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꿈 트리플 16
양선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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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경기에 드라마를 부여하는 능력이 있었다. 지치지 않는 인내심으로 경기 후반 투지를 폭발시켜 형세를 역전시키는 것이 녀석의 장기였다. 이러한 점이 세계적인 명마였던 녀석의 증조부를 쏙 빼닮았지만, 다리가 뭉툭하게 짧고 털이 거칠어 조랑말처럼 볼품없는 용모를 가졌던 증조부와 달리 건장하고 야무진 체력과 담청색으로 빈들거리는 수려한 기품으로 선대의 아쉬운 유전자를 훌륭하게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것은 녀석을 출산한 암말의 가계에서 계승되는 특질이었다. (P. 26)



녀석처럼 혈통이 남다른 말들은 출생할 당시부터 이미 얼마간의 기대 몸값이 책정된다고 했다. 짚단 위에서 양수를 뒤집어쓴 채 바닥을 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조차 이미 녀석은 자신을 수태하기 위해, 자신의 탄생을 보조하거나 독려하기 위해 지출된 비용을 제 어깨에 짊어지게 된다. (P. 58) 



경주마들은 앞만 보고 달리는 기계가 아니다. 패배가 누적되는 과정에서 경주마들은 자신을 추월하는 다른 경주마를 수치스럽게 지각하며, 다른 말보다 뒤처졌다는 사실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와 우울 장애를 심리적인 문제로 떠안는다. 슬럼프로 인해 뒤로 밀려난 순위는 쳇바퀴처럼 스트레스를 되먹이면서 한 경주마의 역량을 완전히 망가뜨린다고 했다. 다른 말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학습하고 거기에 고착되는 순간 경주마로서의 수명은 끝장난 것이나 다름없다. (P. 73)




소설을 단순하게 소설로 볼 수 없었다. 인간의 이기심은 물론이고 혈통을 따져 태어나는 순간부터 짊어지게 되는 몸값의 무게가 짓눌러 사는 말들의 삶이 참 안타까웠다. 


그와 그녀석의 약속은 꿈이었을까, 환상이었을까? 


실종은 결국 그녀석에게 자유를 주었지만 그런식으로밖에 자유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 참 안타까웠다.


인간이라도 별반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 사실이 더 슬프게 다가온다. 


어른을 위한 동화, 필사하기 좋은 책 <말과 꿈> 많은 어른들이 읽어보길 추천해본다. 



*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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