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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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쳐 있는 / 산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 / 류경희 / 북하우스

이 시기(구체적으로 이 정권,,,이 세계의 신자유주의와 반지성주의의 광풍, 그 저류에 면면한 미소지니, 그리고 기후 위기)를 어떻게 미치지 않고 지날 수 있을까. 정신을 붙잡고 있는 것이 미션이다. 이때 마침 당도한 큰 언니들의 전언, 눈물이 핑 돌도록, 반갑다. 자상하게도 길기까지 하다. (그래도,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을 아쉽겠지)

전언의 타이틀, 에누리 없다. 여전히 미쳐 있는. 현실의 여전한 ‘폭력과 부조리함’, 그 현실을 사는 여성들의 불같은 ‘분노’, 그 현실에 짓밟히지 않겠다는 각오로서의 ‘광기’. 미친 현실에 두 눈 부릅뜨고, 화염처럼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결기. 현상과 증상으로서의 가부장제의 광기, 그에 대한 반응과 다짐으로서의 여성들의 광기. 미친 네이밍. 이런 작가들과 이런 글들이 계속 출몰하는 한, 전자의 광기는 후자의 광기에 소실되어 한 줌 재가 될 것이다.

트럼프 취임식 다음날 시위에 신체적 장애로 나가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다른 연대의 방법을 궁리하다가 이 책의 집필로 마음을 보태기로 했다는 두 작가의 담담한 고백은 감동적이다.

2017년 이 당시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는 각각 대략 81세, 73세였다. 그리고 5년 후, 두 작가는 그 연대의 다짐을, 이렇게 멋진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으며 지켰다. 두 학자의 삶의 모습, 열정에 숙연하다.

작가들은 제2페미니즘의 성공과 실패에 당혹스러웠다며, 이 책의 집필 목적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우리가 여전히 분노로 미쳐 있기 때문에, 페미니즘의 미래를 쌓기 위해서, 우리는 페미니즘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해 보기로 했다”

프롤로그에 거명된 #케이트쇼팽, #조라닐허스턴, #샬럿퍼킨스길먼, 에고, 오랜만에 이 이름들을 들으니, 마음이 뜨겁네. 목차에 있는 여성들은 또 어떤가. 새삼 앞선 많은 여성들의 그늘 안에, 내가 살고 있구나 싶다. 올 해 읽은 많은 여성 작가들의 글들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가슴이 따뜻해져.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안 이후,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여전히 그 여자는 미쳐있다. 프롤로그에서부터 두 작가는 그 여자에 대해, 그 여자가 사는 세계에 대해, 그 여자의 광기에 대해 침착하게 조근조근, 재치있게 유머를 잃지 않으며, 눈을 땔 수 없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세상이 요동칠 때 멈추지 말고 계속 나아가라고 독려해주는 듯한 작가들을 불러들였다. 우리는 그 저명한 여성들의 작품들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생애에도 끌렸다. 그들의 삶이 그 자신들이 피와 살을 지닌 현실 세계의 여성으로서 개인적인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 삼을 때 직면했던 문제들을 극화하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경합하고, 뒤흔들고, 지지해야 한다”

“ 세상이 요동칠 때 멈추지 말고, 계속 나아가”

이 책이, 이 책 속의 많은 여성 작가들이, 그리고 이 두 명의 위대한 작가,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가 전하는 격려이다.

이 책이, 이 책 속의 많은 여성 작가들이, 그리고 이 두 명의 위대한 여성, 작가,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가 미쳐가는 세계에서, 미치지 않으려고, 미친 척 하고 살 수 밖에 없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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