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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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

출판 다산책방

발매 2018.04.16.

오늘 이야기하고픈 책은
수많은 미투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만드는, 프레드릭 매크만의 소설 베어타운이다.

오베라는 남자, 브릿마리 여기 있다 
두 권의 프레드릭 배크만의 전작을 읽으며
그가 풀어나가는 이야기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던지라
이번에도 기대가 가득했다.

힘주어 말하지 않고,
잔뜩 꾸미지 않은 그의 문체가 좋았다.

물론 번역본을 읽는지라, 이게 얼마만큼 정확한 힘을 가진 말을 아니겠지만,
그런 뉘앙스라는 것으로 웃으며 읽어주길 바라는 서평이라는 것을 밝히며
가볍지 만은 않았던 그의 소설, 베어타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베어타운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 베어타운.
전세계적으로 미투운동이 활발한 지금, 
베어타운에서 어린 소녀에게 일어난 성폭행 사건이라는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를 다룬다.


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은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베어타운은 이렇게 시작한다.
마치 스릴러 인듯 방아쇠를 당긴 이후는 어떻게 되었을까,
방아쇠를 당긴 이유는 뭐지?
한 십대 청소년이라니!
그 이유가 더욱 궁금하지 아니할 수가 없잖은가!


사실 베어타운을 읽는내내 전작에서의 유쾌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제도 주제이거니와, 어떻게 보면 주인공의 심리적인 묘사를 외면하고 싶었고
상상될법한 단락은 오히려 어서 읽어넘기기 바빴다.
우리 주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아니 제법 많이 일어나기에 더욱 더 경각심을 가져야하는 일이지만,
일어나지 않길 간절하게 바라게 되는 그런 일이기 때문이라고 하는게
가장 진솔한 표현일 것이다.

베어타운을 읽다보면 숨이 턱하고 막히는 부분이 더러 있다.
한 소녀의 아픔이 예상되어서 그렇고,
그의 어머니와 친한 친구의 마음이 그려져서 그러했다.
아, 물론 아버지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업겠지만!


가해자에게 성폭행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


베어타운에서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마치 성교육 강사가 할 법한 말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디 가해자는 그런 생각을 쉬이 했겠는가.
또한 가해자가 피해자의 고통을 안다고 한들
그것이 진정한 반성의 의미이겠는가,
아니 반성의 의미가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와닿겠냔 말이다.

흔한 십대 혹은 그 이후의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성적 호기심과
일련의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불거질 때,
베어타운을 읽으며 이것이 소설이라서 다행이라는 마음과 더불어
여주인공을 안아주고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앞섰다.
어린 그녀가 살아나가야할 앞으로의 인생에 원치 않은 색을 드리운 것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고, 모난 돌이 잘그락 거리고 굴러가듯이
내 안에서 구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팠다.


그날 밤에 이 아이가 빼앗긴 수많은 것들 중에는 절대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공간도 있다. 우리에게는 저마다 그런 공간이 있지만 도둑맞으면 다시 되찾지 못한다. 마야는 앞으로 모든 곳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프래드릭 배크만의 말처럼 도둑 맞아서 다시 되찾지 못한 그런 공간.
그런 공간을 가진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잘못한게 아니라고.
숨거나 피하거나 그로 인해서 나락으로 떨어지지 말라고.
힘겹겠지만 지금 이대로 당신은 괜찮다고.
앞으로 괜찮아질 일만 남았다고.
이 미덥잖은 위로가 당신에게 따뜻한 품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보관함 안에 쪽지가 있다. 마야의 깔끔한 글씨체로 이렇게 적혀있다.
행복한 모습일 거야, 아나. 십 년 뒤에는 내가 행복한 모습일 거야. 너도 그렇고.

그녀가 용서하고 이해하고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아간다는 것이,
모두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베어타운 속 그녀를 만나는 독자인 나보다
더 어른스럽고 따스하게 자신을 잘 안아주고 있단 생각마저 들었다.

겪지 않아도 될 아픔을 원치 않게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버지에게 건네는 그 말처럼
그녀는 앞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순간들을 살아낼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소설, 베어타운이었다.

숱한 미투들 속에서,
미처 미투하지 못한 채 가려지는 마음 속 미투에게 힘을 보탠다.
당신이 잘못 한게 아니라고.
#미투 #위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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