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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은 저항이다 - 시스템은 우리를 가질 수 없다
트리샤 허시 지음, 장상미 옮김 / 갈라파고스 / 2024년 11월
평점 :
<휴식은 저항이다> 와독(?) 전용 돋보기를 쓰고 옆으로 누워 책장을 넘기니 이런 말이 나를 맞이한다. “이 책은 누워서 읽기를 바랍니다!” 어떤 저자도 지금까지 나에게 이렇게 따뜻하게 말해준 적이 없다. 이 말을 전하는 글씨까지 나를 마주보며 누워있다. 이렇게 다정할 수가!
“열린 창으로 산들바람이 달콤한 노래를 부르며 불어올 때, 바로 낮잠을 잘 때이다. 할머니는 현관에 앉아 있고 할아버지는 잔디를 깎는다.” p12 추천의 말을 읽자 마음이 물속의 잉크처럼 풀어진다. 추천사는 이어진다.
“인간답게 존재한다는 아름다운 실험에 몸을 맡긴다.”p12,
"저자는 마치 고통 받는 우리를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는 조상들의 목소리처럼, 자신이 걷는 길에 함께하자고 우리를 초대한다.“p13
"<휴식은 저항이다>는 그저 한권의 책이 아니라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개입이다.”p14
"저자의 거센 외침은 휴가를 보내야 한다고 호소하는 수준을 넘어 포획의 정치에 붙들린 우리를 구출하고자 정교하게 짜낸 주문과 다름없다.” p15
"이 책에서 허시는 휴식을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치유와 상상력의 관문으로 삼는 해방의 자장가를 들려준다. 더 깊이 호흡하며 세상을 더 선명히 바라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이 책을 펼쳐보자”p15
마음이 뜨끈해진다. 추천사로 마음이 이렇게 움직이다니. 이 책을 소개하는 이들의 절실함이 문장들로 뜨겁게 전해진다. 그만큼 이 책이 많은 이에게 공감과 영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이야기겠다.
저자 트리샤 허시는 미국의 시인, 공연 예술가, 신학자, 공동체 조직가이다. 그리고 ‘낮잠사역단’의 ‘낮잠의 주교’이다. 세상에 나와 처음 들어보는 사역단이며 소임이다. 동시에 세상에 나와 처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왜 이런 신성하기 그지없는 교단이 이제야 생긴 거야? 인류에게 가장 절실한 소명이잖아! 낮잠 자기!!’
“나는 쉬었기에 살아남았다.” 서문을 여는 허시의 문장이다. 너무도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서 가슴을 친다. 무슨 긴 말이 필요할까. 많은 이들이, 다음이 아닌 바로 지금 쉬지 못해 아프다, 몸과, 정신이. ‘다음’이란 말처럼 무용하고 무력한, 슬픈 말이 있을까. “나는 쉬었기에 살아남았다” 쉬이 잊지 못할 말이다.
버티기와 견디기, 힘내기가 덕담과 자기주문이 된 사회는 병든 사회다. 저자 트리샤 허시는 이 책을 “우리 조상들로부터 탈취해간 노동력과 꿈의 공간에 여전히 빚지고 있는 체제에 내 몸을 바치기를 거부한다는 선언이자 서약이다."p19라고 말한다. “급진적 회복”을 위한 거부와 저항으로서의 휴식. ‘낮잠사역단’의 교리를 베개로 베고, 삶을 탐색할 수 있는 신성한 공간으로 들어가 봐야겠다. 허시의 “해방의 자장가”가 열린 창의 산들바람처럼 불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