀라움에 대한제국 역사에 대해 조각조각 알려져 있다는 사실과 제대로 역사의 분량에 할애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참 쓸쓸하게 느껴졌다. 국호가 제국으로 - 당시 중국을 제외하고 황제라 칭한다는 것을 상상못할 그 시기에 대한제국과 황제의 칭호를 천명할 정도의,,, 조선은 그런 나라였다. 그런데 마지막 황제의 모습은 처음부터 안쓰럽고, 불가항력의 환경에서 국운의 쇠퇴함을 온몸으로 맞이하며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삶이라고 하기에는 그야말로 아픔으로 점철되는 것 같다. 부모 형제 일가들의 죽음과 주변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믿을 수 없었던 상황들- 더구나 자신의 후손들까지 황제와 비슷한 삶 또는 더 비참한 삶을 살며, 혹은 살아야 했음을 순종은 어떻게 견뎠을까. 아마 소설에서 말하지 못하는 그의 억눌린 한이 전해지는 것 같다. 격동의 세계정세를 미처 깨닫기도 전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위협을 받아야 했던 순종의 모습은 내내 우리나라의 국민으로 분노를 느끼게 한다. 그렇기에 마지막 기차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인사로 끝나는 부분에서는 사실 화가 나기도 했다. 화해, 용서- 이런 표현이 순종에게 정말 죽어서라도 사용될 수 있는 생각이었을까? 왠지 그런 모습으로는 순종의 표정이 설명되지 못할것 같다는, 그래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끝으로 턱없이 부족한 근대사의 자료들 중 일본이 전략적으로 식민사관용으로 남겨둔 대한제국의 역사를 걷어내고 과연 우리는 제국의 역사를 얼마 알 수 있을까라는 한숨이 다시한번 나오게 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