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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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로운 장래희망은 한 떨기의 꽃이다. 비극을 양분으로 가장 단단한 뿌리를 뻗고, 비바람에도 결코 휘어지지 않는 단단한 줄기를 하늘로 향해야지. 그리고 세상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꽃송이가 되어 기뻐하는 이의 품에, 슬퍼하는 이의 가슴에 안겨 함께 흔들려야지. 그 혹은 그녀가 내 향기를 맡고 잠시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내 비극의 끝은 사건의 지평선으로 남을 것이다. (비극으로 끝날 줄 알았지 중에서)



조승리 작가는 후천적 장애로 시력을 잃었다. 15살에 10년안에 시력을 잃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 그녀가 미친듯이 활자를 눈에 담았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그녀가 처한 상황을 감히 상상할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물론 그녀의 엄마의 반응은 그녀를 더 상처 입혔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잘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갑자기 찾아온 어둠, 그 어둠 속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들은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까!! 이미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얼마나 많은 날을 눈물로 보내게 했을까!!


그녀의 이야기, 주변사람들의 이야기, 직장에서의 이야기를 읽으며 담담하게 털어놓는 작가의 모습이 연상된다. 또한 그녀가 얼마나 희망을 생각하고 있는지, 기대하고 있는지도!


'극복'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했는데 이 단어를 예전처럼 자주 사용하지 못할 거 같다. 얼마나 오만한 단어였는지... 그저 체념하며 살아가고, 받아들이는 것을 극복이라는 단어로 포장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행동해야 하는데 자꾸 망설이며 핑겟거리로 삼았던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작가의 경우 '장애'가 이유였지만 나는 무엇일까?



봄과 어울리는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추천한다.



*출판사 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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