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성별 - 가족은 어떻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가 Philos Feminism 7
셀린 베시에르.시빌 골라크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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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내 불평등은 가족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거의 도전받지 않으며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27

 

들어가는 말부터 흥미롭다. 대륙 간, 국가 간, 계급 간, 인종 간 경제 구조에 대한 연구는 익숙한 데, 정작 가족 내 경제구조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각 장의 메인 타이틀은 물론, 각 장을 이루는 작은 타이틀만 읽어봐도 정신이 확 든다. 박완서 선생이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라고 일갈한 것이 1989. 낭만적 사랑과 결혼이란 신화는 이런 구체적인 연구와 통계로 해체된다. 결혼을 한 후 한쪽 눈을 감으라. 이런 아름다운 격언의 출처는 어디였더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여성들은 읽어봐야 할 것 같다.

 

21세기 계급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의 노동시간의 합계일까? 임금일까? 학력자본일까? 저자들은 21세기 계급 형성의 중심에 가족 재생산 전략이 있음에 주목한다. 위에 인용한 문장처럼 가족 관계와 성별 불평등이 현대의 사회 계층을 이해하는 키워드라는 것이다.

 

경제 자본의 성별은 단호하게 남성이라 말할 수 있다” 306

 

자본의 성별은 남성이다라고 저자들은 단언한다. 그리고 자본의 성별 불평등의 출발점은 가족 내라고 진단한다. 가족 내에서 이미 여남의 자본 불평등이 일어나는 중요한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가족 안에서 형성되는 일과 보상에 대한 여남의 상이한 가치관, 가족법, 재산법에 대한 지식과 접근성의 차이 , 소유 자산을 처분 할 권리에 있어서의 여남 불평등, 계층과 성별에 따라 법률 전문가들이 보이는 차별적인 사무처리 과정 등이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더 세부적인 조건들이 가족 내 여성들의 경제적 입지를 악화시킨다. 특히 사법의 개입이 불평등을 해결해주기보다 여남 간 부의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비가시화하는 것은 문제적이다.

 

이 책은 가정 내 여성의 경제적 입지를 확인시켜주는 세세하고 방대한 통계와 분석들로 가득하다. 뒤로 갈수록 예상하지 못했던 분야의 통계와 연구 분석들에 더욱 놀라게 된다. 여성들의 가족 내에 경제적 지위를 확인시켜 주는 다양한 조건들이 촘촘하게 제시된다.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여남의 경제적 불평등을 결정짓는 요인들에 이렇게 무지할 수 있었다니, 무지에 놀라며 읽게 된다. (뒤로 갈수록 더 놀라게 된다.) 가족의 부의 분배 관한 내 무지가 내 개인적 무지인지, 여성 일반의 무지인지도 궁금해진다. 가족 내 남성들은 가족 내 여성들보다 가족 자산에 대해 훨씬 많은 관심과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것도 어린 시절부터. 여성들은 왜 가족의 자산에 관해 남성들보다 무지하도록 길들여져 왔을까.

 

출신 지역, 학력, 결혼 유무, 가업, 직업, 남편의 직업과 수입 등등. 이런 조건들이 여성들 전 생애사에 화학 작용을 일으켜 어떻게 가정 내에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서게 되는지 자료들은 잘 보여준다. 프랑스의 현실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책은 프랑스의 가족 내 자산 분배를 놓고 논지를 전개한다. 따라서 제시된 수많은 통계 자료와 연구 자료들은 프랑스 가족을 대상으로 나온 결과물들이다. 하지만 국내 현실과 그리 멀어 보이지는 않는다. 집안 내 아내와 딸들의 위치, 그들의 모호한 정서적 의무! 법률 전문가들의 성차별적인 일처리! 이 책의 저자들과 같이 열정을 가진 연구자들이 국내가족 내 부의 분배 현황을 연구한다면 어떤 결과물들이 나올까, 궁금하다.

 

가족 내 부의 불평등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들은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많았다. 불평등을 야기하는 합법적, 비합법적 방법들의 정교함과 은폐술의 역사는 길다. 여성들이 체감하는 불평등과 차별이 공기와 같아서, 일상적으로 어느 정도는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정작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친밀함으로 덮여있는 불평등에는 여성들이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이 책 속의 많은 여성들처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때에, 재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얼마나 많을까.

 

가족의 내력, 정서, 그리고 가족 내 여성의 위치 때문에 여성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가족 내 부의 불평등 현실을 이 책은 조목조목 드러낸다. 여성들은 가족 내에서 여러 면에서 복합적인 취약성을 가진다. 때문에 그들 삶의 가장 결정적인 조건, 자본의 현황, 움직임, 미래 변화 예측에 정당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최소한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일단, 여성들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즉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알려준다. 가족 내 자본이 어떤 방식으로 생성되고, 분배되는지, 그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이 각각 어떤 권리를 차별적으로 갖게 되는지 알려준다.

 

저자들은 성별 질서를 뒤집지 않고서는 계급 사회를 폐지할 수 없다고 말하다. 이유는 분명하다. 가족 내 여남 간 부의 불평등한 재생산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부가 보존되고 전달되기 때문이다. 남성은 부유하게, 여성은 빈곤하게 되는 현실 가족 내 부의 재생산이 계급을 재생산하는 큰 요인이라는 말이다. 가부장제와 계급 재생산이 연동되어 계승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저자들의 결론처럼 계급 재생산의 사다리를 걷어차기 위해서, 무엇보다 여성들의 경제적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가족 내 자본의 불평등을 우선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다.



 

 경제적 불평등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소득 뿐 아니라 자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21


최근 통계 자료에 의하면 프랑스 내에서 여남 간 부의 격차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 격차는 19989%였다가 201516%로 늘어났다. 22



우리의 연구는 교차적인 관점에서, 복수의 지배관계를 위계화하지 않음으로써 살펴보고자 한다. 26

가족 내 경제구조를 탐구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불평등의 역동이 분리 불가능한 구체적 장소를 연구한다.26

 

 

노동 시장에서의 불평등이 가정 내 불평등과 교차되면 부부 사이의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결과는 낳는다. 남성과 결혼한 여성의 수입은 평균적으로 배우자보다 42% 낮다. - 중략 - 여성과 남성이 혼자 사는 경우에는 성별에 따른 수입 격차가 9%에 불과하다.” 94

 

 

“2015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80세 이상 여성 중 62%가 혼자 살고 있는 데 반해 비슷한 연령대 남성 중 혼자인 사람은 27%에 불과하다. 2015자산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여성의 사별 경험과 주책 소유 간의 상관관계는 부(-)의 상관 관계를 나타낸다. 반면, 남성의 사별 경험과 주택 소유 간 상관 관계는 드러나지 않았다.” 103

 

현재 80세 이상으로 양로원에서 거주하는 인구의 80%가 여성이다”. 일반 주택에서 생활하는 노인 중 70%가 자가 주택 소유자인 반면, 양로원에 사는 인구 가운데 자가 주택 소유자는 3분의 1미만이었다. - 중략 - 사별한 여성들이 재산을 포기하는 상황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103

 

 

법의 정신에 어긋나는 자산 조정에 참여하는 변호사와 공증인은 자본, 특히 생산 자본의 남성 대표성에 기초해 있다.” 187

 


재산 분할 시 보상의 금액과 지급 시기를 결정하는 건 남성 쪽이다. 시간과 돈은 남성의 편이다” 261


 

자녀를 매일 돌봄으로써 양육과 교육에 주된 기여를 하는 것도 여성이지만, 양육비와 수당을 청구하는 위치에 있는 것도 여성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자신의 재정 상황 및 결혼 여부를 증명해야 하는 것도 바로 여성이다” 297

 

 


여성이 남성보다 우수한 문화적, 교육적 자원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성과 남성은 동일한 방식으로 그 자본을 활용하는가? 따라서 경제자본과 교육자본을 연결하여 가족 재생산 전략과, 그것이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305

 


경제 자본의 축적과 가족 재생산 전략에서 성별 역할이 평생에 걸쳐 적용된다.”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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