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축지법 -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의 카피라이터가 전하는 성공과 사랑, 그리고 크리에이티브의 비밀
송치복 지음 / 부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성공의 축지법]
 

아마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는 대부분이 기억할 것이다.

책에 대한 소개를 읽고 '아~ 그 카피를 쓴 분이 책을 냈구나'라는 생각과 소개를 보고는 무척 궁금해졌었다. 원래 광고 쪽 일이 (다른 일터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단숨에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각인시킨다는 것은 내게 왠지 살벌한 전쟁을 연상시켰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기대하며 그런 치열한 광고판의 에피소드나 저자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기까지의 경험담, 그리고 광고를 통해 세상을 비추는 이야기들을 기대했었다. 처음 책을 열어 <50소년 여행기>부분을 읽으면서 무엇인가 내가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리고 뒷장을 펼지기 전 책 표지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책을 휘리릭 넘기며 종이의 질감을 느껴봤다. 무엇인가 소박함이 묻어있는 것 같은... 치열한 광고판 삶의 흔적이라기 보다는 담백한 무엇인가가 들어있을 것 같은 이 기분은 뭔가... 라는 기분이랄까? 아마도 저자의 이력이 너무 강하게 기억되어서였나보다. 처음 책을 손에 들었을 때의 그 미묘한 무엇인가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끝까지 이어지는 대화는 시종 질문과 대답으로 되어 있고, 그 질문과 대답이 내가 보기에는 누군가를 의식하거나 혹은 자신의 무엇인가를 나누려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독백처럼 독백의 사색처럼.... 그렇다고 무작정 글쓴이의 깊은 생각 속에 잠기는 건 아니고, 오가는 대화 속에는 천천히 무척 여유로와 보이는 그들만의 이야기 속에 카피라이터라는 그의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치열했던 삶이 보이는 것 같다. 가령

 

바람: 과연 지금까지 아는 것이 아는 것이었을까요? 아는 것에 겸손했을까요? 그래서 믿음과 행동이 되었을까요? 오히려 오만을 부린 것 아닐까요?

 

(생략)

 

바람: 사물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려야 ㅎ바니다. 흔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하는 하늘의 날씨도 보름 후에 어떨지 아무도 몰라요. 전 세계 슈퍼컴퓨터를 다 모아 서울 날씨를 예측해 보세요. 보름 후의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나.

50소년: 그 말씀은 주식투자를 할 때 날씨를 따라잡겠다는 오만을 버리고 계절만 보고 투자하면 누구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예기인가요?



 

자신의 인생을 얘기하는가 싶으면 지금의 관심사들에 대해 풀어주는 것 같고,

 

50소년 제가 관여하긴 했지만...

모래알: 한번 해보세요. 당신이 직접 한 일을 가지고 이야기 하니까 진실의 길을 설명하는 게 훨씬 쉽잖아요.

50소년: 그러죠. 2002년 대선도 하이트 맥주의 진실 게임과 거의 동일한 과정을 겪었던 것 같아요. 2002년 8,9월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13퍼센트에서 16퍼센트 사이를 오갔는데 12월에 대통령이 되었으니까요.

 

일을 얘기하는가 싶으면 인생이 들어있다. 책의 중반을 넘어서서 저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서 이렇게 글을 풀어 놓을 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말을 많이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을까? 무척 독특한 책이었다. 짧고, 압축적이고, 충분함을 넘어서는 자극적, 공감을 넘어서는 현혹시켜야 하는 그의 성공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잔잔하고 따뜻했다. 그리고 대박치는 광고를 뒷받침 해주는 분석은 비단 광고뿐 아니라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제목이 <성공의 축지법>이외에 다른 것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축지법 처럼 인생과 일과 성공이 들어있으니... 그가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던 것들은 강렬했지만 그 숨은 손은 소박하고 끊임없이 삶을 고민하는 푸근하고 넉넉한 이미지를 풍긴다. 이 글들은 더없이 솔직하게 다가왔다.

 

책을 덮으며 한줄의 카피 속에 들어 있는 삶을 생각해봤다. 몇 천원짜리 제품이든 거대 그룹이든 보여지기 위한 전쟁 속에 살 고 있는 나는 어떤 한줄로 표현될 수 있을까? 그리고 저자가 만났던 노무현 대통령....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은 이 기분이 자꾸 가슴 찡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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