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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수업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안온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정원에서다. 여름이 짙어지며 농익어갈 무렵이다. 꿀벌들이 식탁에 남은 블랙베리 잼의 흔적 주위로 끊임없이 게걸스럽게 돌아온다. 붕붕거리고, 다가오고, 춤을 추고, 꿀을 뚝 떼어내더니, 윙윙거리며 멀어진다.” 65
파스칼 키냐르의 책은 한번 펼치면 덮기 어렵다. 멈출 수 없다. 어제 밤에도 그랬다. 키나르의 언어를 따라갈수록 정신이 각성되는 건 이번에도 어쩔 수 없었다. 오늘 밤의 오롯한 기쁨을 위해, 숨을 쉬려고, 이완을 위해 책을 덮었지만, 아침까지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특별한 세계를 발견하게 하는 작가들이 있다. 아주 드물다. 키냐르는 그런 면에서 독보적이다.
나는 한 마리 꿀벌이 된다. 여름이 농후한 정원에 꽃들이 만개한다. 하늘은 눈부시고 그늘은 더 깊다. 나는 탐욕스럽게 황금빛 향을 탐한다. 정원은 나에게 태양의 음악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그 정원의 이름은 파스칼 키냐르이다. 나는 붕붕거리며, 춤을 추고, 꿈에 취한다. 나는 이 정원을 쉬이 떠나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