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올로지 - 몸이 말하는, 말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것
이유진 지음 / 디플롯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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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에 이유진 기자의 바디올로지 연재가 시작됐을 때 나는 속으로 환호했다. 그의 전작 <지성이 금지된 곳에서 깨어날 때>를 읽고 또 한 번 제대로 깨어났던 나는 그의 기사들에 감질이 났다. 그런데 연재라니, 그것도 영영 화두일 몸에 관해서! 매회 바디올로지를 읽으며 생각했다. ‘이 연재는 단행본으로 나와야 돼. 나올 수밖에 없어!’

“‘원래 그렇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지성이 금지된 곳에서 깨어날 때> 책날개 저자 소개의 마지막 문장이다. 세계와 현상에 관한 저자의 질문과 탐색의 근원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만큼 바디올로지라는 타이틀 아래 쓰인 몸에 관한 다양한 주제의 글들도 과녁을 향해 날카롭고 정확하게 날아오른다. 주제를 향한 사유의 집중력은 몸을 둘러싼 담론의 맥락과 이동을 집요하게 추적해 간다.

글을 읽으며 연재가 끝나면 긴 호흡으로 세심하게 재독해야지, 했는데 이렇게 더 풍요롭고 세밀해진 단행본으로 만나게 되니, 저자와 출판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 1부 타이틀처럼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로 내 몸(마음)이 수런수런 무질서하게 많은 말을 걸어온다. 쌓인 게 많은 가보다. 나에게,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가.

독일 베를린 훔볼트포럼 한국 유물 특별전의 해프닝(?)이 불과 2년 전 일이라니. 1930년대 화백 안석주의 만평 속 여성들의 다리 위에 새겨진 여성 혐오의 유구함은 또 어떤가. 과학의 이름으로 송두리째 유린됐던 사르키 바트만의 삶부터 수백년, 아니 수천 년 몸에 가해졌던 낙인과 폭력을 확인하는 일은 인식의 각성과 재정비로 이어진다.

아직도, 여전히 나는 스스로 몸을 대상화하고 자주 몸과의 바람직한 관계(참, 문제적이다.)를 모색한다. 중년의 몸은 사회문화면에서, 기능면에서, 또 심리적으로 기존과는 다른 요구와 질문을 던진다. 나는 당황하고, 움츠러든다.

몸에 관해서도 인식과 현실, 의지와 실천 사이의 거리는 멀고도 멀다. 이 모순과 혼란을 이 책을 읽으며 들여다봐야겠다. 몸에 관한 사회적, 개인적 인식이 어떤 담론의 자장 안에서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당대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지 확인하게 되리라. 이유진 저자가 이번에는 나를 어디까지 멀리 데리고 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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