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의 시간 - 망가진 세상을 복원하는 느림과 영원에 관하여
사이 몽고메리 지음, 맷 패터슨 그림, 조은영 옮김 / 돌고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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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정말 아름답다. 천천히 그믐달과 초승달 사이를 오가는 하늘 아래, 그보다 더 천천히 물과 땅을 오가며, 히아신스와 연꽃 향이 은은히 퍼진 대기를 호흡하는 거북이. 초록색 거북이. 반창고로 터진 등딱지를 이어붙인 거북이. 발가락을 활짝 펴고, 깊은 눈을 끔뻑이며, 가장 낮게 누워, 높이 날아오르는 거북이. (표지 그림은 진청 작가가 그렸다.) 평화로운 장면 위로 거북의 시간이 핑크빛으로 반짝인다. “망가진 시간을 복원하는 느림과 영원에 관하여묵상하세요, 라고 거북이가 말을 거는 것 같다.

 

 

책 안에 그림들도 너무 아름답다. 이 그림들은 저자 사이 몽고메리와 함께 거북구조연맹에서 인턴으로 모험을 시작한 맷 패터슨의 그림들이다. 세계에 재난이 닥치고, 그 해 이 두 사람이 연맹에 첫 출근해, 주의사항을 전달받고, 너태샤의 초능력에 대해 알기 직전까지 읽었다. 나는 벌써 생김도, 기질도, 삶의 이력도 가지각색인 거북이들에게, 거북이들과 함께 서로를 살리는 사람들에게 매료되었다. 인간 중심 사고방식의 편협함과 그 답답함을 친절히 깨주는 책들이 있다. <거북의 시간>도 그런 소중한 책이다. 머릿속에 막혔던 것이 흐르고, 순환한다. 이제 막 읽기 시작했을 뿐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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