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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의 시간 - 망가진 세상을 복원하는 느림과 영원에 관하여
사이 몽고메리 지음, 맷 패터슨 그림, 조은영 옮김 / 돌고래 / 2025년 4월
평점 :
분홍돌고래를 찾아 아마존강에 첨벙첨벙 뛰어들던, 열정과 용기로 뜨거웠던 사이 몽고메리도 60대가 되었다. 수억 년간 이어온 지혜를 품고 언제나 지금을 사는 거북과 함께 하며, 작가는 시간에 대해, 그리고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를 향해 직선으로 뻗어가는 시간이 아닌 영원히 반복되고 갱신되는 시간. 연대기적 직선에서 벗어나 무한의 나선으로 순환하는 시간.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의 장면으로 펼쳐지는 풍경 같은 시간. 우리가 시간이라고 아는 시침과 분침이 가리키는 시간은 어쩌면 거대한 착각일지도 모른다.
시간을 다르게 정의할 수 있다면, 나이듦과 죽음도 다르게 정의되겠지.
거북에게 시간은 어떤 것일까? 최근 읽은 어떤 책에 의하면 동물들 각각은 인간과는 전혀 다르게 세계를 감각한다고 한다. 우리가 막연히 느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게 차원이 다른 세계. 그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셈이다. 시계와 달력으로 시간이 구획되기 전, 인간은 세계를 어떻게 감각했을까. 새소리에 잠이 깨는 작가처럼 자연의 미세한 변화가 세계를 감각하는 첫 신호였겠지.
60대 사이 몽고메리는 거북의 뒤를 쫓아 자연의 가슴으로 들어가 시간의 함정에서 벗어났다고 쓴다. 중년의 나는 작가의 이 문장에 깊이 공감한다. 나도 시간 없이 지내려고 한다. 쉽지 않다. 작가도 나도 거북처럼 두 세계를 오가겠지만 시간 밖의 세계에 점점 더 오래 머물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고, 그 벗어남이 온전하기를 거북도, 작가도, 그리고 나 스스로도 응원한다.
나를 꿈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은 침실 창문 밖에서 울어대는 굴뚝새 노랫소리다. 끝없는 세월, 봄마다 제 영역을 선포하는 새의 노래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시간이 나란히 존재한다. 주간고속도로의 차들처럼 광란에 휩싸인 채 내달리다 순식간에 강탈당한 시간. 그리고 계절의 순환처럼 영원히 반복되며 갱신되는 시간. 거북은 두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들의 뒤로 쫓아 고속도로 가드레일 바깥의 세계를 따라가면서 우리는 야생의 품으로, 자연의 뛰는 가슴으로 들어가 시간의 함정에서 벗어난다.
<거북의 시간> p 140 - 141 , 사이 몽고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