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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소포스의 책 읽기 - 철학의 숲에서 만난 사유들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2025년 5월
평점 :
"한계에 다다르면 새로운 물음이 탄생한다" 저자가 인용한 이 문장이 이 책을 상징하는 듯 하다. 끝까지 밀어붙인 사유의 끝에서 탄생한 새로운 물음들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치열하게 주고받는 사유의 분투 장면 자체도 장관이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한계를 자주 떠올리는 요즘 새로운 질문의 태동을 이 책 전반에서 느낄 수 있어 반갑고 의지가 된다.
오랜만에 읽는 묵직한(내용도, 두께도) 인문 서적이어서 자기 전에 아껴서 천천히 읽어야지 하며 펼치는데, 그때마다 정신이 점점 말똥말똥해진다.
처음 알게 된 작가와 책이 던지는 예리한 질문과 환한 통찰들, 여러 맥락에서 되살피게 되는 이미 저명한 작가들의 사유의 궤적들이 무척 흥미로워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철학책에 기대하게 되는 수면 유발 효과는 간데없고 잠이 달아난다.
첫 장을 읽고 목차에서 마음 가는대로 선택해 읽어야지 했는데, 이어지는 장들이 너무나 흥미로워 계속 차례대로 읽게 된다.
철학과 시학, 종교와 과학, 사회학과 정치학, 미학과 문학을 전방위로
넘나들며 펼쳐지는 사유의 장이 깊고 장대하다.
신기하게도 내 오랜 관심사와 연결되는 부분들이 많아 독서를 하며 뭔가 해소되는 느낌을 줄곧 받는다. 가려운 부분이 해결되는 신체적 느낌에 가까운 시원함. 내가 가진 의문들에 대한 여러 가닥의 실마리가 손에 쥐어지는 느낌. 이럴 때 독서는 새삼 즐겁다.
“ (우리는) 우주 한가운데에 서 있으며 필멸하는 몸에 갇혀 있지만, 불완전한 뇌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관찰을 표현하고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모든 모형에는 한계가 있고, 한계에 다다르면 새로운 물음이 탄생한다.” 다니엘손의 물리학은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부푼 시도이자 우리 인식의 한계에 주목하는 겸손한 작업이다.
- 필로소포스의 책 읽기 중,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