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라는 주제는 더이상 남여관게에만 한정되어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의 소개에 한국문학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는 카피가 무척 궁금증을 자아냈다. 8명의 작가가 자기들 방식으로 이 주제를 글쟁이의 감각으로 소설화 했다는 점은 독창적이고 특이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통속적 섹스에 관련된 그저 그런 이야기들을 상상한 것이 아님에도 뭔가 허전한 것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보니 아마 작가들만의 섹스에 대한 판타지를 내가 엿보기에는 나의 상상력이 무한하지 못해서였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남의 속도 모르면서]이다. 남의 속도 모르면서 사람들은 어떤 사물이든 사람이든 현상이든을 자기식대로 정의 내리고 판단하기 좋아한다. 것뿐이랴 자기가 생각한 틀 안에 넣어두고 보고싶은 대로만 보고 평가하는 것을 사실로 믿어버리기도 한다. 나 역시 이 책을 보며 내가 보고싶은 대로만 바라보려 해서 어렵게 느껴지는가 싶다. 그래도 내가 생각하기에 ... 물론 그것이 그림을 바라보듯 지극히 개인적은 생각이지만 이 책은 개인들이나 사회상을 섹스라는 주제에 비꼬아 놓은 것 같다. 특히 와닿은 부분은 첫 파트에서 문학상에 대한 저자의 야유가 느껴졌다는 것이 맞는 생각인지 모르겠다. 비뚤어지고 뒷거래 없는, 부조리가 판치지 않는 시상과 광고가 어디있겠냐마는 그래도 나름 지성의 산물이라는 문학계 역시 그러한 검은 세상과 친숙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섹스라는 주제만큼 매우 적나라하게 그려놓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부부의 성이 되어야 할 섹스를 우리 사회는 너무나 관대한 눈으로 바라보고 즐기기까지 하며 심지어 학습을 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사회에 만연된 부조리와 절묘하게 엮어 대화하는 작가의 상상이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