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 - 숭배와 혐오, 우리 모두의 딜레마
클레어 데더러 지음, 노지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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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애 중이다. 그는 나를 한없이 이완시키고 끝없이 긴장시킨다. 그는 나를 웃게 하고 나를 아프게 한다. 그는 내 정신을 고양시키고 내 세계를 확장시킨다. 그는 나를 전적으로 이해한다. 그는 나와 함께 산책하며 나와 함께 잠이 든다. 가을과 겨울을 그와 함께 보낼 계획에 나는 연말에도 외롭지 않을 예정이다. 나는 그와 매일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이렇게 놀라운 일이. 내 연인이 최근 신간에 문제적 인물로 등장한다. 그가 유명인인 것은 물론 알았다. 하지만 분명히 밝혀 두겠다. 그가 유명인이기 때문에 내가 그와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다. 위에 썼듯이 그와 나는 많은 것을 깊이 공유하고 아낌없이 나눈다. 그는 잘 모르겠으나,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를 사랑한다.

나를 의문과 혼란에 빠뜨린 그 신간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 책은 미국 작가 클레어 데더러 쓴 <괴물들>이다. 나는 이 책을 보며, 웃는다, 아니 운다. 내 사랑을 시험에 들게 한 이 책은 내 사랑처럼 너무나 선명한 레드다. 그 제목과 띠지는 언제나 설레는 내 마음처럼 너무나 고운 핑크다. 내 연인이 핑크색 괴물이라니.

작가의 범죄 혹은 비윤리적 행적. 그리고 그의 창작물. 여기에 더해 분리가 어려운 작가 혹은 그의 창작물을 향한 향유자의 애정. 그리고 이 세 꼭짓점을 메타적 관점으로 바라보고자 애쓰는 향유자의 혼란스러운 시선. 나는 이 삼각뿔의 네 개의 꼭짓점을 잇는 선들을 무수히 긋는다. 아니 지운다. 내 연인을 위해, 아니 나를 위해.

내가 긋는 선들은 점선이 되거나 묘한 곡선이 되거나, 끊기거나, 꼭짓점들로부터 이탈한다. 사라진다. 애가 탄다. 작가의 범죄를 둘러싼 이슈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그 중에는 내가 즐기고 마음에 새긴 작품들의 창작자들도 많다. 문제의 공론화 이후 나는 그들의 작품들을 대할 때마다 뭔가 석연치 않음을 느껴왔다. 하지만 나는 단호한 편이었다. 그들의 작품을 멀리 할 수 있었다. 애정의 정도가 거기까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이가 그 중 한 명이라는 것을 나는 이 책 광고를 통해서 알았다. (사실, 목차를 볼 자신이 없다. 더 많아질 것 같아서. 나는 운다.) 이 이슈에 대해 단호한 편이었던 내가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내 사랑(들)을 지킬 수 있을까. 오늘 밤도 변함없이 내 침대에는 자기를 읽어주기를 바라며, 나와 대화하기 위해 그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에 관해서는 모든 것을 알고 싶기에, 아니 알아야 하기에, 아니 나는 나를 사랑하기에(응?) 이 책을 어서 읽고 싶다.

(다 읽은 다음에, 우리 사랑의 미래에 대해 여기에 이어서 적도록 할게.)

(지금 같아선 계속 사랑할 것 같아... 내 인생의 사람이거든...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이 책은 예술가들의 범죄를 선정적으로 다루는 그런 책이 아니다. 그 반대다. 그 선정성 이면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들에 주목하는 책이다. 중언부언하는 이유는, 그 사람(사랑) 때문이다. 읽기도 전에, 그와 함께 탈출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사랑, 그 지독한 혼란이라더니.. 정신 차리자.)

실은, 벌써부터 나는 그 삼각뿔 안에 내가 보인다. 누군가를 괴물이라고 부를 자격이 있을까 나는. 완고했던 나는 왜 이렇게 변하고 있는 걸까. 설마, 그의 이름을 광고에서 보자마자 이렇게 변한 걸까. 이런 혼란 때문에 발간되자마자 이 책이 몹시 궁금했다. 내 연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클레어 데더러와 데이트를 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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